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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이대로 괜찮은가?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4기 정유진


프랑스 와인의 쇠퇴


     와인이란 어떤 술인가? 와인은 비싼 가격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탓에 하루에 두세 병까지도 마시는 소주 맥주보다 훨씬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와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술도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 특히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 책임져"로 유명한 디오니소스는 시도 때도 없이 포도주를 마시고, 성경 속의 예수는 물을 포도주로 만들었으며,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접하는 서양의 이름난 위인들은 모두 와인(혹은 포도주)과 함께했다. 포도를 재배하는 시작부터 오크통에 담아 숙성하는 마지막 과정까지 인간과 자연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술이라는 찬사를 받는 와인은 주류의 범위를 넘어 예술로 불리며 그 위상은 일반적인 주류를 넘어 고급 취미로 여겨진다. 


    안타깝게도, 고급 주류라는 그 위상과는 달리, 현재 와인 산업은 매해 소비량이 줄며 산업이 위기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프랑스 와인 산업은 더욱 큰 위기를 맞고 있다. 2023년 기준 프랑스 전역에 팔지 못해 쌓아 둔 와인이 무려 300만 헥토리터(hL)에 달하며, 이에 멀쩡한 와인을 수영장 100개 분량을 폐기했다.. 와인 하면 바로 떠오르는 나라가 프랑스일 만큼 프랑스 와인은 그 깊은 역사와 높은 품질로 유명하다. 그런 프랑스 와인이 특히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 8 Wines. "Wine Consumption in France." 2023


    몇 해 전부터 프랑스의 와인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대한 보도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프랑스 와인 원산지 통제 명칭 위원회(CNIV)’에 따르면, 프랑스 와인 소비량은  60년 사이 70%나 감소했다. 또한 프랑스 현지 매체 BFM의 2023 3월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와인 소비량이 지난 20년간 2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와인 수요의 감소는 비단 프랑스인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즐겨 마셔온 유럽에서 와인을 멀리하는 풍조가 전반적으로 두드러진다. 186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와인 소비 패턴을 연구한 호주 애들레이드대 와인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4국의 2010년대 소비량은 1950년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유럽뿐만 아니라, 1970년대와 2010년대를 비교할 때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은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이 14.1L에서 7.7L로 감소했고, 중남미 역시 9.2L에서 3.3L로 감소했다. 프랑스 와인 생산량의 약 절반은 수출되며, 절반은 내수시장에서 소비가 되기에 프랑스 와인 시장은 이와 같은 대내외적인 와인 소비량 감소의 추세에 휘청일 수밖에 없다.


    베르나르 파르주 프랑스 와인종사자협회 회장은 “와인 재고가 너무 많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현재의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0년 후 해당 산업에서 없어지는 일자리는 15만 개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과잉 생산으로 인한 와인 재고의 증가는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일자리 감소와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신속한 대책이 없다면, 프랑스 와인 산업은 지속적인 축소될 것이다. 

과잉 생산 (혹은 소비량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 및 영업 위기의 거시적인 원인은 수요의 감소와 비용의 증가이다. 프랑스 정부가 4억 병 분량의 와인 폐기를 결정한 이유 또한 비용과 수요의 반비례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생산자들이 이익을 남길 만큼의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욱 자세한 원인 파악을 위해 수요의 감소와 비용의 증가를 각각 살펴보자.



수요의 감소와 비용의 증가


    우선 와인의 수요 감소에 대한 원인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는 평생 매일 2ℓ의 와인을 마셨다.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적당량이라고 하였다. 반면 현재 와인을 소비하는 세대는 750ml의 와인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만큼 우리 세대가 나약해졌기 때문일까…?


