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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정 Mar 30. 2018

2-5. 그날이 오면

포스여행(포르투갈-스페인)



























005. 그날이 오면

















모든 자매들이 그렇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투닥대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그들에게도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날이 있다.








































그날이면,
아프고 예민한 상태를 서로  알기에
적군은 잠시 상전이 된다.




























타이밍이 얄궂게도
새벽에 출발해 밤 늦게 돌아오는
빡센 당일치기 여정이 잡혀있었다.
(리스본-신트라-호카곶-카스카이스-리스본)



























그날이 혹시나 이 여정의 발목을 잡을까
아침밥 대신 진통제를 털어넣고
하드코어 당일치기를 맞이했다.






















하늘색과 대비되는 페나 궁전
물감을 섞는 기술 따윈 모르는 어린아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물감들만 고르고 골라
열심히 색칠한 도화지 같았다.
괜스레 동심이 느껴지는 성이었다.


















기분과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혼날 것 같은
맑은 날씨 덕분에 여정의 시작은 순탄했다.




































순탄하다는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등산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가도 자연 경관에 홀리는 취향인지라
무어 성 역시 기쁜 마음으로 오를 수 있었다.
(사실은 순전히 에그타르트의 힘이었던 것 같다.)


성곽을 오르는 중간 내려다보이는 풍경과
쏟아지는 햇빛에 땀이 맺힐 즈음 눈치 빠르게 부는 산바람이 없었다면
사실 오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장 체력 소모가 많았지만,
신트라 여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
...
...



















"괜찮겠어?"
"아직은 괜찮아."



빠듯한 일정 때문에 식사도 대충 때우고
등산(!)을 하고 나니 
헤갈레이라 별장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다.
정신력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육지의 끝이며 바다의 시작을 알리는
호카 에서
동생은 인생 최고의 석양을 보았고
언니는 인생 최고의 덧없음을 느꼈다.






...
...
...







신트라를 거쳐 호카 곶에서 석양을 바라본 뒤
마지막 도착지 
카스카이스에서는
깜깜한 바다만 볼 수 있었다.
이 때는 이미 육신만 남기고
정신은 리스본 숙소에 옮겨둔지라
그저 이 긴 하루가 어서 끝나길 간절히 바라며
리스본행 기차를 탔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약발로 버틴 뻐근한 배와
끊어질 것 같은 허리를 이끌고
여행 훈련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
...
...




















그리고 며칠 뒤,
동생의 그날이 왔다.













포르투갈 남부에 위치한 라구스 Lagos는,
아름다운 해변들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끝까지 가려면  걸어야 하는데 괜찮겠어?"
"가다가 힘들면 돌아오지 ~"































성수기가 되면 라구스 해변은
부산 해운대마냥 수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해수욕을 즐긴다고 한다.
비수기에 풍경만을 오롯이 감상해봤으니,
여름에 다시 돌아와서 활기찬 분위기도
느끼고 싶어졌다.


























객기가 유전인지
선천적 미련함인지

'기왕   보고 가야지.' 생각에
결국 우직한(?) 자매는 이번에도 역시
해변 끝자락을 찍었다.

































포르투갈의 남쪽 끝자락이자,
자연이 만든 협곡이 어우러진 해변에서
언니는 인생 최고의 석양을 보았고
동생은 인생 최고의 덧없음을 느꼈다.





















...
...
...






















여행 통틀어서 유독 힘들었던 두 번의 훈련은
머피의 법칙인지 자매에게
번갈아 고비를 가져다 주었고,
여행 감상이 컨디션에 따라 얼마나
극과 극으로 달리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컨디션따라 감상이 극과 극이더라도,
콤콤하게 추억이 쌓이는  매한가지다.



















겨울 냄새가 살짝 날 때쯤
긴 여정 자체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쯤
자매는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보살피며
포르투갈 여행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




















포스여행
5화 끝 :)



















© 빛정, bit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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