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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신뢰를 확산하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이재원

 무언가를 믿는다는 일은 너무나도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꽤나 어색하다. 횡단보도 보행 신호를 보고 건널 때 우리는 횡단보도 양옆을 둘러싸고 있는 차들이 갑자기 우리 앞을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선결제를 할 때도 주문한 음식을 제공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이렇듯 일상에서 신뢰는 많은 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이쯤에서 한 번 신뢰의 출처에 대해 생각해보자. 



일상에 스며든 신뢰의 기반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신뢰를 당연하게 여기게 할까? 많은 이들이 법과 제도를 떠올릴 것이라 예상한다. 물론 법과 제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신뢰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신뢰를 어기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은 보장할 수 있지만 신뢰를 어기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 어렵다. 


 오히려 신뢰를 어기는 행동이 예외적이라는 인식은 일상에서 상호 신뢰가 지켜진 경험들의 누적에서 비롯한다. 상호 신뢰를 통해 점차 예측 가능한 영역이 확장될 때 신뢰는 보편화 된다. 중국에서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자사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통해 중국에서 상호 신뢰를 효과적으로 형성한 사례다. 



알리바바와 당시 중국 사회 문제  


출처: 알리바바 공식 홈페이지


 알리바바는 1998년 12월 중국 내 기업간 연결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개인 간 거래를 다루는 Taobao(타오바오), 기업과 개인의 거래를 다루는 Tmall(티몰)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사업 확장과 성장을 이뤄오고 있는 알리바바는 2022년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53.3%라는 점유율을 확보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당시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불신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알리바바가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 중국은 누군가를 쉽게 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선 거래 과정에서 사기나 위조가 매우 극심했다. 개인간 거래에서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계약한 물건을 보내지 않아, 택배기사가 물건을 배달하고 난 후 물건 값을 지불하는 ‘훠따오푸꽌’ 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또한 위조지폐의 성행으로 거래 대금을 지불할 때조차도 개인이 위폐감별기를 두고 위폐인지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 위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했던 2021년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중국에서 수거되는 가짜 지폐 총액은 연평균 8억 위안에 달한다. 알리바바가 사업을 시작한 1990년대 말, 당시 중국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위조지폐가 유통되었을지 추측하는 건 무리가 아닐 것이다. 


 개인간 거래에서 서로를 믿을 수 없다면 사람들은 흔히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신뢰를 확보한다. 특히 신뢰가 중요한 금융 거래를 진행할 때 은행은 공식적인 기준을 통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한다. 그러나 은행조차 신뢰대상이 되지는 못했다. 국토 면적이 960만㎢, 인구가 14억 명에 이르는 대륙에 가까운 나라에서 은행이 전 국민의 신용정보를 축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신용정보를 수집할 수 없기에 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은 자연스럽게 발달하기 어려웠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증가한 2016년에도  헝다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1인당 신용카드 보유량인 0.31이라는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뛰어든 알리바바에게 상호 불신이 만연한 중국 사회는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인터넷 보급률 확대에 따라 온라인 거래에 대한 수요 증가와 현금 거래를 함에 있어 발생하는 많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일상에서 신뢰의 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했다. 



알리바바의 시도: 알리페이


 알리바바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을 구축하여 사기와 위조로 인한 불신을 종식시키고자 했다. 알리페이의 시스템은 간단하다. 상품구매자가 알리페이에 먼저 대금을 송금하면 판매자가 입금 내역을 확인한 후, 상품을 발송한다. 이후 구매자가 받은 상품을 확인하여 구매 확정을 한다. 최종적으로 알리페이가 판매자 계좌에 대금을 송금해 거래가 완료된다. 이러한 결제방식을 제3자 결제시스템(Third-party Payment System)이라 한다.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게 되면 돈을 받고도 물건을 보내지 않는 사기를 줄일 수 있게 되어 거래 안전성이 향상되고,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진행되기에 위조지폐가 활용될 수 없다. 

 

 알리페이를 통해 알리바바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많이 이용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알리페이 계좌에 일정 금액을 예치하는 것이 신뢰할 수 있고 편리하다는 경험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증가한 알리페이 고객을 활용하여 알리바바는 개인에 대한 신용 평가를 시도하여 신뢰를 보다 확산시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뢰 확보, 소액 대출 서비스


 알리바바는 2007년부터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고객 정보를 활용하여 대출 관련 경험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축적해 왔다. 알리바바는 2010년부터 ‘소액대출회사’를 자회사로 설립하여 자사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독자적인 대출영업을 시작하여, 주로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중소 상인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사업을 실시하였다. 


 당시 알리바바는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주문서 등의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판매자에게 대출을 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1년 사이에 4만 개의 중소기업에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99.9%의 대출이 50만 위안(약 820만 원) 이하의 소액대출이었다. 그중 80% 이상의 대출이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가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알리페이가 제공하는 새로운 신뢰


 중국 시장 내의 저신뢰 상황을 타파한 알리바바는 한 차원 더 신뢰의 도약을 이루고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20년,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특허를 가장 많이 등록한 기업으로 선정됐다. 알리바바가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최우선 목적은 위조 수입품과 가짜 식품을 판별해 상품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B2C 쇼핑몰인 티몰(TMall)과 물류 기업 차이나오(Cainiao)에서 취급하는 수입품과 수출품에 관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있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중국 광저우와 인근 상하이, 셴젠 등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물류 시스템을 통해 50여 개국에서 수입된 3만여 종의 상품에 대한 정보도 추적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호주 우체국(Aus Post), 호주 식품회사 블랙모어스(Blackmores), 회계법인 PwC(Pricewaterhouse Coopers) 호주 지사화 함께 상품 신뢰 프레임워크 FTF(Food Trust Framework)도 조직했다. 가짜 식품의 유통을 줄이기 위해 블록체인상에 유통 이력을 기록해, 품질이 낮거나 가짜 성분이 섞인 상품을 추적한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의 탈중앙화, 보안성, 확장성, 투명성이라는 특징이 유통 과정에 적용되면 상품의 신뢰와 소비자의 안전 보장에 기여할 수 있고,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https://randomactsofleadership.com/moments-of-trust/




연세대 사회 이재원 

blackmu961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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