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외여행에 별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여행기를 듣는 간접경험만 해도 피곤하다고 생각하기 일쑤고, 반복하며 자리잡은 일상이 며칠씩 흔들리는 것도 싫어한다. 비싼 가방이나 옷 따위를 지르고 근근이 생활하며 할부 카드값을 갚아 나간 적은 있어도 여행을 위해 카드를 긁어본 적은 없다.
나는 그다지 수다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업무 시간에는 메신저를 이용한 채팅을 아주 즐긴다. 주의를 분산하는 것이 오히려 집중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핑계). 여름이 끝나가던 무렵, 평소처럼 가장 자주 쓰는 채팅방에서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고 있었다. 다섯 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세 명이 남은 이 채팅방에서 이안은 내 대화 단짝이다. 올해(2025년) 들어 이안이 해외여행에 재미를 붙여, 틈이 나면 다녀오곤 했다. 다음 여행은 어디를 갈 거냐는 말끝에 '이집트!'라는 대답이 날아왔다.
-오, 이집트! 멋지다
-그치? 언니, 근데 내 주변은 이해를 못 해.
-왜? 재미있겠는데.
-이집트 갈 시간이면 차라리 유럽을 간대.
이안은 이집트를 여행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했다. 이번에 여행할 마음을 먹었는데, 같이 갈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패키지 여행과 자유여행 사이 여비 차가 100만원 이상이라, 자유여행을 먼저 알아볼 생각이라고.
-그치만 이안아, 혼자 여행은 정말 말리고 싶어.
여행에 일가견이 있는 건유가 말했다. 이집트의 치안이 걱정스럽다고.
이안도 정 동행을 못 구하면 패키지 여행을 찾아보겠다고 답한다.
나는 그 채팅창을 바라보다가 불쑥 나섰다.
-이안아, 내가 같이 가도 되겠니?
이안이는 나더러 아이들이 있는데 괜찮겠냐고, 남편과 잘 상의해보라고 말했다. 물었더니, 남편은 선뜻 '가라'고 한다. 그가 방학으로 집에서 쉬며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 때 가면 상관없다고. 교사는 방학이라는 장점이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정말로 이안과 해외여행을 떠나게 생겼다. 이안도 기뻐하고, 나도 기뻤다.
몇 달 동안, 대문자 J인 이안의 여행 준비가 시작되었다. 나는 집안을 샅샅이 뒤져, 신혼여행(2018년) 이후 쓴 적 없는 여권을 찾아냈다(분실 안한 게 다행이다). 이안은 특가 중의 특가라 할 만한 왕복 항공편을 예약해냈다. (인천-북경 경유-카이로 왕복 항공권을 약 68만 원에 구입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는 동안, 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집트로 여행을 떠날 거라고 떠들었다. 이안도 그랬다.
왜?라고 물으면, 나의 대답은 '글쎄, 좀 충동적으로 결정했어요.'
이안은 아마 '내 버킷리스트예요!'라고 말했겠지.
출근에 쫓겨 지내다 보니 계절은 금세 바뀌었다. 12월이 시작될 때만 해도 내가 여행을 떠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는데, 연말이야말로 냉정하다 할만큼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새해가 밝자마자 떠나는 일정. 그 날이 진짜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