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구를 들다 #장례식 #일산병원 #서울시승가원 #화장장 #젠더감수성
며칠전 아들의 병간호를 그린 분의( https://brunch.co.kr/@biya72/41)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집사님 내일 가실거죠?"
목사님 전화가 왔다. 네 가야죠 했더니 운구 들으실 분이 부족하다고 하셨다.
"여자가 들어도 돼요?"
"그럼요"
"그럼 제가 들을게요"
남자 교우 카톡방에서 운구를 들을 사람 4명이 자원을 했는데 6명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그때까지 운구를 몇 명이 드는지 몰랐다. 모두 내 일이 아니였으니까. 나까지 5명, 1명이 부족한데 설마 당일날 말 안하고 오시는 분이 있겠지 했다.
운구를 들겠다고는 했는데 나 스스로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내일 장례식장 갈래? 교회 집사님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운구 들을분이 안계시대"
"그거 엄청 무거워, 예전에 운구들고 1km 걸었다가 죽는줄 알았어 못들어"
"그래? 내가 들겠다고 했는데"
"못 들을텐데..."
속으로 걱정이 됐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다음날 새벽 목사님 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면서 운구를 들겠다고 하신분들이 누군지 이름과 숫자를 떠올리며 내가 들면 이상하려나? 남자 집사님 4명하고 나까지 5명인데 누가 더 오겠지 하고 전날 같은 걱정을 또 했다. 지하1층 안치실로 갔다. 모르는분이 한 분 오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인이 되신 막내 아드님이셨다. 6명, 숫자가 맞았다. 상주 부인 되신분이 내가 운구를 든다고 했더니 눈동자가 커지면서 네? 하고 놀라셨다. 그걸 어떻게 드냐며, 무겁고 또 여자가 드는게 낯설고 걱정이 되는 눈빛이 서로 교차됐다. 그러게요.
하얀 장갑을 받아 끼고 안치실 앞에서 일렬로 서 있는데 장례를 안내하는 남자분이
"저기 운구 드실분만 여기 계시고 여성분은 나가주세요"
하길래
"저도 들거예요"
소심하게 말이 나와 남자분들이 들으세요 하길래 목사님이 성경책과 짐을 든채 내 대신 6번 손잡이를 잡고 소형 운구 차량에 안치했다.
운구차량은 1층 주차장으로 이동해 대형 차량으로 옮기는 절차를 한번 더 밟아야 했다. 목사님이 운구차량 앞에서 예배를 주관하시려고 준비하는 중에 손짓, 발짓으로 본인 대신 들으라는 사인을 막 보내셨다. 여자분은 안돼요 라는 분의 눈치를 한번 보고 얼른 6번째 손잡이를 잡으니 '결국 잡으시네' 하는 말이 들렸다.
그때까지 운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옅은 나무색에 하얀색 공단천으로 씌워져 있고 위에는 십자가 표시가 있었다. 손잡이도 잡기 편하고 예쁜 모양이었는데 남편이 무겁다는 말에 마음을 다잡고 들어보니 생각보다 가벼웠다. 운구를 들어 차량에 앞바퀴와 뒷바퀴 가운데 사이 공간에 넣었다. 앞머리를 먼저 넣어 비스듬히 한 뒤 뒷쪽에서 방향을 잡아 일자로 놓았다. 그 앞에서 고개숙여 다시 한번 예배를 했다.
화장장에 도착해 먼저 도착해서 화장을 하는 분들이 들어가기를 기다리며 다시 한번 운구 들을 준비를 했다. 비가 누가 더 가늘까 경쟁하듯 아주 작은 크기로 조각조각 날렸다. 운구 차량이 횡렬, 종렬로 겹겹이 세워진 화장장 입구에 겹겹이 세워진 차량 옆에 순서를 기다렸다. 시동을 켜놓은 차들에서 나오는 매연이 쾌쾌했지만 차들이 순식간에 이동해 우리 차례가 왔다. 운구를 화장장으로 이동하는 카트 위로 옮겨야 했다. 아주 짧은 거리지만 운구를 들고 걷는데 앞 분의 뒷목을 자꾸 밟으며 걸었다. 보조를 맞추고 나 때문에 균형이 깨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애를 썼다.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무게가 이정도인가 싶으면서 그동안 우리 친인척이 돌아가셨을 때 누가 운구를 들었지 하는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 돌아가시면 집사님한테 부탁해야지 하는 품앗이 마음도 들면서 카트에 옮겨진 운구를 화장장 대기실까지 이동했다. 병간호를 하던 집사님이
"엄마 그동안 행복했어"
하며 운구를 한번 안았다. 어떤 중년 여성분도 내가 잡은 6번 손잡이 모서리에 머리를 묻고 우셨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 대기실로 올라가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평소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찬송가를 불렀다. 30분가량 예배가 끝난 뒤 고인의 화장이 진행됐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2시간 걸리던게 1시간 30분으로 빨라졌다는 얘기를 누군가 했다. 화장장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을 받는게 좋기 때문이란다. 상주 입장에서 빨리 보내드리는게 좋은건가 싶었다.
목사님과 돌아오는 차안에서 장례 지도사 분 말이 생각나 그분 젠더 감수성이 조금 떨어지시는 것 같다고 했다. 운구는 남녀를 떠나 고인에게 애정이 있고 관계있는 사람들이 들면 되는거라고 하셨다. 10년전 시아버지 운구를 들었던 분들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이제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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