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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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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an 30. 2024

1월 29일 감사일기

1월 29일

1. 피로 누적으로 오늘은 몸이 탈이 나서 좀 어려웠습니다. 저녁에 잠깐 잠들었는데, 자고 나니 한결 낫습니다. 회복을 위해 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 학교 난방기 청소로 인하여 하루종일 난방이 안되었으나, 방과 후 강사 면접이 3시간 정도 있어 출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추웠으나 이 또한 지나감에 감사합니다.


3. 12명의 강사가 떨면서 면접을 보는 걸 면접관으로서 지켜보니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잘나서 정직원이 된 것이 아니고, 그저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맞아 들어갔기에 우연히 된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의 떨림이 공감되어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경청하여 듣고, 성실히 메모하며 들었습니다. 면접관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저도 그분들께 예의를 다하기 위해 정장을 갖춰 입습니다..


면접. 내가 받고 있는 혜택들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직시하고, 성실함과 정직으로 제가 가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한 번 더 배우는 시간.  누가 잘나고 못나서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것은 운(믿는 자에겐 섭리)이라는 것.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또 배웠습니다.


4. 오늘은 왠지 출근하기가 싫어 아침에 마음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저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여러 번 다잡고, 샐러드를 먹으며 속을 가라앉히고, 좋아하는 커피를 먹으며 용기를 냈습니다. 오전의 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내고, 오후에는 성실히 일했습니다. 내가 참 기특합니다.


5. 안리타 시인의 시집을 읽었습니다.


시류에 타협하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를 지켜가자.


시집을 읽는 내내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 같은 책들은 제가 원하는 글쓰기가 아닙니다. 저는 위로를 위한 위로가 아니라 그저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고 싶고, 비슷한 일상을 겪는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가 공감 버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엇이든 억지로, 인공적으로 하는 모든 것들은 피하고 싶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시인의 책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6. 서영선생님께서 오늘 퇴근길에


선생님의 강점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생각이 분명해서 잘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게 오늘 같이 면접관 하면서 도움이 됐어요.


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만 하고 후다닥 가셔서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비슷한 말이라 감사했다.


부드러우나 단단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단단한 생각이 혹시 남에게 피해가 되는 건 아닌지 항상 기도하며 점검하고 싶다.


7. 하고 싶은 말 많고, 화가 나는 일도 많지만 참았다. 기도했다. 쏟아놓지 않은 말들은 기도가 되어 하늘 어딘가에서 흩어졌을 거라 믿는다. 화가 날 때는 주기도문이라도 외우자. 분노보다는 기도가 낫다.


8. 영상을 지나치게 보려는 호두를 혼내고 재웠다. 아직 엄마 말을 무서워하는 나이라 다행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훈육하며 키워야 할지 막막하다. 그렇지만 성실히 해나가자. 호두가 스스로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는 성숙한 어른이 될 때까지 잘 보조해 주자.


9. 차기 교무부장님께서 계속 인수인계를 이야기하신다. 나는 아직 일이 산더미이고, 인계를 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데. 그러나 성실히 앞날을 준비하는 후임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 일인가. 고마워하며 조금씩 준비해야지.


10. 하나님, 저 너무 쉬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몸과 마음이 지쳤다는 신호래요. 올해는 쉴만한 학교에 갈 순 없을까요.


요즘 난 이런 기도를 해왔다. 엄마 돌아가신 뒤 부정적인 감정에 안 빠지려 일부러 바쁘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조금 쉬고 싶단 마음이 든다. 그러나 지금 후보지에 있는 학교들은 도저히 쉴 수 없는 곳들이다. 앞으로 내 행보는 어찌 될까. 어느 곳에 가든 순종할 것이고, 알맞은 방법으로 안식할 수 있는 방도 또한 마련해 주실 것을 믿는다. 믿고 기다리자.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 너머에 크신 뜻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자.


왜 이런 학교에 왔을까 싶던 지금의 학교도 지나고 나니 정말 훌륭한 친구들을 만난 장이었다. 뭐든 지나고 나서야 참뜻을 알게 되는 것이다. 18년 동안 3개의 학교를 거쳤다. 하나 같이 다음 행보를 위한 빌드업이 되어 준 장소였다. 어떤 곳이든 하나님의 선택은 옳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믿는다. 기도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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