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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보다 상극

#팔도감 #박문수 #상서단감 #요양원 #온라인쇼핑몰 #사주명리 #젊은농부

by 가쇼

유튜브에 나온 젊은 농학사 농부의 단감을 샀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와 일하시는 분들 드시게 하려고 10kg짜리를 주문해서 보냈다. 살짝 연두빛 감이 아삭한 식감을 연상케 했다. 저탄소 재배에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를 받았다고 해서 더욱 신뢰를 했다.


며칠뒤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의 시설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보호자님! 단감 잘 받았습니다"


"아 네 제가 상품을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주문한거라 좀 어떤가요?"


"네 몇 개가 좀 물러서 그것부터 먹었습니다.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지... 유튜브 봤을때 좋아 보였는데' 전화를 끊고 조금 언짢았다. 얼마나 무른지 상상 하다보니 물컹물컹해져 오래된 단감이 떠올랐다. 마침 단감을 구매한 팔도감 쇼핑몰에서 상품 후기에 대한 요청이 카톡으로 왔다. 일단 평점 별 1개를 주고 상품에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안내를 해달라고 썼다.


고객센터에서는 문제가 된 상품의 사진을 첨부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다음날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 잘못된 감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해서 사진 첨부를 했다.


KakaoTalk_20241211_103815268_04.jpg


그러자 생산자가 요양원으로 전화를 한 모양이다. 요양원 시설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생산자 입장에서 더 보내주고 싶은 마음에 초과로 더 넣었는데 그게 배송중에 부딪히면서 상한 것이었다. 사정을 듣고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후기를 수정하려고 쇼핑몰에 접근했다. 그런데 수정이나 삭제 기능이 없어 난처했다.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단감을 생산한 청년 농부였다. 그의 말이 10kg짜리는 처음 팔아보는데 어른들 드시라고 더 넣은게 문제가 됐던 것 같다며 다시 보내려고 하니 택배비에 이것저것 부대 비용이 더 들어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며 하소연 했다. 그는 플랫폼에서 자동으로 보내는 문자를 계속 받고 있어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다시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뒤 플랫폼 고객센타에서 여자 상담사가 전화를 했다. 생산자와 상품의 하자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결했냐는 것이다. 서로 잘 마무리가 됐다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뒤 남자 상담사가 전화가 와서 같은 질문을 했다. 똑같은 답변을 했다. 그러자 후기를 쓴 부분에 대해 조심스레 언급 했다. 그래서 후기를 수정해서 전후사정을 쓰고 싶은데 그런 기능이 없어서 못했다고 하니 삭제를 해도 되는지 묻길래 흔쾌히 동의했다.


1박2일 동안 후기 하나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통신을 하며 불필요한 움직임을 했는지 헤아려 봤다. 사실 예상대로 흐른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상생보다 상극을 통해 더 발전하고 배우게 되며 재화를 오랫동안 취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사주 명리 공부를 하면서 배웠다.


무조건적인 상생이 아닌 상극을 받아야만 제화가 돼서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명제가 단감 사건을 통해 아프게 찔러본 것이다. 수십년간 사이트 개발일을 하면서 별 것 아닌 기능을 만들려면 디자인과 DB 작업, 보이지 않는 페이지를 만드는데 시간과 비용이 드는것을 알기 때문에 플랫폼의 대응이 꽤 만족스러웠다. 도대체 팔도감이라는 사이트는 누가 운영하는거지? 어떤 회사가 만든건가 궁금해 졌다.


어쨌든 내가 먹을 단감을 5kg 주문했다.


KakaoTalk_20241212_215943376.jpg 팔도감 전남영암 박문수 단감


다음날 받아보니 보름달 같은 싱싱한 단감이 6kg 가까이 왔다. 농사짓느라 얼마나 고생 했을지 농사 짓던 외가집에서 자란 사람으로써 안봐도 비디오였다. 플랫폼을 운영했던 경험으로 봤을때 나같은 일개 소비자를 일일이 대응하느라 얼마나 수고스러웠을지 과부 마음은 홀애비가 안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긴 했다. 평소 효도가 제대로 안하면서 요양원에 나쁜걸 보낸 것 같아 부지런을 떨었다.


연두빛이 감도는 상서 단감은 생산시기가 길지 않다고 한다. 서너개를 썻어서 먹어보니 아삭아삭 식감에 단맛이 돌아 침이 고였다. 앉은 자리에서 3개를 먹었다. 배송중에 다치는 녀석들 때문에 더 보내준 마음이 느껴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여기 저기 자잘한 모임에 있는 카톡방에 공유 하기를 눌러 홍보를 시작했다. 내 말을 믿고 바로 구매했다는 메시지를 준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운영하는 먹스타그램에도 올렸다.


젊은 농부의 좋은 선행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 듯 해도 더 많은 매출로 이어지길 것이다. 덕분에 요양원에서 딸을 기다리는 엄마를 보러 가니 그가 생각하지 못한 선한 일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누구는 생산하고 누구는 유통하고 누구는 홍보하고 누구는 맛있게 먹으며 서로가 서로를 이어주는 상생 상극이 있기에 꼭대기와 다르게 밑바닥은 온기가 돌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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