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우지 않는 연습 ②

불편한 모임, 그만둘까 VS 다시 갈까

by 오르

지난 글에서 독서모임에서 느꼈던 묘한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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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건,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분위기에 맞추려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나답지 않은 말들을 골라내고 있던 그 순간들이 나를 점점 지워가고 있었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그 묵직한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넘어가버릴 수도 있었지만, 직면해 보기로 했다. 그 감정을 붙잡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왜 그 자리에서 나는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내가 정말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이런 물음들이 셀프코칭의 시작이었고, 이 글은 그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나다움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다.




1.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나?

나는 독서모임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다양한 관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바란다. 정답이 아닌, 입체적인 해석이 오갈 수 있는 안전한 대화의 장.


2. 나와 상대 모두가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방식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그 누구도 판단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시선과 경험이 존중될 때, 더 깊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3. 이 상황에서 ‘나다움’을 지킨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공감이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내 생각과 감정을 건강하게,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나다움을 지키는 길이다.


4. 다른 사람이 내 말투나 메시지를 표현한다면, 어떻게 들릴까?

내 나름 열심히 설명했지만, 오답이더라도 하나의 의견으로 수용될 줄 알았다. 그러나 리더자의 반응과 표정을 보고 내 메시지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5. 내가 정말로 전하고 싶은 본질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특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때 책에 나와있는 정답도 좋지만, 예외의 상황도 있을 수 있기에 다양하게 의견을 나누고 싶은 것, 그리고 의견이 다를지라도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담은 것이 나의 본질적인 메시지이다.


6. 지금 이 경험이 당신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타인의 공감과 인정, 동의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것들에 내 존재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다. 다양한 의견이 수용받는 안전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권리도 상대방에게 있다.


7. 이 상황을 다르게 바라본다면, 어떤 가능성이나 해석이 열릴 수 있을까?

내가 느낀 ‘무시당했다’는 감정은, 실제 누군가의 명시적인 무시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내면적으로 지닌 ‘공감받아야 존재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어쩌면 그 자리의 리더나 참여자들은 단지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했을 뿐이며, 나의 존재를 평가하거나 거절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 경험은 타인의 반응에 내 존재를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내 감정과 해석을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연습이 될 수 있다. 그 불편함이 말해준 것은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감받는 환경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나의 가치였다.


8. 상대가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내가 잃고 싶지 않은 ‘내 가치’는 무엇인가?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수치심을 느낄 이유는 없다. 내 감정과 생각은 여전히 소중하고, 나의 존재는 누가 인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맞추느라 나를 지우는 방식으로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다움을 지키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다.


9. ‘공감을 얻는 것’과 ‘나답게 말하는 것’ 중에서 지금 당신이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나답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나에게는 공감을 얻는 것이 자연스럽게 더 중요하게 된다.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는 내 모습이다. 이런 내 모습을 감싸주되, 나답게 말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기에, 타인의 반응도 내 경계를 넘지 않는 한 소중히 다루고 싶다. 즉. "진짜 공감은 상대가 내 말에 일방적으로 동의해주는 게 아니라, 나와 상대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 속에서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10. 앞으로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면, 나는 어떤 태도와 언어로 나를 지켜내고 싶나?

내 의견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표현해보고자 한다.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 의견이 나에게 중요한 감정과 통찰에서 비롯된 것임을 내가 알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되, 내 의견도 내 안에서 존중하고 지지하는 태도를 지켜내고 싶다.


11. 이 상황이 당신의 성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조직이나 공동체 안에서 내 의견이 존중받고 싶은 만큼,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하며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무조건 상대방 탓을 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 여유는 동의받지 못한다는 작아진 내 감정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상황을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고, 그 시각으로 내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독서모임을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셀프코칭을 통해 내 마음은 점점 단단해졌다. 막연하게 기분이 나빴던 감정의 실체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비로소 이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생긴 것이다. 피하고 싶었던 모임은 이제 다시 한번 용기 있게 참여해보고 싶은 도전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감정의 정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불편함은 도망칠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였던 것이다.


어쩌면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첫걸음은 불편함 속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by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