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DNA (feat. 맛집 프라이싱의 비밀)
장어가 먹고 싶어 장어 맛집을 검색하다 적당한 곳을 발견하게 방문했다. 적당한 곳은 아래의 기준으로 결정했다.
1) 청결한가 (or 청결하게 보이는가)
2) 최근 리뷰들이 긍정적인가, 청결이나 맛에 대한 심각한 부정적인 리뷰가 거의 없는가
3) 주변 장어집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가성비 있다고 느껴지는가
대부분 장어집은 2인분(1kg) 가격 기준 7만 원~10만 원 정도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의 장어 가격은 2인분(1kg, 손질 후 500g) 54,000원이었다. 실제 시장에서 형성된 7만 원~10만 원 가격에 앵커링 되어 있는 심리를 잘 간파해 가성비가 느껴지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싼 가격인지는 정확하게 g당 가격으로 비교해 봐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g당 따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른 음식점들을 살펴보니 2인분(1kg, 3마리)으로 표시하는 곳도 있고, 또 다른 어떤 곳은 2인분이라고만 표시한 곳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절댓값은 '2인분'이라는 가격이었다. 맛집 사장님은 '2인분'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을 활용해 가성비 맛집을 만드시게 된 거다.
물론 54,000원이란 시장가보다 저렴한 가격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다. 그래서 기존 2인분보다는 조금 용량을 적게 만드셨을 테고, 양심껏 용량을 메뉴판에 표기해 놓으셨다. 그렇게 확보한 마진 중 일부를 장어를 먹고 생각나는 매콤한 음식인 낙지 서비스를 제공(단, 인원수대로 시키면)함으로써 소비자도 만족시켰다.
낙지 서비스는 신의 한 수였다. 고객에게 가성비 맛집이라는 포지셔닝을 전하는데 최고의 시너지를 내주었다.
서비스로 나온 낚지 볶음도 실제 판매하고 있는 1-2만 원 대 낙지볶음만큼 구색을 갖추어 나왔다. 많이 먹는 사람에게 1인 기준의 양이 적을 수 있는 부분과 장어를 많이 먹으면 느끼할 수 있는 부분을 낚지 볶음 서비스를 통해 똑똑하게 상쇄한 것이다. 원가적으로도 장어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낙지가 더 저렴한 유통망을 갖추셨기 때문에 적당한 마진율도 유지할 수 있었을 거다.
장어 퀄리티도 다른 7만 원-10만 원대 장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행과 나는 맛집을 나오면서 "와! 여기 장어 먹고 싶을 때 또 와야겠다"며 각자 맛집리스트에 올렸다.
맛집 사장님이 책정한 가격은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단 저렴하지 않거나 혹은 제 가격으로 받았을지 모르지만, 고객인 우리는 정말 가격이 착하고 음식 퀄리티도 좋은 곳으로 생각하는 장어 맛집으로 느꼈다. 이유를 아래로 정리해 보았다.
1) 고객이 저렴하게 느낄 수 있는 기준을 활용해 고객이 비교할 수 있는 기준보다 더 가성비 있는 가격을 만들 것
원가와 유통가를 조정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가령 인분 기준으로 시장가가 형성되어 있고 1인 기준으로 저렴해 보이는 가격을 만들 수 있다.
가격적 우위를 가져가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고객이 비교가 어렵도록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은 가격적 비교가 아니라 기능적이나 경험적 비교를 통해 제품을 살지 말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동일 용량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 2개월 분 같은 개월수로 가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 500g - 2만 원이 아닌, 2개월분 -2만 원 등으로 표기
2) 가성비 있게 느낄 수 있는 제품의 매력을 극대화시켜 줄 서비스(Kick)를 준비할 것
가령 장어집에서 장어를 먹으면 낙지볶음을 무료로 주는 것처럼 토퍼를 사면, 방수매트를 한정기간 서비스로 주는 등에 핵심 제품의 매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사은품이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은품을 준비한다면 고객은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샀다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주변에 소문을 내 줄 정도로 가격 메리트를 느낄 수 있다.
3) 당연하게도 고객이 선택할 때 기준이 되는 제품의 본질을 소홀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품질을 유지할 것
음식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본질은 청결, 맛, 가성비 등일 것이다.
우리는 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을 좋아하며, 이런 관점에서 가격을 본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가격에 관한 판단은 정확하지 않으며, 비싸도 더 싸다고 인식할 수 있다. 소비자는 지금 가격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왜 팔리는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