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의 말;씀~
지시를 내릴 때 팀장이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결과물의 형태만 강조하고 시간의 뼈대를 세우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전달했더라도 언제까지 얼마의 시간을 들여 해야 하는지가 빠져 있다면 그 지시는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다.
시간의 테두리가 없는 업무는 물을 한없이 빨아들이는 스펀지와 같다.
팀원은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져 불필요한 디테일에 시간을 쏟거나, 반대로 우선순위에서 밀어두다 막판에 벼락치기를 하게 된다.
결국 팀장이 지시를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일의 소요 시간을 정확하게 추정하고 이를 팀원과 합의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지시 공학의 연장선상에서 일의 소요 시간을 어떻게 해체하고 추정하며, 그 과정에서 타 부서 혹은 업무 관계자들과의 접점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팀장들이 소요 시간을 단순히 실무자가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물리적인 작업 시간으로만 착각한다.
보고서를 한 장 쓰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냐고 쉽게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소요 시간은 결코 단일한 시간 덩어리가 아니다.
일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의 진짜 소요 시간은 크게 네 가지의 숨겨진 시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준비 시간이다.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과거의 데이터를 찾아보거나, 필요한 권한을 요청하거나, 관련 지식을 새로 학습해야 하는 시간이다.
팀장 머릿속에는 이미 존재하는 정보일지라도 팀원에게는 백지상태에서 정보의 맥락을 파악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는 실행 시간이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본원적인 작업 시간이다.
자료를 취합하고 문서를 작성하며 코드를 짜거나 디자인을 하는 순수한 몰입의 시간이다.
셋째는 조율 및 검토 시간이다.
조직 내의 일은 혼자서 끝나는 법이 거의 없다.
유관 부서에 데이터를 요청하고 회신을 기다리는 시간, 상사나 파트너에게 중간 피드백을 받고 수정안을 반영하는 대기 시간이 여기에 속한다.
현장에서 일정을 가장 크게 무너뜨리는 주범이 바로 이 조율 시간의 누락이다.
넷째는 여유 시간이다.
예상치 못한 시스템 오류, 갑작스러운 타 업무의 끼어듦, 핵심 담당자의 부재 등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완충 지대이다.
이 네 가지 요소가 모두 고려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소요 시간을 추정했다고 말할 수 있다.
소요 시간을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예언가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감이나 촉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분석과 해체의 영역이다.
시간을 현실적으로 추정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첫 번째 기술은 과업의 해체이다.
덩어리가 큰 업무는 결코 한 번에 시간을 짐작할 수 없다.
신규 프로젝트 제안서 작성이라는 뭉툭한 과제를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전략 도출, 피피티 디자인 등의 단위 요소로 잘게 쪼개야 한다.
잘게 쪼갤수록 각 요소별로 필요한 시간이 투명하게 보이고 어느 구간에서 병목이 생길지 예측할 수 있다.
두 번째 기술은 과거 데이터의 호출이다.
경험은 가장 훌륭한 추정의 근거가 된다.
과거에 유사한 업무를 진행했을 때 실제로 며칠이 걸렸는지, 그때 일정을 지연시켰던 암초는 무엇이었는지 복기해야 한다.
만약 처음 해보는 비정형 과제라면 유사한 난이도의 다른 과제를 차용하여 기준점을 세워야 한다.
세 번째 기술은 실무자와의 동기화이다.
시간 추정의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팀장 혼자서 일정을 픽스하고 통보하는 것이다.
팀장의 속도와 팀원의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으며, 현재 팀원이 쥐고 있는 다른 업무의 부하 상태를 팀장이 완벽히 알 수는 없다.
따라서 내가 보기엔 이틀이면 될 것 같은데 현장 상황은 어떤가를 물어 실무자의 예측 시간을 테이블 위로 끌어올리고 상호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소요 시간 추정에서 가장 고난도의 영역은 타인과의 협업 구간을 설계하는 것이다.
나의 팀원이 아무리 유능하고 손이 빨라도 타 부서에서 데이터가 넘어오지 않으면 일은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즉 소요 시간은 우리 팀의 역량이 아니라 협업 접점의 매끄러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협업의 접점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지시 단계에서부터 타 부서의 리드타임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디자인 팀에 시안을 넘기면 피드백이 오기까지 통상 이틀이 걸린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이틀을 조율 시간으로 선반영해 두어야 일정이 파탄 나지 않는다.
또한 업무의 중간 점검 지점을 영리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짜리 업무를 지시하고 7일째 되는 날 결과물을 열어보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3일 차에 타 부서와의 협조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5일 차에 초안의 방향성은 맞는지 확인하는 접점을 미리 심어두어야 한다.
이때의 접점 확인은 팀원을 감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일정이 틀어질 리스크를 조기에 발견하고 팀장이 개입하여 막힌 도로를 뚫어주기 위함이다.
결국 타 부서 및 파트너와의 소통 구간을 일의 뼈대 안에 명확히 배치하는 것 자체가 팀장의 핵심적인 시간 관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일의 소요 시간을 추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감일을 달력에 동그라미 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팀원이 며칠 동안 어떤 호흡으로 몰입하고 어느 시점에 숨을 고르며 누구와 협력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리듬의 설계이다.
팀장이 시간의 뼈대를 치밀하게 세워줄 때 팀원들은 언제 전력 질주를 해야 할지 언제 피드백을 기다려야 할지 명확히 알고 안정감을 느낀다.
오늘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렸다면 그 지시의 문장 끝에 반드시 시간의 구조가 맺혀 있는지 확인해 보라.
준비와 실행 조율과 여유의 시간이 모두 입체적으로 고려된 지시만이 현장을 흔들림 없이 움직이게 할 것이다.
시간은 단일한 작업 시간이 아니라 준비와 조율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개념이며 이를 위해 과업을 해체하고 관계자의 접점을 조율하는 설계가 필요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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