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대책도 없이 한 달간 매일 글을 써야 하는 ‘북티크 글쓰기 챌린지’를 신청했다. 에세이를 써보고 싶었지만 감독관이 있어야 억지로 공부를 하고, 학원에 등록해야 간신히 토익을 공부하는 내 나약한 본성에 기댈 수 없어 ‘글쓰기 챌린지’라는 강제력을 동원했다. 챌린지 내용은 간단했다.
- 매일, 무엇이라도, 써서, 카톡으로 인증하기
웹툰 작가들은 세이브 원고를 준비하고 연재를 시작한다던데 나는 세이브 원고는커녕 무엇을 글감으로 쓰겠다는 계획조차 없었다. 그렇게 2021년 모월 1일을 맞았고 이후 한 달간 매일 무언가를 쓰는 일을 지속했다.
정말 ‘챌린지’,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대학원 수업이 없는 시기에 참여한지라 저녁시간이 평소보다 여유 있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챌린지 초반에는 한 편을 쓰는데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보도자료, 신년사, 말씀자료, CEO레터 등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글은 제법 자주 써봤지만 역시 회사일로 하는 것과 내 글을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나마 공통점은 데드라인이 있다는 것 정도. 2천 자 남짓 쓰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한 편을 이틀에 걸쳐 쓴 일도 있었다.
글쓰기 챌린지 참여기간 중 하루를 보내는 모습은 이랬다. 출근길 전철을 타는 시간이나 근무시간 중 땡땡이치는 시간에 뭐라도 읽는다. 구독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다음 웹툰, 네이버 웹툰, 퍼블리, 블로그, 신문, 일 때문에 받는 각종 뉴스레터 등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소재가 찰싹 잡히는 날도 있고 도무지 마땅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 날도 있다. 떠오르지 않으면 와이프가 알려주는 그날의 아이들 이야기에서 소재를 찾기도 했다.
소재를 정하면 작년 12월에 열심히 커피를 마시며 받은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스트랩을 풀고 종이를 펼친다. 소재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면, 비슷한 다른 경험,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 등 생각나는 대로 개요를 써 놓는다. 경우에 따라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아 참고자료를 찾는다. 그러고 나면 소재가 머릿속을 떠다니다가 퇴근길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면 노트북을 열고 바로 쓰기 시작한다.
듀얼 모니터에 유튜브 창을 열어 좋아하는 노래의 한 시간 루프 버전을 틀어놓는다. 가능하면 영상이 끝나는 한 시간 안으로 글을 써보려는 다짐과 같은 의식이다. 의식을 마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다이어리에 적은 개요에서 크게 벗어나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쓰는지 스스로 궁금해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마감의 압박을 느끼며 어찌 저찌 마무리를 한다. 한 번 쭉 읽어 내려가며 오타와 비문을 고치고 pc카톡으로 글을 올리고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접어 스트랩을 채우면 그날의 챌린지가 마무리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글쓰기가 조금이나마 익숙해지는데 시행착오가 많았다. 서너 시간씩 쓰다가 한 시간 만에 한 편을 쓰게 된 적도 있고, 문재(文才)도 없는 주제에 뭔가를 잘 써보려고 또는 있어 보이려고 고민하다가 망치기도 했다. 그럴 땐 결국 에라 모르겠다 버전으로 마무리해서 글을 공유하곤 했는데 잠들기까지 부끄러움이 이어지곤 했다. 또 어떤 날은 쓰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날은 내가 괜한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날도 있었다.
이 글은 챌린지의 마지막 글이다. 이렇게 글쓰기 챌린지의 마지막 글, 서른한 번째 에세이를 잡소리로 마무리하고 있다. 부끄러움 80, 뿌듯함 20 정도가 느껴진다. 그래도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라도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앞선다. 노트북 폴더에 한글파일 31개가 생겼다. 다음에 또 이런 시도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퇴근 이후 방에 처박힌 나를 위해 시간을 희생해준 아내에게 고맙다.
알고 보니 100일 글쓰기 챌린지 같은 프로그램도 있는 것 같다. 온라인에도, 오프라인에도 글쓰기 수업도 많아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많아졌다(고 하더라). 학창 시절에 글쓰기를 배워보려면 집 근처 한겨레 문화센터가 사실상 전부였는데 이제는 채널이 많이 생겼다. 한 달간 글을 써보면서 점차 새로운 내용을 공부해서 써보고 싶은 생각도 살짝 생겼다. ‘북티크 글쓰기 챌린지’ 이후에도 계속 다른 이야기를 써볼 수 있는 동력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