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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공무원을 위한
악성민원 대응 아틀라스

감정이 아닌 원칙이 공무원의 방패다

by 김용진

1. 왜 이 글이 필요한가?


"민원실 전화벨은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린다.
그중 몇 통은 단순한 문의지만,
어떤 벨은 한 사람의 분노가 실린 신호음이기도 하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보면
폭언, 허위 주장, 무리한 요구를 마주할 때가 있다.
처음엔 참아보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마음의 체력도 바닥나기 마련이다."




이 글은 초급 실무 공무원을 위해 썼다.
악성민원의 원인부터 유형, 대응 스킬,
그리고 조직 차원의 보호 시스템까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게 정리했다.


- 팝캐스트로 듣는 오디오뷰






2. 악성민원이 왜 생길까?


악성민원은 단순히 ‘성격 나쁜 민원인’ 때문이 아니다.
제도의 빈틈, 소통의 부족, 감정의 폭발,
그리고 조직 대응의 허술함이 겹쳐 만들어진다.


먼저 제도·구조 요인이다.
법령과 행정 절차가 복잡하거나, 기관마다 해석이 제각각이면
민원인은 쉽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A구청은 해줬는데, 왜 너희는 안 돼?”
이 한마디가 바로 그런 오해의 결과다.
규정의 해석 차이가 불만의 불씨가 되는 순간이다.


다음은 정보·인지 요인이다.
행정 용어가 어렵고 설명이 부족하면
민원인은 ‘내가 뭔가 속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규정이 어디 있어요?”라는 질문이 나오는 순간,
이미 신뢰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공무원이 아무리 정확한 말을 해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면 설득은 실패다.


세 번째는 심리·정서 요인이다.
많은 악성민원은 ‘제도’보다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분노, 외로움,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과거의 긍정적 경험이 왜곡되어 쌓인 결과다.
“지난번엔 처리해줬는데, 왜 이번엔 안 해줘?”
이 말엔 단순한 불만보다, ‘그때처럼 나를 존중해달라’는 감정이 숨어 있다.


네 번째는 사회·환경 요인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 정치적 발언, 언론 보도 등이
민원인의 기대를 비정상적으로 높여놓는다.
“뉴스에선 바로 해결하던데 왜 이렇게 늦어요?”
이런 말은 공무원 개인이 아니라,
‘제도 전체에 대한 불신’을 향해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체계 요인이다.
기관 내에 명확한 매뉴얼이 없거나
직원마다 다른 말을 하면 민원인은 즉시 불신한다.
“어제 담당자는 된다고 했는데 오늘은 왜 달라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민원인의 불만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 전체로 향하게 된다.


결국, 악성민원은 한 사람의 문제로 시작해
시스템의 틈과 감정의 누적’이 만나 폭발하는 현상이다.
이 다섯 가지 원인을 이해해야
진짜 대응 전략이 보인다.




3. 악성민원의 얼굴들


악성민원은 겉으로 보기엔 모두 비슷해 보여도,
들여다보면 나름의 ‘패턴’이 있다.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다섯 가지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흔한 형태는 비합리적 요구형이다.
이들은 법이나 규정을 무시한 채 “무조건 해달라”고 요구한다.
“법이 뭐가 중요해, 내가 세금 냈잖아.”
이 한마디가 모든 대화를 무력하게 만든다.
행정은 법에 근거해야 하지만,
민원인은 ‘감정의 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에 충돌이 잦다.


두 번째는 반복형 민원인이다.
같은 내용을 전화, 게시판, 방문 등 여러 채널로 반복 제기한다.
이들은 “답을 못 믿겠다”며 다시 묻고,
“다른 직원은 뭐라 하던데?”라며 계속 되묻는다.
결국 공무원은 같은 답변을 수십 번 되풀이하다 지치게 된다.


세 번째는 폭언·위협형이다.
이 유형은 말 그대로 감정의 폭발형이다.
욕설, 인신공격, 협박까지 이어진다.
“퇴근길 조심해라.”
이런 말을 들으면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신변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다.


