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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Oct 26. 2023

감사기도

#기도 #요양원 #꼰대 #인권

석달전, 요양원에 7년간 계신 엄마를 집으로 모셔 왔습니다.

처음에는 손수건 한 장 접을 힘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속옷을 비벼서 빨 수 있게 됐습니다.

열 걸음 걷다가 힘들다고 주저 앉았는데

지금은 700미터 공원 두 바퀴를 돕니다.

하루에 엠앤앤즈 초코렛 같은 알약을 대여섯개씩 먹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안드십니다.

잠도 잘자고 식사도 잘하고 볼 일도 잘 봐서 신기합니다.

그런데 건강해지니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일어나서 운동하시라고 하면 떼부리고 자기 주장이 생겨 화를 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엄마의 건강이 나빠질까봐 염려되는게 아니라 제가 뒤치닥거리 할까봐 화가 납니다. 떼쓰고 누워있는 엄마의 이불을 거세게 당기며 당장 일어나라고 소리쳤습니다. 갑자기 화를 낸게 제 몸으로 와서 그날 이후 허리가 아파 몸이 굽어져 아팠습니다.   


한없이 옹졸하고 속좁은 하나님 엄마한테 화 냈다고 이러십니까. 당신이 그정도인줄 제가 알았나이다.


그날 저녁 섬진강에 자전거 여행을 갔다온 교회 집사님이 어머니 드시라고 감 한상자를 들고 오셨습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데 엘레베이터 없는 집까지 올려다 주시고 제가 매고 있던 가방에는 '이게 게르마늄 고구마라'라며 한가득 담아 주셨습니다. 


한없이 자애롭고 넓으신 하나님, 당신이 그럴줄 제가 알았나이다.


운전석 앞자리에는 환갑을 넘긴 다른 남자 집사님 두분이 허연 이를 드러내며 해맑게 인사를 건냈습니다. 검은 도화지 같은 골목길에 성근 은회색 머리 카락을 한 남자 집사님들을 보니 '꼰대'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중년 남성이 마주오면 괜시리 피하게 되고 남편의 고집스런 얼굴과 표정을 봐도 '꼰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내 주변 사람을 그 단어와 연결하게 됐을까. 언론을 통해 메갈, 꼰대, 맘충과 같은 불특정 다수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보도되고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해서는 축제를 지원하고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는 법이 제정됩니다. 이 사회가 선택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고 다른 면에서는 차별과 혐오를 적극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비판하게 하시고 깨달을 수 있는 혜안을 주시길 바라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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