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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 May 06. 2019

백점짜리 숙소찾기 여정

과연 찾을 수 있을까?


항상 여행을 준비할 때 처음으로 알아보는 것은 숙소인것 같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항공권과 숙소가 선두를 다투지만 항공권은 이왕이면 가장 싼 것을 찾는 수준이라면 숙소는 많고 많은 조건 중에 고르고 골라 한 곳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요구하는 곳이다.


정작 여행을 가면 막상 숙소에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숙소에 연연하게 된다. 그리고 편안하고 안전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내 속에 그렇게 많은 기준이 숨어있는 줄 이제서야 조금씩 깨달아 가는 것 같다.


치앙마이 그린타이거 하우스

작년 11월 가족들과 함께 떠났던 치앙마이 여행에서 가족들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그린 타이거 하우스. 가뜩이나 가족 여행이나 고민고민끝에 결정한 숙소였는데 퍼펙트하지는 않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가족들의 마음을 자극하여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숙소. 나도 분명 좋았는데 다시 또 갈래? 하면 글쎄. 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그래서 곰곰히 고민해 본 결과, 내 마음 속에 숙소 별점은 10점 만점 기준으로 신기하게도 0점은 없지만, 10점도 없더라. 묘하게 2점과 8점 사이를 오르내리는 알다가도 모를 나의 숙소 기준.


 

2007년 유럽 배낭여행 스위스 인터라켄 숙소 Rossli

빨강머리앤에서 나올 것 같은 다락방느낌이 물씬나는 이 숙소는 사실 여러모로 특이했다.


개인적으로 잡은 숙소는 아니고 여행사에 요청해서 잡은 숙소였는데, 분명 직원에게 듣기는 화장실은 객실과 분리되어있지만 개인용이라고 했고 리셉션의 주인 할아버지도 그렇다고 했지만 같은 층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키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샤워볼은 누군가가 사용하는 통에 풀어헤쳐져 있었다. 방이 아주 조그마했는데 침대 바로 반대편에 세면대가 있어서 당황했다. 주인 할아버지가 계속 취사도 안된다, 취식도 안된다 설명해주는데 무슨 무개념에게 하듯이 강조 또 강조 하고, 아침 조식먹을 때는 안내해주는 자리에만 앉아라, 좀 많이 떠갔더니 너희 이거 둘이 나눠먹을거지? 하면서 계속 기분 나쁘게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와서 사진을 다시 보니 이상하게 좋더라. 다락방에 로망이 있어서 그런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나의 별점.

글 쓰려고 검색하다보니 아직도 있어서 신기했다. 10년도 넘은 유럽여행때 갔던 숙소들이 아직도 나오는 걸 보면 호텔들은 생각보다 한번 만들어지면 오래 유지가 되나보다.


2016년 대만 그린월드중화 시먼딩

동생과 대만에 갔을 때 썼던 트윈룸. 구조가 매우 독특했다. 보통 트윈룸은 침대가 나란히 놓여있는 곳이 많은데 세로로 길게 뻗어있었다. 신기하다 했는데 나름 유용했다. 가운데 소파에 앉아서 뭐 먹기도 좋고, 화장실 자주 가는 사람이 화장실쪽에 자기도 좋고. 각자 머리맡에 콘센트 꼽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 잠들었다. 방음도 조식도 그닥이었지만, 그래도 구조하나로 뇌리에 박힌 숙소. 이번에 간 숙소도 트윈룸인데 침대가 떨어져 있는 구조였는데 꽤 편하더라.


2016년 통영 훌훌게스트하우스

독립되고 조용한 공간을 좋아하는 터라 되도록 혼자 쓸 수 있는 숙소를 많이 잡는데 난생처음 예약해봤던 게스트하우스. 그것도 도미토리 6인실. 아마 저때 굳이 저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이층침대에 쳐져있던 저 커텐이 마음에 들어서였던 것 같다. 사실 말이 게스트 하우스지 비성수기 평일이라 묵는 사람이 전체 통틀어 5명 될까말까. 그래도 나름 같은 방에서 나와 이름이 똑같은 동갑친구를 만나 야경 구경도 가고 회도 먹은 즉흥적인거 싫어하는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경험. 그럼에도 다시 언젠가 혼자 여행을 간다면 아마 나는 호텔을 잡지 않을까 싶다.


2019년 파주 글램핑 레스피아

가장 최근에 묵었던 숙소인 파주 글램핑장. 캠핑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에 나름 고르고 골랐으나 결론은 다시는 캠핑은 하지 않는걸로 땅땅. 분위기 내고 싶으면 고기를 구어먹을 수 있는 팬션에 가자, 가 나의 결론. 그런데 또 이러고 다른 데는 괜찮지 않을까 하고 갈수도.






작년에 무리해서 올해는 여행 못가겠지, 했는데 어떻게 흘러흘러가다보니 상해 여행을 잡았고 이제 출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긴 고민끝에 예약한 숙소는 '캄파닐 상하이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 호텔'과 '상하이 디즈니랜드 호텔' . 일부러 그런것은 아닌데 블로그 리뷰가 거의 없는 숙소라 매우 두근두근 거린다. 호스텔 예약을 했다가 방 대비 너무 비싸 시내와 조금 떨어진 숙소를 하나 잡았고, 토이 스토리 호텔과 고민하다가 조금 더 클래식한 디즈니랜드 호텔을 예약했다. 과연 이 선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이제 일주일 앞으로. 투 비 컨티뉴 :D



생각보다 내가 살면서 묵은 숙소가 많아서 사진을 보면서 신기했다. 조금 더 많은 숙소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건 또 언젠가 쓸 기회가 오겠지. 백점짜리 숙소를 만나기 위한 여정을 하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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