네 번째는 허위 사실 유포형이다.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린다.
“공무원이 돈 받고 처리했다더라.”
이런 말 한마디가 인터넷에 퍼지면
설명과 해명으로도 회복하기 어렵다.

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위험한 형태다.


마지막은 정보 요구 과도형이다.
공개 가능한 범위를 넘어, 내부 문서나 결재라인까지 요구한다.
“회의록, 보고서, 결재라인 다 달라.”
이들은 ‘투명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다섯 유형은 모두 ‘제도 밖 요구’와 ‘감정의 과열’이 만나 생긴다.
공무원이 이 패턴을 미리 알고 있으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대응 방식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4. 말 한 마디가 상황을 바꾼다


각각의 악성민원 유형에는 그에 맞는 ‘대응 언어’가 있다.
대부분의 실수는 감정이 앞서거나, 근거 없이 “안 됩니다”라고 말할 때 발생한다.
말의 순서를 바꾸고, 근거를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달라진다.


가장 먼저 비합리적 요구형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법이나 규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차분히 근거를 제시하며 대안을 함께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법 제X조에 따라 지원이 제한됩니다. 다만 이 범위에서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거절’이 아니라 ‘설명’으로 들리게 만든다.
민원인은 최소한 ‘이유를 들었다’는 느낌만으로도 분노가 줄어든다.


반복형 민원형인 경우에는 어떤가?
같은 내용의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하는 경우다.
응답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재응답은 피해야 한다.
“이전 회신 내용과 동일하므로 추가 답변은 생략하겠습니다.”
이처럼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문구가 필요하다.
단, 이런 회신을 할 때는 반드시 기존 답변 기록을 첨부해야 한다.


세 번째는 가장 심각한 폭언·위협형의 경우다.
욕설이나 협박이 포함된 경우 즉시 응대를 중단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맞받아치는 순간, 대응자가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폭언이 지속되면 통화를 종료하겠습니다.”
이 한마디 후에는 녹취나 기록을 반드시 남기고, 즉시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건 ‘도망’이 아니라 ‘정당한 대응’이다.


네 번째는 허위 사실 유포형이다.
사실이 왜곡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외부로 퍼지는 경우다.
이럴 때는 감정적으로 해명하지 말고,
공식 문서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확인되어, 공식 입장을 안내드립니다.”
이런 문구로 대응하면 말다툼을 피하면서도 공신력을 지킬 수 있다.


마지막은 정보 요구 과도형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공개 범위를 넘어, 내부 문서나 개인 정보까지 요구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법령을 근거로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비공개 대상임을 양해 바랍니다.”
이 말에는 단호함과 정당성이 함께 담겨 있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다.
" 근거를 제시하고, 감정을 배제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 "
이 세 가지가 악성민원 대응의 기본 언어다.



5. 악성민원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단순히 ‘참는 법’이 아니라 ‘대응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 다섯 가지는 초급 실무자라면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할 기본 생존 스킬이다.


첫째는 감정 분리다.
민원인의 화는 대체로 개인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제도나 결과에 대한 분노다.
하지만 그 화살은 늘 가장 가까이 있는 담당자에게 날아온다.
그래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이건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맞받아치면 상황은 감정전이 되고,
차분히 거리를 두면 그 화는 스스로 식는다.


둘째는 공감 후 경계 화법이다.
무조건적인 ‘안 됩니다’보다,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관련 규정상 어렵습니다.”
이 한 문장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고,
경계는 제도적 한계를 지키는 일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불필요한 대립을 피할 수 있다.


셋째는 시간 끊기 스킬이다.
격앙된 민원인에게 즉답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관련 내용을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 한 문장은 대화의 온도를 식히는 냉각수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가라앉고,
그때 다시 연락하면 대화는 훨씬 이성적으로 이어진다.


