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봄

by 빗소리

드디어 돌끝맘! 돌끝맘을 위한 축하 선물을 많이 받았지만, 가장 기뻤던건 1년의 시간 동안 4번의 도전을 했던 브런치에서 드디어 브런치 작가 합격 통지를 해준 일이에요.



아기를 낳은 뒤 엄마의 역할에 준비 없이 뛰어든 한 달을 보내며, 내가 없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의해 내 몸과 마음이 내 의지와 관계 없이 움직여져야 하는 경험은 사실 그렇게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어느 새벽 내 자신을 잃어간다는 느낌에 절박한 마음으로 평소 자주 가는 카페에 절실히 글을 써내려가던 기억이 떠올라요. 처절한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갔었어요. 밤수와 밤수 사이의 그 힘든 시간을 쪼개 글을 쓰며 저는 희미한 제 존재를 느꼈고, 그 실오라기 한 줄을 꼭 잡은 채 비로소 잠이 들 수 있었답니다.



한 해 동안 그렇게 힘들 때마다 글을 써내려가며 힘겹게 나를 나 아닌 것들로 만드는 모든 것과 투쟁을 했어요. 터질 것 같은 머릿 속 아우성을 하나의 글에 쏟아 붓고 나면 그제서야 살 것 같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원래 저의 꿈은 작가였지만,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다른 직업을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끊임 없이 글을 쓰라며 속삭이는 마음의 소리를 멀리할 수 없었어요.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틈틈히 글을 쓰다보면 작가로서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전업 작가처럼 필력이 훌륭하진 않지만,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어서요.



처음에는 단순히 언젠가 책을 내야겠다는 것 정도로만 목표를 삼았지만, 글을 써내려갈수록 책을 내는 행위만이 목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쓰고 싶은 책은 문장의 밀도가 높은 책, 좋은 문장이 많아 자꾸만 북마크를 하게 되는 책, 독자가 생각해왔던 것들을 대신 얘기해주는 것 같은 책, 돈이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참 이루기 힘든 꿈이죠. 그래도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최대한 목표에 근접한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해요. 블로그를 시작하고 이웃을 늘려가는 과정처럼 브런치에서 구독자를 늘려 가는 것은 힘든 작업이에요. 급하게 마음 먹지 않고, 블로그를 즐겁게 했듯이 천천히 한 명 한 명씩 늘려보려고 합니다. 때론 제 글이 실망스럽고, 때론 발전이 없는 것 같은 시간이 이어져도 그저 조금씩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오늘처럼 작은 성공에 뿌듯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요.



힘들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1년 참 수고 많았다고 브런치가 돌 선물을 해준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아이와의 두 번째 봄. 두 번째 시작. 올해도 엄마로서도 꿈꾸는 자로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며 내년의 제가 올해 같이 결실 속에 뿌듯하고 행복해길 소망합니다.



꿈보다 꿈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 속 작은 성공들의 행복을 믿으며. 당신의 올 한 해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겨울을 끝내고 마침내 꽃을 피운 나무의 뿌듯함으로, 우리의 내년 봄의 작은 성공 속에 행복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