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언제까지 꿔야 하는가?
햇빛이 책상 위로 스며드는 순간
문득 속삭임처럼 떠오른 생각이 있다
‘지금 내가 꾸는 꿈은 몇 살일까’
어릴 적에는 꿈을 말하는 일이 참 쉬웠다
과학자, 화가, 선생님, 작가
묻기 전에 이미 대답을 쥐고 있었다
그 시절의 꿈은 세상보다 빠르게 자라고
현실보다 크고 당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알게 된다
꿈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책임이 쌓이고
삶의 무게가 두 어깨에 감기면서
꿈은 어느 순간 조용해지고
우리도 꿈에 대해 조용해진다
그러다 어느 날 다시 그 질문이 돌아온다
‘지금 내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없나?’
꿈은 단순히 소망이 아니다
꿈을 꿈이라고 부르려면
반드시 ‘상황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 인식은 두 겹이다
지금의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능력
내가 가진 역량, 자원, 환경, 감정, 책임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는 감각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싶은지
어떤 의미를 남기고 싶은지
이 둘이 함께 있어야
꿈은 뿌리가 박히고, 방향을 가진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꿈’이라는 말 속에는 깨어 있는 꿈뿐 아니라
잠에서 꾸는 꿈까지도 들어 있다
그리고 잠의 꿈조차
완전히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무의식이
현재의 감정과 미래를 향한 그림을
파편처럼 모아서 만든다
즉,
잠의 꿈도 결국
‘현재 + 미래 이미지’의 조합이다
그러니 깨어 있는 꿈도 마찬가지다
뿌리에 현실이 있어야 하고
가지에는 미래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현실 인식 없이 꾸는 꿈은 공상이고
미래 이미지 없는 꿈은 현 상태 유지일 뿐이다
꿈이 진짜 힘을 갖는 순간은
‘나는 지금 여기’와
‘나는 앞으로 저기’가
서로를 바라볼 때이다
중년이 되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없는 것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는
꿈이 다시 자라는 제2 성장기다
속도보다 깊이
비교보다 리듬
증명보다 의미
성공보다 지속
청춘의 꿈이
세상으로 뛰어가는 길이었다면
중년의 꿈은
내가 살아온 길 위에
새로운 의미를 놓는 작업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연결하고
‘맞는 꿈’ 대신
‘맞는 삶’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이다
꿈을 키우는 것은
목표를 크게 적는 일이 아니다
꿈이 머물고 자랄 수 있는
내 삶의 생태계를 가꾸는 일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읽어내고
관계를 가볍게 정돈하고
몸과 마음을 돌보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
꿈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에서 자란다
내가 가진 시간과 온도와 빛이
꿈의 크기를 정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된다
꿈은 멈춘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가 꾸는 꿈은 몇 살일까
나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나는 미래의 얼굴을 상상하고 있는가
나는 꿈이 자랄 토양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조용히 답한다
‘나는 지금, 다시 자라고 있다’
지금 꾸는 꿈은 늦은 게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어서 더 진실하다
이 나이에 꾸는 꿈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를 가진 증명이 아니라
성장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허락한
두 번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