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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크크 출간에 대한 소감

책을 내고 싶은 작가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출판사들

by 비움

책이 왔다.

5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쓴 '성공을 만드는 1%의 차이'이다. 올 6월, 며칠간 이 책의 한 챕터를 썼고, 다른 작가들이 다 쓰기를 기다리느라 비로소 11월 중순이 넘은 지금 책을 받은 것이다.

공저이긴 해도 '내 책이다'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드는 건 아니다.


책이 기본 사이즈보다 조금 작아서 귀엽다. 그런데 글씨가 12포인트로 들어가서인지 조금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설고 어색하다. 조금 촌스러운듯해 보이기도 하고. 이 외에도 넘버링이랄지, 뒷표지 글씨가 크고 길어진 느낌이랄지, 편집 상태가 썩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편집하느라 고생한 이주현 작가님을 생각하니 불평을 할 수가 없다. 편집을 하고 잇몸이 부어 병원을 다녀왔다 하니.

자가 출판 플랫폼 부크크를 통해 출판했다. 이 책에 대하여 표지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에 거의 관여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부크크는 작가들이 직접 편집을 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좋은 점이 많았다. 일단 출판비용이 표지나 교정 부분을 빼면 거의 없었다. 물론 작가가 처음 출간 시 구입하는 비용은 예외이지만 말이다. 그것도 강제는 없다. 원하는 양만큼만 주문할 수 있고 할인이 된다. 인세는 35% 이지만 외부 유통채널 이용 시 15%로 제공되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 24 세 곳의 대형 서점에 입고할 수 있다. 대충 알아본 이 정도만의 조건으로도 꽤 괜찮다고 여겼다.




책을 한 권 출판하기 위해서는 난관이 많다. 작가들에게는 책을 쓰는 것만큼이나 출판 스트레스가 있다. 투고를 통해 출판을 해도 기본적으로 개인 비용이 들어간다. 아주 인지도 높은 작가들, 또는 브런치 같은 데서 기획적으로 밀어주는 작품을 제외하곤 대부분 그럴 것이다. 나도 첫 책을 출간할 때 투고를 통해 했지만 작가한테 떨어지는 게 거의 없어서 시간이 지나니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잇속만 챙기는 출판사에 정이 떨어졌다. 출판사는 책을 출간하고 서평단을 모아 책의 후기를 인터넷에 올려 광고하는 역할과 전국 서점에 책을 뿌리는 일등을 한다. 책이 잘 나가지 않아도 사실 출판사는 거의 손해가 없다. 초기 비용을 작가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일단 책을 출판하고픈 간절한 마음에 조금은 불리해 보이는 계약을 하곤 한다. 순진한 신인 작가들, 책 한 권 내보고 싶은 작가들의 마음을 이용하여 이득을 챙기는 출판사들의 모습이 눈에 뻔히 보인다. 물론 어떻게 계약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출판계가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한다. 손해 보면서 책을 출판하지는 않을 테니까. 책을 출간하여 엄청난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않은 다음에야 거의 책으로 돈을 벌기가 힘든 우리나라 작가들의 현실, 책을 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작가들의 입장이 많이 안타깝다.




경험을 토대로 책을 어떻게 출판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1인 출판사를 내서 개인적으로 출간을 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1인 출판하는 작가에게 물어봤더니 제발 나더러 하지 말라 한다. 세금을 비롯해 귀찮은 일이 너무 많다고, 나 같은 성격은 더군다나 그런 일 못할 거라고. 해서 바로 접었다.

또 개인적으로 아는 잡지 출판을 하는 분에게 물었더니 자유롭게 원하는 양을 출판해 줄 수는 있지만 최소 권수가 100권 이상이어야 한다고. 그래야 자신들이 손해를 안 본다고 했다. 또 출판하는 거 외에 서점으로 입고하는 일은 따로 해주지는 않는다 했다. 서점으로 입고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내가 소장하려고 책을 낸 것도 아니고, 책은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돈을 벌든 안 벌든 일단 그게 작가의 책쓴 보람이니까.


이래저래 출판이란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첫 책 출간 후 지긋지긋한 생각이 들어서 나는 책을 쓰지 말까 했었다. 한데 시간이 지나니 또다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돈은 못 벌어도 책은 계속 쓰고 싶었다. 어떻게 출간을 하는 게 가장 현명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조금씩 하며 원고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부크크를 알게 되었다. 살펴보니 브런치에도 부크크를 통해 출간한 작가들이 많았다. 작가들에게 큰 난관이 되는 출판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크크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부크크에서 출간한 책들이 많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크크도 돈을 벌고 작가들도 수입이 되고, 무엇보다 부크크가 성공한 출판사의 모델이 되어 이같은 자가출판 플랫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오래도록 잘 운영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작가와 부크크 모두 윈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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