    수요감소의 주원인은 알코올 자체에 대한 수요 감소,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와인 가격에 부담을 느낀 젊은 층이 맥주나 무알코올 음료로 갈아타면서 생긴 소비 패턴의 변화 등으로 파악된다. 우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회식자리는 대폭 줄어든 반면, 음주 트렌드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술이 건강을 해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류 소비 자체가 감소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음주 시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가 확산되고 있다. 살찌는 것을 우려해 첫 잔만 일반 맥주를 마신 후 무알콜 맥주를 마시거나, 소용량으로 된 캔 형태의 와인·하이볼 등의 RTD(Ready-to-Drink) 제품을 구매해 집에서 음주를 하는 소비 행태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주류 시장 자체가 작아지는 와중에, 와인 시장은 더 크게 축소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점점 와인보다는 아예 저렴한 맥주나, 혹은 아예 도수가 높은 위스키와 같은 강화주를 선택한다. 한 병에 750m인 와인은 집에서 ‘혼술' 하면서 한 번에 먹기는 부담스러운 양이다. 자기 전 넷플릭스를 보면서 간단히 혼술 하기에는 맥주가 그 용량 측면에서도 도수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다. 맥주와 와인의 가격을 비교해 보자면, 혼자서, 혹은 적은 인원들끼리 간단히 마시는 술로 택하기에 와인은 저가 라인일지라도 맥주보다 비싸다. 특히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젊은 층에게 와인은 부담스러운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더하여 와인과 맥주의 가성비 이미지를 생각해 본다면, 같은 만원의 가격일 때 소비자들은 맥주 4캔은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하나, 만 원짜리 와인의 경우 싸구려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고급 와인들의 경우 여전히 “없어서 못 사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저가 와인의 경우 맥주 같은 주류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 내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와인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의 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세대가 프랑스 내 와인 소비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18~39세 사이의 와인 소비자는 전체 소비자의 28%에 그치고 있다. 2014와 2021의 프랑스 각 세대 별 와인 선호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전반적인 감소 추세의 가운데 18 - 34세의 젊은 세대에서의 선호도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프랑스 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와인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 또한 앞서 설명한 이유에 기인한다. 와인은 주로 여러 명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나눠마시는 음료인데, 1인 가구의 증가와 식생활의 변화로 함께 제대로 된 저녁 식사를 가지는 빈도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출처 : Chosun Weekly Biz

    해당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듯이 프랑스 내에서의 수제 맥주의 부흥은 와인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현재 프랑스 맥주 시장에서는 크래프트 맥주, 에일, 영국 맥주, 비알코올 및 저알코올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맥주 시장이 더욱 섬세하고 다양해지면서 기존 와인 애호가들도 맥주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대형 맥주 회사들도 이들을 겨냥한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SNBI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맥주 시장에서 크래프트 맥주의 점유율은 약 7-8%이며, 이 추세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크래프트 맥주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늦어진 이유는 기존 프랑스 맥주 시장이 대형 양조장에 의해 지배되었고, 맥주의 맛이 와인보다 단조롭고 덜 섬세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크래프트 맥주가 2010년 경 미디어를 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후, 이제 프랑스 소비자들은 맥주도 와인처럼 다양한 섬세한 맛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젊고 창의적인 라벨과 디자인으로 포장된 크래프트 맥주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행태의 변화와는 반대로, 와인 가격은 올라가면 올라갔지 떨어지지는 않는다. 술이라는 특성 및 기본적인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기후변화와 같은 원인으로 늘어난 생산비용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 기후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와이너리들은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와이너리들이 위치한 지역이 포도 생산에 최적인 기후를 갖추었다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와인 재배에 적절한 기후가 점점 고위도 지역으로 올라가는 추세이다. 지금은 향미를 유지하기 위해 예정보다 빨리 포도를 수확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이에 제조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호주 애들레이드대 와인경제연구센터를 이끄는 킴 앤더슨 소장은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와 남유럽의 일부 산지는 포도 재배 시기가 40년 전보다 3~4주씩 앞당겨지고 있다”며 “기온이 더 오른다면 와인 품질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화이트 와인이 주력이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선 요즘 레드와인을 생산하고, 영국에선 샴페인을 만드는 추세인 반면,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낮 기온이 45도까지 올라 농부들이 포도 수확을 한밤 중에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고급품만이 와인 업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 와인 수입 업체인 코지와인의 김성중 대표는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들은 가격이 낮더라도 대체로 맥주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유럽 젊은이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며 '그러나 고급 와인은 여전히 없어서 못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와인 시장이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와인은 포도를 기르는 데부터 제조하는 데까지 큰 정성이 들어가는 술이다. 그저 안 팔리는 와인을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 생산자들이 이익이 남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정성 들인 투자를 해서 만든 와인들이 제 가격에 소비될 수가 없다. 안 팔린다는 이유로 함부로 가격을 낮추어 싼 가격에 팔 수 없기에, 프랑스 정부는 수영장 100개 분량의 와인을 폐기한 것이다. 



과연 모든 프랑스 와이너리가 위기를 맞고 있을까?


