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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an 25. 2024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 나 같은 자영업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렇다. 나 같은 자영업자들은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산다. 오늘 번 돈으로 오늘 하루 생활비를 하고, 오늘 번 돈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오늘 번 돈으로 공과금을 낸다. 그렇기에 하루를 쉬거나 하루 장사를 망쳐버리면 오늘 하루가 힘들어지는 거다. 그래서 아파도 쉴 수가 없고,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가 없다. 



작년 겨울 급성충수염으로 입원을 한 적이 있다. 평상시와는 다른 복부에 통증이 지속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저녁에 응급실에 갔는데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내 아픈 몸을 걱정하기보다는 ‘내일 당장 편의점은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주변 도움으로 편의점은 문을 열었고, 나는 수술하고 하루 만에 복부에 피 주머니를 차고 출근을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겨울이라 피주머니를 패딩 속에 감출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자영업자에 삶이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하는 서글픔이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살다 보면 예기치 않는 일들이 벌어진다. 오늘 하루 좋은 일이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일은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나에게는 하루에 불행함은 큰 절망으로 다가왔고, 하루에 행운은 지속가능할까 하는 불안감과 반대되는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나 같은 자영업자에게 하루 중 가장 커다란 불행은 매출 하락이다. 반대로 행운은 매출 상승이다. 모든 장사가 그렇겠지만 매번 잘 되는 장사는 없다. 잘 되는 날이 있으면 반대로 안 되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날이 춥거나 하면 매출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이 밖에 잘 나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방문하는 객수가 확연하게 줄어든다. 그러면 그런 날은 속으로 ‘아 이제 망했구나...’ 하며 하루종일 풀이 죽어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매출이 오른 날이면 속으로 ‘거봐 되잖아!!’하면서 기뻐한다. 약간 주식투자 같다. 파란색을 보며 기가 죽었다가 빨간색을 보며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이.     



그렇게 일희일비하는 날들이 계속 됐다. 내 감정은 계속 널을 뛰었다. 한 곳에 계속 장사를 하다 보면 ‘패턴’이란 게 생긴다. 어느 시간대에 손님이 몰려들고, 어느 시간대에 한가한지 리듬 같은 것이다. 그럼 대충 아 지금쯤 몇 명 정도의 손님이 들어왔고, 이 정도에 매출이 나왔겠구나 하는 감이 온다.      



그러다 우연히 뭔가를 깨달은 날이 있었다. 매출이 일정하게 나오고 있던 어느 날, 그날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손님이 없었다. 보통 이 시간이면 기본적으로 이 정도의 사람은 오는데, 그날은 유난히 손님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또 속으로 ‘아 오늘 망했다’라를 연신 내뱉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떨리는 마음으로 실시간 매출현황을 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전날보다 매출이 훨씬 높았다. 아마도 단가가 높은 상품들을 많이 판매했던 모양이다. 평상시와는 다른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어 내가 미쳐 인지를 못했던 모양이다. 그 후로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매출이 높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날들이 전날 보다, 혹은 전주대비 매출이 높았다.      


세상 모든 것이 매번 잘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매번 안되리라는 것도 없다. 좋은 일이 있으면 반대로 안 좋은 일도 있기 마련이다. 그 두 가지가 공존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세상에 좋은 일만 가득하다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을 것이다. 반대로 불은 장애물을 태우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안 좋은 일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일희일비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전혀 없다.     



삶을 의연하게 바라보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진리를 깨달으면 잘 났다고 으쓱할 것도 없고, 못났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어진다. 좀 더 겸손한 태도로 살아갈 수 있다. 편의점을 오픈하고 그다음 해에 장사가 잘됐다. 그때 꽤나 성공한 젊은 청년이라도 된 거 마냥 주접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일희일비하며 살아가지 말자. 우리의 삶은 위아래로 요동치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결국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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