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는 브랜드
나의 위치는 애매했다.
교감을 준비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것을 포기하곤 했다.
차라리 책을 써보라,
좀 더 공격적으로 브런치를 키워보라는
조언을 들을 때에도
남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제멋대로였다.
앞으로 가라 할 때 뒤로 갔고,
물러서야 할 때 앞으로 갔다.
직장에서도, 글쓰기 세계에서도
나의 위치는 종잡을 수 없는 지점이었다.
오늘에서야 드는 생각은
그냥 그게 나였다.
자식도,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들을 꼭 붙든 채
불리한 요건을 가지고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며
2%로 부족한 위치에 서는 것이
내가 원하는 거였다.
오래가려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과 함께 가고 싶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좀 더 기다리고,
솔직한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다.
나는
진심으로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왔다.
겨우 벽돌 하나씩 쌓으며 천천히 걸어가지만,
쌓인 벽돌들만큼은 견고하다.
낮지만, 단단한.
서두르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 있어줘서 고마워
엄마의 임종이 가까워 올 때
숨을 거두려는 엄마 귀에 반복했던 말.
“엄마, 내 엄마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딸아이가 잠들 때마다
눈이 감기는 아이 귀에 넣어주는 말.
“호두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진심이었다.
내 사람들이 내 삶에 나타나주어 그저 감사한 삶.
40여 년 나를 키워준 엄마와
6여 년 동안 육아라는 도구로 나를 성숙케 해준 내 딸.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 때에
내 몸에 일어나는 파장들에 집중해 본다.
우리 몸이 얼마나 감사에 예민하고,
사랑에 치명적인지(?)가 느껴진다.
우린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감정을
지금 이 순간 담뿍 느끼는 것.
슬픔이 많지만,
기쁨도 만만치 않은 삶이라 황송하다.
내일을 기쁘게 맞을 준비를 마치고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