    이러한 위기에 대한 프랑스 와이너리들의 대응은 어떠할까? 고가 와이너리와 저가 와이너리의 대응은 차이를 보인다. 이는 와인이라는 산업의 두 가지 근본적인 특성에서부터 발생하는 차이이다. 


    우선 와인은 농업 산업이다. 와인의 품질을, 맛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은 기술도 숙성도 아닌 토지이다. 좋은 땅에서 자란 좋은 포도가 없다면 와인의 품질을 아무리 높이고 싶어도 한계가 있으며, 이에 좋은 토지를 가지지 못한다면 고가 와이너리가 되기 어렵다. 이를 떼루아라고 하는데, 떼루아는 와인이 생산되는 특정 지역의 지질, 기후, 토양, 그리고 인간의 영향 등의 모든 환경적인 요소를 나타낸다. 이는 특정 지역의 와인에 고유한 맛과 특징을 부여한다. 즉,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다른 지역에서 지배되면 완전히 다른 맛과 특징을 가질 수 있다. 


    현재까지 쌓아온 와이너리의 헤리티지 또한 핵심 요소이다.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은 그 가치가 남다르다. 이상적인 기후를 가진 토지에서 시작한 보르도 및 부르고뉴 지방의 와이너리들은 와이너리들이 수세기에 걸쳐 전해져 온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은 보르도 와인의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가격에 비탄력적이다. 헤리티지는 와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와인의 근본적인 출처와 문화적인 연결성을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에 와인 애호가들은 해당 지방에서 생산되는 “로마 네 꽁티"와 같은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가격도 지불하려고 한다.


    프랑스 와인 하면 근본적으로 떼루아와 헤리티지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저가 와이너리와 고가 와이너리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저가 와이너리들은 애매한 떼루아와 헤리티지를 보유한다. 해당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주로 중저가 와인들로 프랑스 고가 와이너리의 와인과 달리 “고급와인” 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프랑스의 고가 와이너리들은 전통적으로 최상급 품질의 포도가 생산된 지역에서 시작된 와이너리들로, 해당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병 당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호가하기도 한다.


    이에 고가 와이너리는 토지를 비롯해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마주한 위기를 타개해나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포도 하나하나를 비닐로 감싸 기르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생기는 병충해에 대응할 인력과 자본이 있다. 또한 이들의 헤리티지는 고가 와이너리들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건재할 수 있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앞서 언급되었듯 와인의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도 프랑스 고가 와이너리의 최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는 역설적으로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출처 : 갤러리아 백화점 홈페이지


    그러나 저가 와이너리들은 현재 마주한 어려움을 이겨낼 자본적인 능력이 부족하다. 기후변화와 같은 불가피한 요소에의 비용 투입에 한계가 있다. 또한 이들의 와인은 보르도 와인처럼 유명하지도 못하다. 프랑스 내에서의 저가 와인이라 할지라도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비 감소를 추구하고 있는 신대륙 와인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다. 저렴하게 와인을 마시고 싶은 소비자들은 더 싸고 직관적인 맛의 신대륙 와인(비교적 와인 생산 역사가 짧은 칠레, 호주, 미국에서 생산된 와인. 보다 당도가 높음)을 찾지 굳이 애매한 가격의 프랑스 저가 와인을 찾지 않는다. 아예 고가만을 찾는 소비자들과 점점 더 가성비 저가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로 양분되는 시장에서, 이들의 애매한 와인을 구매할 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즉, 와인 수요 감소 및 생산비 증가라는 현재의 위기에 가장 치명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나아가, “중저가 가격대의 와인"이라고 했을 때, 신대륙 와인의 강력한 가격 경쟁력은 프랑스 저가 와인을 위협한다.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등 신대륙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최신 기술을 활용한 대량생산 체계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과일 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대중성 있는 맛을 제공한다. 이러한 신대륙 와인은 중저가 와인을 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품질을 갖춘 가성비 높은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중국과 인도에서도 와인 생산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와인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자국 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 와인이 대중화될 경우, 현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경우 정부 자체가 나서 수입 와인에 대한 높은 관세를 책정한 후 중국 정부는 와인 수입이 줄어드는 사이 정책적으로 자국산 와인 생산을 늘리고 있다. 


