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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Killed the Film Star?

18기 김수현

지나가 버린 시네마 천국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동네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는 가연성 필름에 불이 붙을까봐 꼬마 토토를 쫓아 낸다. 사제는 필름을 직접 잘라 가며 키스신을 검열한다. (이 키스신들을 이어붙인 것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필름 시대의 이야기다. 2012년을 기점으로 필름은 낭만이 되었다. 현재 거의 모든 영화관에 필름영사기가 없다. 알프레도 같은 영사기사의 자리엔 디지털 상영기를 관리하는 알바생이 있다.



필름을 대체하는 디지털은 파괴적 혁신인가?


크리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파괴적 혁신이란 “자원을 적게 가진 소기업이 기존 안정된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도전하는 과정”이다. 디지털카메라가 사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여 파괴적 혁신을 이루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기술이 영화계에서 역시 파괴적 혁신을 이룬 것인지 알아 보고자 한다.


디지털기술은 확실히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까다로운 영화인들에게 디지털의 등장은 경계할 필요조차 없었다. 초기의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조악했다. 아마추어들이나 쓰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최초의 디지털 영화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영화감독의 눈높이에 맞을 정도로 발전하면서 디지털이 주류를 장악하게 되었다.



디지털이 선택된 이유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드 바이 사이드(2012, Christopher Kenneally)>에서는 영화 거장들의 입을 통해 디지털과 필름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맨 처음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의 제작 스토리에서부터 디지털이 가져 온 크고 작은 변화들을 담았다. '영화는 필름이다'라는 공식을 깨고 영화감독들이 디지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소 단순화하면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필름 영사기

1. 가벼움

카메라 감독들은 가벼워진 카메라를 자유롭게 들고 다니며 새로운 촬영기법을 시도할 수 있었다. 또한 커다란 필름뭉치가 디지털 소스로 압축되면서 무겁게 운송할 필요가 사라졌다.


2. 저렴함

디지털의 파괴적 혁신은 저가시장을 발판으로 삼았다. 영화학도들은 필름촬영비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곧잘 디지털로 갈아탔다. 필름의 운송과 보관에 들던 비용은 디지털기술로 대폭 절감되었다.


3. 편리함

필름으로 촬영된 결과물은 영사기에 넣기 전까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나 디지털의 결과물은 촬영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즉각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한 편집 과정에서도 필름을 하루종일 현상한 후 자르고 붙이던 작업이 사라졌다.



파괴적 혁신은 미운오리새끼

2015년 크리스텐슨 교수는 HBR에 <파괴적 혁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아티클을 게재하여 파괴이론의 핵심적인 원리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파괴적 혁신의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초기에 주류 고객들에게 열등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산업에서 주류 고객은 영화 제작자들이며, 그들은 실제로 값이 싸고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필름을 선택하지 않았다. 기술이 발전하여 디지털기술이 영화관에서 볼 만한 품질의 영상을 뽑아낼 수 있게 된 다음에야 디지털은 주류에 접근할 수 있었다.

타란티노 감독은 디지털 상영과 DCP(Digital Cinema Package)가 곧 “시네마의 죽음(the death of cinema)” 이라 말했다. 그 외에도 여전히 필름을 고집하는 감독들은 많다. 그러나 이처럼 기존의 영화 거장들이 디지털의 등장에 거부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편승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되려 디지털이 파괴적 혁신의 전형임을 증명한다. 파괴적 혁신은 숙명적으로 미운오리새끼이기 때문이다.


글 ∙ 18기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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