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만나는 지필평가. 큰아이의 첫 기말고사가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시험 전날까지도 아이는 태평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는 긴장이 되었습니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그걸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만 초조함을 느꼈습니다. 시험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아이는 폐렴에 걸려 며칠 결석을 했고, 그 후에도 계속 기침이 심해 약을 먹으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시험기간 내내, 지금까지도 여전히 약을 먹고 있습니다.
시험 전날,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 반까지 평소보다 더 푹 자고 간 아이. 아픈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재촉할 수도 없었고, 솔직히 속으로는 조금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열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아이는 평소에 자신이 공부했다고 말했고, "어쩌겠냐, 이것 또한 배움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과형 아이라, 내심 걱정이 되었던 마지막 국어 시험이 있던 기말고사 마지막 날.
시험이 끝나고, 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망했어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괜찮아. 정민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시험 다 끝내고, 검토도 다 했는데, 15분이 남아서 백점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1개 틀렸어요."
"뭐? 잘 봤잖아. 그럼 지금 자랑하는 거야?"
"실수로 틀린 거라 아까워요. 그래도 괜찮아요. 첫 시험 치고 이 정도면 잘 본 거죠."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사자 아이.
아이는 제 생각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평소 틈틈이 공부했던 교과서, 문제집, 책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국어 시험은 반 평균이 70점대였고, 모두가 어렵다고 했던 시험이었는데, 아이는 실수로 하나를 틀리고 96점을 받았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아이와 기분 좋게 밥을 먹으며 물어봤습니다.
"정민아, 네가 생각했을 때, 국어 시험 어땠어?"
"엄마, 거짓말 안 하고 엄마한테만 말하는데, 저는 쉬웠어요."
"근데 다른 아이들은 다 어렵다고 하잖아."
"맞아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럼, 네가 국어를 잘하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음... 잘 모르겠어요. 문법도 제대로 알아야 하고... 책을 많이 봐서 그런가?"
"그렇구나. 엄마도 그런 생각을 했어. 결국, 너의 꾸준한 노력이 시험에서 빛을 본 것 같아. 아프면서도 열심히 했으니까 정말 고생했어. 그래도, 이번처럼 자만하지 않도록 하자."
"이제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초등학교 시절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저는 정말 많은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도 자연스럽게 책을 친구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놀러 갈 때나 할머니 집에 갈 때, 잠자기 직전까지도 책을 읽던 아이. 감사한 일이었지만, 가끔은 키가 작은 탓에 "너무 책만 보지 말고 좀 자라"며 걱정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책은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소설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 안에 빠져들 때마다 자신이 바로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면, 책 속의 모든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마치 그곳에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사춘기가 오면서 책과 점점 멀어졌지만, 그 와중에도 화장실에서 만큼은 여전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앞으로 아이가 계속 시험을 잘 볼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독서=국어 점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독서는 아이에게 지혜와 내공을 쌓게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살아가면서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치르고 고생한 모든 사춘기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께 진심 어린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이번 첫 시험을 통해 느낀 것은, 아이들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에야 진정으로 느껴지는 그 고단함과 뿌듯함이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되리라 믿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독서는 단순히 점수를 높여주는 도구가 아닌, 아이의 마음과 사고를 깊이 있게 키워주는 밑거름이 됩니다. 부모로서,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이 과정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습니다. 고생한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본 모든 부모님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더 많은 배움을 얻고, 그 배움이 삶의 큰 힘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먼저 겪고 계셨던 선배 부모님들께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큰 딸에게
이번 시험을 치르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아픈 상태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본 네 모습이 정말 대견하고, 엄마는 그게 너무 자랑스러워. 비록 네가 원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아픈 몸으로 그 상황을 이겨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낸 거야. 그 자체로 너는 정말 강한 아이야.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해낸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해. 너의 그 모든 시간이 엄마에게는 아주 값지고 소중해. 네가 지금 느낄 수 있는 작은 아쉬움도 모두 앞으로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믿어.
아프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너에게, 엄마는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까 조금 더 쉬고, 엄마랑 함께 몸도 잘 챙기면서 남은 학기 잘 마무리하자. 즐거운 겨울방학 보내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도 풀고, 마음도 편안하게 하고. 앞으로 너의 모든 순간을 엄마는 믿고 응원할게.
언제나 네 곁에서,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는 걸 잊지 마.엄마는 네가 내 딸이라서 정말 자랑스럽고, 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해. 우리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