    정리하자면,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저가 와이너리이다. 고가 와이너리들이 생산하는 엔트리급 이상의 와인들은 그에 대한 탄탄한 수요층이 존재하며, 최고급 와인으로 갈수록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항상 품절이 되는 사치재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이들은 풍부한 자본력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증가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저가 와이너리들의 중저가 와인은 프랑스에서 잘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헤리티지를 가지지만 중저가 와인이 가지는 품질의 한계로 인해 해당 헤리티지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작 크게 선호되지 않는다. 더불어 이들의 주 소비층이었던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앞서 언급된 주류 문화의 변화, 1인 가구의 증가와 같은 요인들로 타 주류로 이탈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저가 와이너리, 변화를 통한 엣지를 더할 때


    저가 와이너리들이 현재 마주한, 수요의 감소와 비용의 증가로 인한 재고 과잉과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은 간단히 도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캐치해 이탈하는 소비자들을 다시금 와인을 선호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요 감소에 따라 생산량을 수요에 맞게 감소시키는 것은 와인 산업이 침체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이다. 가격적으로도,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점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저가 와이너리들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감행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호주 애들레이드대 와인경제연구센터의 앤더슨 소장은 호주 와인의 유럽 시장 진입 일화를 전하며 “1970년대 호주 와인이 유럽에서 ‘샤토 천더(chunder·구역질)’라며 혹평을 받았지만, 다채로운 상표와 병 디자인을 선보인 덕분에 유럽인들의 새로운 소비층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라고 강조하며 지금의 위기도 관행을 넘어선 마케팅 혁신과 수출 다변화로 돌파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프랑스 와인의 위기 대응 방향성은 프랑스 내수 시장과 해외 시장으로 구분 지어 고민해 볼 수 있다. 우선 프랑스 내수 시장의 경우,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의 큰 원인이기에 젊은 세대의 변화하는 니즈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가령, 부담스러운 용량과 가격으로 인해 젊은 세대의 소비자들에게 선호되지 못하는 것이라면, 소용량 와인을 출시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와이너리들은 용량을 줄여 180mL나 375mL짜리 작은 와인을 만든다는 해결책을 시도해 보았으나, 생산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로 자리잡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다분화를 통한 장기적인 이익 도모를 위해서는 와인병 사이즈를 보다 다양하게 하는 노력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이탈리아의 프로세코 와인의 경우 낮은 가격의 캔 형태로 출시하며 트렌디한 상표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였는데, 이처럼 변화한 젊은 층의 니즈에 맞는 제품 출시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수제맥주의 부흥은 수제맥주가 가격적으로 부담이 적은 것에 더불어 젊고 창의적인 디자인의 포장과 트렌디함으로 젊은 세대의 니즈를 공략했기에 가능했다. 와인 산업 또한, 기존의 전통적인 750ml 용량의 보틀 와인 생산에서 보다 적은 용량의 제품을 출시함과 동시에 트렌디한 마케팅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마케팅의 예시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크게 유행하고 있는 ‘하드첼러'를 들 수 있다. 하드셀처는 2013년 코네티컷의 한 맥주양조사가 처음 만든 술이다. 이후 상품화돼 여러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2010년대 중후반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일으키진 못했다. ‘가짜 술’이라는 비하를 받기도 하였다. 하드셀처는 2019년부터 매년 200%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헬씨플레져 트렌드에 맞게 “당류와 칼로리가 낮은 건강한 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에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즐겨 마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음료 같은 술”이라는 이미지의 포지셔닝을 노렸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2030 세대 사이에서 하드첼러는 힙한 술로 받아들여지며 크게 선호되고 있다. 이와 같이 와인 또한 전통적이고 근본 있는 이미지에 힙함을 더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필요하다. 더하여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맞게 와인이 맥주에 비해 몸에 좋은 술이라는 마케팅 또한 가능할 것이다. 와이너리의 SNS 계정을 만든다거나, 셀럽과의 협업을 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혹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식당과 협업하여 특별 한정판 와인을 판매하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Chosun Weekly Biz


