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일기] 슬며시 발 빼기

by 빗소리

바이러스를 조심하기 위해 외출을 못하고 며칠째 아기와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점점 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에너지 발산을 하지 못해 심심한 아이는 더욱더 나에게 집착하고 있고, 나는 매일 해야 할 일정 분량의 집안일이 있으니 아이의 요구만큼 채워주지 못한다. 심심해진 아이는 온갖 저지레로 자신의 심심함을 몸으로 외쳐댔다. 로션을 듬뿍듬뿍 짜서 온갖 곳에 바르기, 밥과 반찬을 퍼서 식탁에 펼쳐 놓기, 모든 서랍을 열어 바닥에 물건 던지기. 말을 알아들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라는 말은 어찌 그렇게 모르는 척 연기하는지 감쪽같다.


하루에도 속에서 천불이 오르락내리락 수십 번 반복하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아, 내가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었구나! 사회생활을 할 때는 순한 면을 앞세워서 행동하는 나였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성질이 좀 있는 사람이란 생각은 종종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속에 천불이 많은 사람이었다니. 금쪽같은 내 아이이기에 화를 자꾸만 숨기려 해도 내 속을 활활 태우는 큰 불을 차마 숨길 수가 없었다. 숨기려 할수록 어떻게든 아이에게 불이 뻗어 나갔다. 오늘 아침만 해도 여러 번 나의 부족함을 느끼고 좌절했다.


'하나님, 저는 매일 이 문제를 놓고 기도를 해도 어째서 이 모양일까요? 어떻게 이렇게 부족한 제 밑에서 우리 호두가 자랄 수 있을까요. 호두에게 이런 엄마라 너무 미안해요. 하나님 딸이 이렇게 밖에 못 살아서 창피하고 죄송해요.'


내 안의 불을 느낄 때마다 마음속에 기도를 했다. 화를 내지 말게 해 달라는 기도는 차마 나오지도 않았고, 그저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 모습 그대로 계속 하나님께 말을 걸었다.


부끄러운 반나절을 보내고 아기를 재웠다. 자는 모습은 또 어찌나 천사 같은지. 이런 천사에게 화를 냈다는 것에 또 마음이 저려왔다. 꾸역꾸역 식은 밥을 입에 욱여넣고, 책을 읽는데 하나님께서 책의 구절을 통해 나에게 말을 걸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는 그냥 청지기야. 물론 네가 육신적으로 호두의 부모이기는 하지만, 호두는 영적으로 나의 자녀다. 내 자녀는 내가 책임지지. 내가 할 것이다. 그저 너는 기도해라. 지혜와 인내는 내가 주마. 내일이면 바뀔 세상의 육아 유행을 따라 하지 말고, 시간의 풍파에도 변함없는 말씀에 뿌리를 두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호두는 내 자녀다.'


내가 하나님의 딸이라는 사실은 의심치 않았는데, 호두도 하나님의 딸이라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호두도 하나님의 딸이라는 아주 분명하고 중요한 사실을 나에게 자꾸만 반복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느끼며, 하나님께서 육신적 부모로서의 내 탈을 벗길 소망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화가 많으며, 아이의 작은 말과 행동에도 먼 미래의 일까지 생각하며 불안에 떠는 부족 하디 부족한 인간 부모. 그게 나의 모습이다. 그런 나만 생각하면 정말 잠이 안 올 정도로 육아가 걱정이 되는데, 하나님은 나에게 크나큰 오해를 하고 있다 알려주셨다. 나는 청지기일 뿐이었다. 하나님의 아이를 잠시 맡고 있는 것일 뿐이다.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 (에배소서 6:4)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언 22:6)


나는 정말 착각을 해도 너무 하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아이에게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올바른 삶에 대해 가르치고, 부모인 내가 올바른 삶을 제대로 사는 것, 그 두 가지였다. 나는 이 사실을 망각해왔다. 호두를 자주 노엽게 했고, 일관성이 없는 이런저런 세상의 훈육 방식을 짜깁기해서 아이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나약한 인간 부모인 내가 나의 화를 못 누르고 매번 좌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내 부족함을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셨다. 내가 할 일은 화가 날 때마다 하나님께 지혜와 인내를 주시길 간구하는 것이었다. 기도를 해도 또 화낼 수 있다. 그럼 또 기도해야 한다. 그렇게 자꾸만 기도하며 0.1cm라도 자라는 내 모습을 하나님은 바라고 계셨던 것이다. 나의 부족한 모습에 화가 나고 좌절되는 것은 나의 교만이 아니었을까. 나에게는 내 자신을 고칠 힘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그저 하나님 저 너무 부족해요 도와주세요 하는 낮은 자세가 내게는 가장 필요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두 돌이 다 되어가는데도, 2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여전히 청지기의 자세를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 부끄러운 사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매번 이럴 것 같다. 하지만 오늘 하나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에 귀 기울이며, 적어도 마음만은 가벼워졌다.


'호두는 내 자녀야!'


단호하게 말씀해주시는 그 음성이 내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선악과처럼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스러운 세상의 교육이 아니라 오직 주의 말씀으로 아이를 키우는 내가 되길 원한다. 하나님의 길은 오직 한 길이다. 호두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께서 이미 만들어 놓으신 청사진대로 커가면 된다.


내일 화가 날 때는 내 자신에 대해 좌절할 틈도 주지 않고 얼른 하나님께 SOS를 쳐야겠다. 그리고 슬며시 발을 빼야겠다. 호두는 하나님의 자녀니까 좀 하나님이 어떻게 좀 해주세요! 당당하게 요구도 해야겠다. 점점 책임을 회피하는 부모. 갈수록 뻔뻔해지는 부모. 그런 부모가 되고 싶은 이상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