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는 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살아가기

by 빗소리

최근에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보신 적이 있나요? 우체통에 편지를 넣을 때의 기분은 어떤지 기억하고 계시나요?


저는 아직도 손편지를 쓰는 사람입니다. 펜을 잡고, 글자를 품은 그림을 그리듯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면 마치 내가 꽉 차있는 것만 같은 느낌의 편지가 완성됩니다. 글씨는 한 사람의 습관, 성격, 취향 등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산물. 그런 매체를 통해 나의 마음을 전달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에 가닿는 면적이 더 넓어지겠죠.


손편지를 쓰고, 손편지를 받습니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우체통이 있는 곳으로 가 편지를 넣는 기분. 몇 주 동안 집에 오고 갈적에 우편함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답장을 기대하는 그 마음. 카톡 메시지 하나가 줄 수 없는 깊은 맛의 소통입니다.


무언가를 손으로 오밀조밀 만들어 본 경험은 언제인가요? 저는 오밀조밀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책갈피를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평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그림으로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책의 글귀를 적어 선물했어요. 깜짝 선물이었는데, 받으신 분들이 한결 같이 정말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분 좋았답니다. 친구의 지인은 본인의 생일 때마다 특별한 물건을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한다고 해요. 작년에는 양말에 예쁜 수를 놓아 선물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 특별한 날을 정해 그동안의 감사함을 직접 만든 물건으로 표현하는 것도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내 생일에 남을 위해 선물한다는 것. 정말 멋진 일 아닌가요?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 가족들을 위해서 말고 내 자신을 위해서만 말이에요. 배달음식의 천국, 각종 인스턴트 요리의 천국인 나라에 살고 있지만, 저는 제 품을 들여서 요리해서 먹는 걸 가장 좋아해요. 몸이 지치고 힘든 날도 많지만, 조미료 넣지 않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어떤 한약보다 몸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에요. 육아를 하며, 스스로를 위해 요리한다는 것은 정말 사치스러운 일이지만, 저는 가끔씩 그렇게 제 자신을 온전히 대접해주는 그 시간이 스스로에게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하더군요.


더 빠르게, 더 간단히라는 구호를 여기 저기 마구 외쳐대는 것만 같은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살아가기. 참 어려운 일이고, 불필요한 일이라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계의 리듬과 인간의 리듬은 다르다 생각해요. 본래 인간의 리듬은 천천히 느릿느릿한 리듬이 아니었을까요? 마음이 급할 때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면 일이 의외로 잘 해결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많아요. 빨리빨리가 미덕인 사회에서 느리고, 천천히,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별나보일 순 있지만, 분명 스스로 그런 행동을 통해 본연의 리듬을 찾고, 마음의 건강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당신의 편지를 받는 행운을 누군가에게 꼭 나누어주실 수 있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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