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행복하길 바래

by 빗소리

마음의 피로가 꽤나 쌓였던 듯하다. 돌잔치 행사를 마친 어젯밤, 매우 피곤한 몸임에도 잔치의 여운이 길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새벽에서야 잠들었다. 퀭한 눈과 마음으로 교회에 다녀온 뒤 낮에 아기를 재우며, 가족 모두가 긴 낮잠을 잤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푹 놓고 잠든 것 같다.


행사의 규모가 작든, 크든 손님을 초대한다는 것은 사람을 긴장시키는 일이다. 혹시라도 준비 안된 모습과 부족한 정성이 손님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달 전부터 모든 준비를 빠짐없이 체크하고, 또 체크하며 시간을 보냈다. 몸이 피로한 것보다 마음의 피로가 컸다. 늘 마음의 기저에 깔린 '돌잔치'라는 돌을 얼른 마음에서 내려놓고 싶었다. 역시 남편과 나는 '행사에 적합한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던 듯하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지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훨씬 더 여유로워짐을 느낀다.


브런치팀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아기의 돌에 맞추어 작가 합격이 되었기에 돌 선물을 제대로 받았지만, 돌잔치와 브런치 합격이 겹친 주말은 무척 숨가빴다.


어렵게 얻은 소중한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까. 내가 원하는 언어를 쓰는 것과 내 언어의 행간을 분명히 읽어줄 독자와의 만남, 그 인연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머릿속에서 맞부딪혔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해서 나의 마음이나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책을 읽고, 마음속에 동동 떠다니는 언어의 씨앗을 글이란 땅에 심고 그 씨앗이 독자라는 양분을 만나 제대로 꽃 피워내길 바랄 뿐이다.


삶을 사랑하고, 읽고, 쓰는 행위. 내게는 세 가지 모두 꽉 차게 행복한 일이다. 구독자가 많은 브런치, 블로그. 내 이름으로 낸 책. 이런 큰 꿈도 소중하겠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꿈꾸는 자로서의 삶이다. 나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든, 어떤 성취가 곳곳에 있든 끊임없이 꿈을 꿀 것이고, 꿈을 위해 늘 부단히 노력하고 싶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 가끔씩 나타나는 성취들은 그저 내게 힘내라는 표지판이라 생각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꿈꾸는 삶은 고인 물처럼 썩지 않는다. 삶을 함부로 허비할 시간도 없다. 부단히 정진하는 엄마의 모습이 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의 딸 호두도 사는 동안 끊임없이 꿈을 꾸고, 꿈을 좇으며,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 자체를 행복해하는 사람으로 커갔으면 한다.


꿈을 이루는 것보다 과정이 더 소중한 삶. 목적지가 아닌 길 위의 행복이 더 중요한 삶. 나와 내 가족, 무엇보다 나의 딸을 위한 삶이 그런 삶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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