넷째는 기록 습관화다.
모든 대응의 핵심은 말이 아니라 기록이다.
전화 한 통, 대면 한 번이라도 간단히 메모로 남겨두면
나중에 문제 될 때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말했다”는 주장은 사라지지만,
“남겨둔 기록”은 법적 근거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함께 대응의 원칙이다.
악성민원은 혼자 버티기엔 너무 크다.
동료, 상급자, 보안 인력과 함께 대응해야 한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정은 반쯤 진정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서 다 감당하려 하지 말자.
민원 대응은 개인의 인내가 아니라 조직의 시스템으로 버텨야 한다.


"이 다섯 가지를 기억하라!
감정을 떼어내고,

공감으로 완충하고,
시간으로 식히고,

기록으로 남기고,
함께 대응하는 것"

그게 바로 ‘지치지 않는 공무원’이 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6. 조직이 실무자를 지켜야 한다


악성민원은 개인의 인내로 막을 수 없다.
결국 조직이 제도와 시스템으로 실무자를 지켜줘야 한다.
기관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일곱 가지 대응 체계가 있다.


첫째는 대응 매뉴얼의 제정이다.
매뉴얼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공무원의 행동 지침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응대 단계별로 말의 톤과 보고 절차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청은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신입 공무원 교육의 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 사례와 대화 스크립트를 넣어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둘째는 응대 중단 기준의 명시다.
폭언, 협박, 위협이 반복될 때 언제 응대를 멈출 수 있는지
조직 차원에서 명확히 정해야 한다.
“폭언이 지속되면 응대를 중단합니다.”
이 문장을 민원실 벽면에 붙여두는 것만으로도
직원은 정당한 이유로 통화를 종료할 수 있고,
민원인도 선을 넘기 전에 스스로 제동을 건다.


셋째는 녹취, CCTV, 바디캠 운영이다.
모든 응대 과정이 기록으로 남으면
공무원은 감정적으로 몰리지 않고 원칙대로 일할 수 있다.
○○보건소는 폭언이나 위협이 예상되는 민원 응대 시
직원이 바디캠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녹취 한 줄, 영상 몇 초가 억울한 상황을 막는 방패가 된다.


넷째는 보안 인프라 구축이다.
민원실은 행정의 최전선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현장이다.
비상벨과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경찰서와 실시간 연동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지자체는
비상벨을 누르면 5초 내에 경찰 출동이 이루어지는
‘즉시 연동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공무원의 안전이 확보돼야 행정의 품격도 지켜진다.


다섯째는 심리 지원 체계다.
악성민원을 한두 번만 겪어도 불면, 불안, 공포가 남는다.
○○시청은 ‘마음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해
민원 응대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정노동 보호 휴식제도를 병행해
직원이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여섯째는 법률 지원 체계다.
폭언이나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는 개인이 감당할 영역이 아니다.
기관이 법적 절차를 대신 수행해야 한다.
서울시는 ‘공무원 법률자문 핫라인’을 운영해
직원이 신고만 하면 즉시 변호사와 연결된다.
이런 제도가 있으면,
공무원은 두려움보다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으로 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곱째, 인사 보호 제도다.
악성민원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직원은
잠시 다른 부서로 전보되거나 회복 기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일부 기관에서는
‘악성민원 피해자 근무지 변경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피해자가 다시 현장으로 복귀할 때
심리적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일곱 가지 체계는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공무원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울타리’다.


매뉴얼은 방패가 되고, 녹취는 증거가 되며,
조직의 지원은 실무자에게 숨 쉴 여유를 준다.


결국, 악성민원 대응의 핵심은 사람을 지키는 것이다.
공무원을 보호하는 조직이야말로
진짜로 시민을 위한 행정을 만들어간다.




7. 공무원의 품격은 차분함에서 나온다


악성민원은 행정의 그림자다.
하지만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만 생긴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소모전이 되지만,
원칙과 기록으로 대응하면 보호막이 된다.

오늘도 민원실 한가운데서 묵묵히 일하는 모든 공무원에게,
이 글이 작은 방패가 되길 바란다.


� 요약 헤드메시지

악성민원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균열이다
공무원의 품격은 차분함과 근거에서 나온다
기록과 시스템이 당신을 지켜준다


� 참조 블로그

https://blog.naver.com/bizhrd/224037433129


� 추천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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