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술인재 양성’의 전당
[취재/글: 이준동]
국내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술의전당’은 1988년 음악당과 서울서예박물관, 1990년 한가람미술관과 예술자료관, 1993년 오페라하우스 완공· 전관 개관하며 현재 연간 3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심기관이다. ‘문화예술 창달’, ‘국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설립 목적에 따라 7개의 공연장, 3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전시가 쉼 없이 열리고 있다.
2023년은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관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을 만나 관객과 소통하며 더욱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예술의전당’ 이야기를 심도깊게 들어봤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안녕하세요. 예술의전당 사장 장형준입니다.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이자, 서울대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육자였으나, 작년 6월부터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해 연주자와 교육자로서의 역할은 잠시 내려놓고, 대한민국 대표 예술기관인 ‘예술의전당’ 운영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전용 예술 공간으로 건축된 예술의전당은 여러 예술분야중에서도 오페라, 발레, 연극, 클래식 악기의 연주 등에 적합한 공간으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이들 장르의 진흥과 향유 인구 확대를 위해 건립된 오페라하우스, 음악당, 미술관, 디자인 미술관, 서예관으로 총 5동의 건물로 이뤄진 복합문화공간입니다. 특히 각 장르별 특성을 고려하여 건축된 전용 공간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예술의전당은 완성도 높은 예술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지난 30여년간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은 국·내외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그 상징성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연주자로 또, 예술 교육자로 걸어왔던 저의 경험들이 예술의전당 정책에 일조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매우 저를 고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또 새로운 비전을 계획하고 선보이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저의 예술적 역량이 보탬이 될 수 있어 보람되면서도 그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장형준, 음악과의 인연
저는 유년시절, 음악을 배우던 누님들을 따라 피아노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정작 누님들은 나중에 미술 쪽으로 재능을 키우셨지만, 저는 피아노의 매력에 빠져 연주자의 길까지 걷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조성진, 임윤찬 군 같은 남성 피아니스트들이 많아졌지만, 제가 공부하던 당시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전공을 하기까지 고집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제가 몸담고 있는 예술의전당은 개관 초기부터 제가 재직하던 학교 다음으로 즐겨 찾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척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연주자 혹은 관객이 아니라, 경영자로 이곳에 출근하는 기분은 분명 남다른 점이 있습니다.
예술의전당과 순수예술
예술의전당이 추구하는 순수예술에 대해 쉽게 풀어 말씀을 드리자면, ‘순수예술’이라는 표현은 대중·소비자들의 심리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상업예술 또는 대중예술과 비교하기 위해 상대적인 의미라고 이해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순수예술이라고 해서 대중과 마냥 괴리된 것이 아니고, 상업예술이라고 해서 예술의 순수성이 훼손된 것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구분하기 위한 상대적인 의미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러한 순수 예술에 오페라, 발레, 클래식 악기 연주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장르들은 만약 상업적인 가치를 가장 우선시한다면 사실 요즘 시대에는 보기 힘든 장르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장르들은 오랜 시간 인류의 문화와 함께하면서 많은 새로운 예술 장르의 근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순수예술은 다른 예술 장르보다 지속적으로 지켜내고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순수예술의 진흥과 육성을 목표로 탄생한 예술의전당이 그 목적에 맞는 예술 행사들을 더 많이 열 수 있도록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바램이자 기조입니다.
예술의전당, 장르에 특화된 무대
‘오페라’를 예로 들어 설명 드리자면, 뮤지컬과 달리, 성악가의 온전한 발성을 들으며 감상하는 장르로서 보통 별도의 확성장치없이 공연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마이크와 같은 확성 장비 없이도 4개 층의 극장 곳곳에 성악가의 발성이 들릴 수 있도록 설계된 전용극장입니다. 이러한 전용 극장을 통해 관객들은 ‘오페라’ 라는 장르를 좀 더 완성도 높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술의전당이 가진 이러한 전용 극장들을 통해 건립 취지에 맞는 장르를 좀 더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오페라의 경우, 성악, 무용, 오케스트라, 무대 미술까지 다양한 순수예술장르가 복합된 장르로 오페라 장르의 육성만으로도 많은 순수예술분야가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페라 외에도 예술의전당은 올해에 현대 음악을 소개하고,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를 위한 예술의전당
너무나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과 같은 분들 덕분에 클래식 분야에서의 한국의 위상과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관객, 즉 소비자의 경우에도 한국은 아직 젊은 관객층이 많다는 점이 외국 연주자들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진다는 소감을 많이 듣습니다.
또한 저는 아직 해외에 소개되지 않은 훌륭한 대한민국 예술가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우리 예술가들이 더욱 손쉽게 해외 관객들과 만나고 해외에 소개될 수 있도록 예술의전당 싹온스크린(SAC on Screen) 사업을 더욱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예술의전당 영상 콘텐츠를 더욱 손쉽게 만나실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해외 유수의 클래식 채널과 협업하여 우리 예술가들의 콘텐츠가 해외 클래식 팬들의 안방까지 손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미래 예술인재 양성
예술의전당내에도 음악영재아카데미가 설치되어 어린 학생들이 음악의 전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 학생들이 음악을 제대로 접하고 즐겁게 연주하는 기초를 잘 쌓아야만 긴 연습 시간을 견디고 음악적인 성취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렇게 어릴 때는 경쟁에 너무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악기의 경우,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도 연령대별로 사이즈가 다른 것처럼 연주에 필요한 테크닉 또한 육체와 함께 성장하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어린이들은 조바심내지 않고 즐겁게 연주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길게 다듬어가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참고 견뎌낸다면 세계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대한민국 예술인재가 탄생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예술의전당을 사랑하는 관객분들이 언제든지 믿고 찾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공연·전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임기동안 예술의전당을 한층 가꿔 나갈 것입니다. 지난 30년이 그러했듯, 앞으로의 30년도 꾸준히 우리 문화예술과 우리 국민들을 위한 예술의전당으로 사랑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저 또한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