    해외 시장의 경우, 떠오르는 동북아시아 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 아시아는 주 소비 주류로 와인을 마시던 서양권과 달리  문화, 경제, 지리적 이유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와인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으나, 시장은 점차 상승세를 보이다가 코로나와 맞물리며 크게 떠오르는 시장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국제와인기구(OIV)의 통계를 살펴보면 2021년 국내 연간 와인 소비량은 4910L였다. 국내의 소주와 맥주의 출고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10년 전 대비(2490L) 연간 와인 소비량은 97%가량 증가했으며, 연간 소비량이 850L였던 2001년과 비교하면 470% 넘게 오른 수치다. 중국의 경우 또한 와인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19 기준 865억 위안 수준까지 확대되었었다. 코로나로 인한 침체와 관세 문제로 인하여 수입 와인 시장은 소폭 감소하였으나, 추후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2023년 10월 6~7일 세계 최대 와인 박람회인 ‘비넥스포(Vinexpo)’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었는데, 해당 박람회의 주최자인 비넥스포지엄의 로돌프 라메즈 CEO는 한국을 세계 와인 업계에서 떠오르는 중요한 시장으로 표현하며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행사를 진행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지난 20년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연평균 와인 소비량은 줄어든 반면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의 연평균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유통과 마케팅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국내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현지에서는 이만 원대의 와인을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친 레스토랑에서 사 먹게 되면 6~7만 원이 호가하는 가격대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와인수입사들과의 합의, 혹은 와인 수입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와이너리들과의 협업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직접적인 유통 경로를 확보함과 동시에 주력 상품으로 진열하는 것과 같은 메리트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국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지 수입사와의 협업을 통하여 관세가 붙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력 상품으로 유통하여 시장에 대한 성공적인 진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 해외 시장에 대한 마케팅 또한 중요하다. 이때, 프랑스 와인의 전통과 품질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비슷한 중저가의 와인이더라도, 프랑스의 와인은 ‘다르다’는 점을 보다 강조해야 한다. 가성비 높은 와인을 선호하면서도 와인의 ‘있어빌리티’를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나 및 와인 입문자들이 프랑스 와인의 헤리티지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는 데에서 큰 이점을 느끼도록 유도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프랑스 와인 산업, 특히 저가 와이너리들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 중저가 와이너리들은 프랑스 와인의 전통과 품질을 바탕으로 새로운 타깃을 공략하고,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소용량 와인 출시, 트렌디한 마케팅, 건강한 술이라는 이미지 강조 등의 전략을 통해 젊은 세대와 새로운 소비자층을 유인할 수 있다. 또한, 동북아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에 적극 진출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프랑스 와인의 헤리티지와 품질을 강조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와인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프랑스 와인 산업은 다시금 성장과 번영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 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정유진

youjin060502@gmail.com


참고자료

Decanter. "French Wine Exports Slump in 2023 as Champagne, Bordeaux Struggle." 2023. 

https://www.decanter.com/wine-news/french-wine-exports-slump-in-2023-as-champagne-bordeaux-struggle-522885/

KOTRA. "프랑스 와인 수출 감소 및 관련 현황." 2023.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180&CONTENTS_NO=1&bbsGbn=243&bbsSn=243&pNttSn=198462

Chosun Weekly Biz. "프랑스 와인 산업의 위기와 대응 전략." 2023.10.12.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3/10/12/Q34NXGCV5ZFMDBCZ25LG42KMBY/

Chosun Weekly Biz. "프랑스 와인 수요 감소의 원인과 전망." 2023.04.06.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3/04/06/GTBVTHL4ZVDHTILOV5KHRSOXXA/

Wine Not Wife. "프랑스 와인 수요 감소와 그 원인." 2023. 

https://winenotwife.tistory.com/6

Chosun Economy. "프랑스 와인 시장의 변화와 미래 전망." 2024.05.16.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4/05/16/RQL2IXKTGBEQ3LTJGM3LZ53Q5M/

Le Monde. "French Wine Consumption Takes a Sour Downturn." 2024.02.29. 

https://www.lemonde.fr/en/food/article/2024/02/29/french-wine-consumption-takes-a-sour-downturn_6573784_119.html

Dong-a Ilbo. "프랑스 와인 재고 증가와 대책." 2023.08.09.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809/120628093/1

Seoul Newspaper. "프랑스 와인 산업의 현재와 미래." 2020.06.12. 

https://www.seoul.co.kr/news/plan/alcoholicdrink/2020/06/12/20200612017013

Famelee. "Wine Consumption in France: Trends and Insights." 2023. 

https://famelee.oopy.io/ebd6c85e-f449-4aff-b7ca-2deb45439163

8Wines. "Wine Consumption in France." 2023. 

https://8wines.com/blog/wine-consumption-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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