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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an 26. 2024

있어줘서 고마워


# 나라는 브랜드


나의 위치는 애매했다.

교감을 준비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것을 포기하곤 했다.

차라리 책을 써보라,

좀 더 공격적으로 브런치를 키워보라는

조언을 들을 때에도

남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제멋대로였다.

앞으로 가라 할 때 뒤로 갔고,

물러서야 할 때 앞으로 갔다.


직장에서도, 글쓰기 세계에서도

나의 위치는 종잡을 수 없는 지점이었다.


오늘에서야 드는 생각은

그냥 그게 나였다.


자식도,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들을 꼭 붙든 채

불리한 요건을 가지고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며

2%로 부족한 위치에 서는 것이

내가 원하는 거였다.


오래가려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과 함께 가고 싶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좀 더 기다리고,

솔직한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다.


나는

진심으로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왔다.

겨우 벽돌 하나씩 쌓으며 천천히 걸어가지만,

쌓인 벽돌들만큼은 견고하다.


낮지만, 단단한.

서두르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 있어줘서 고마워


엄마의 임종이 가까워 올 때

숨을 거두려는 엄마 귀에 반복했던 말.

“엄마, 내 엄마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딸아이가 잠들 때마다

눈이 감기는 아이 귀에 넣어주는 말.

“호두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진심이었다.

내 사람들이 내 삶에 나타나주어 그저 감사한 삶.


40여 년 나를 키워준 엄마와

6여 년 동안 육아라는 도구로 나를 성숙케 해준 내 딸.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 때에

내 몸에 일어나는 파장들에 집중해 본다.

우리 몸이 얼마나 감사에 예민하고,

사랑에 치명적인지(?)가 느껴진다.

우린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감정을

지금 이 순간 담뿍 느끼는 것.


슬픔이 많지만,

기쁨도 만만치 않은 삶이라 황송하다.


내일을 기쁘게 맞을 준비를 마치고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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