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의 진정성있는 거짓말 찾기 전쟁
면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근데 이 친구, 말은 잘하는데 실체가 안 보여.”
지원자들은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장 많이 준비한다. 그래서 면접관이 듣는 첫 문장은 대개 매끈하고 논리적이다. 문제는 그 뒤다. 그럴 듯한 말 뒤에 실제 행동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좋은 면접관은 겉말을 그대로 넘기지 않는다. 첫 문장 뒤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질문’, 즉 꼬리 질문을 꺼낸다.
“그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뭐였나요?”
“그때 본인이 실제로 한 행동은 무엇이었나요?”
지원자는 이 질문 앞에서 준비된 문장을 내려놓고 ‘자기 경험의 실제 모습’을 꺼낼 수 밖에 없다.
면접의 깊이는 이 순간에서 시작된다.
면접관이 꼬리 질문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첫 답변만으로는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지원자가 흔히 하는 패턴이 있다.
상황은 길게 말하고, 행동은 덜 말하고, 결과는 모호하게 말한다.
마치 드라마 줄거리를 설명하듯 분위기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업무는 ‘줄거리’가 아니라 ‘행동’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면접관의 관심은 항상 이렇게 이동한다.
상황 → 아 그랬구나
의견 → 그래서 실제로 뭘 했지?
느낌 → 그러면 행동은 어떻게 했지?
주장 → 기준은 뭐였지?
면접관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그때 당신이 실제로 한 행동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이 나오면 지원자의 포장된 말은 금세 벗겨진다.
말은 준비해올 수 있어도, 행동의 디테일은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꼬리 질문은 즉흥적으로 계속 묻는 방식이 아니다.
좋은 면접관들은 공통적으로 네 가지 원칙을 지킨다.
첫째, 구체화하기
지원자의 설명이 흐릿하면 이렇게 되묻는다.
“언제였죠?”
“어떤 상황이었나요?”
“누구와 함께였나요?”
이 몇 가지 질문만 해도 허상이 대부분 사라진다.
둘째, 행동 중심으로 파악하기
지원자가 ‘생각했다’, ‘배웠다’, ‘느꼈다’만 말할 때 이런 말이 나온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때 실제로 무엇을 했나요?”
이 질문은 지원자를 말 대신 행동의 영역으로 옮겨 놓는다.
셋째, 선택의 이유 파고들기
“왜 그 행동을 선택했나요?”
“그 기준은 어떻게 결정한 건가요?”
이 질문을 들으면 지원자의 사고 구조가 드러난다. 가치관도 드러난다.
넷째, 일관성 검증하기
앞서 말한 내용과 지금 말하는 내용이 다르면 바로 이렇게 이어진다.
“그때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셨는데, 지금 이야기와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이 순간 진짜 경험은 살아남고, 꾸며낸 경험은 무너진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면접관이 묻는다.
“갈등을 해결한 경험이 있나요?”
지원자는 흔히 이렇게 대답한다.
“네, 팀원과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협의를 통해 잘 해결했습니다.”
겉으로는 좋은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면접관의 꼬리 질문이 시작된다.
“어떤 종류의 의견 차이였나요?”
“누가 먼저 갈등을 인지했나요?”
“당신은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먼저 취했나요?”
“그 행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이 바뀌었나요?”
“다시 같은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다르게 하겠나요?”
이런 흐름을 따라가면 지원자는 결국 ‘행동의 흔적’을 꺼내게 된다.
준비된 문장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실제로 손과 발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그 행동 속에서 면접관은 지원자의 역량을 읽어낸다.
주의 깊은 사람인지, 빠르게 판단하는 사람인지, 논리적인지,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스타일인지.
꼬리 질문은 이런 성향을 드러내는 확실한 도구다.
꼬리 질문을 해야 할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지원자가 지나치게 유창하게 말할 때.
지원자의 답변 속에 숫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때.
팀의 성과인지 본인의 성과인지 구분이 안 될 때.
‘의견’만 있고 ‘증거’가 없을 때.
예를 들어 지원자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
“팀 프로젝트에서 큰 성과를 냈습니다.”
면접관은 이렇게 받아친다.
“그 팀 성과 중에서 본인의 기여는 무엇이었나요?”
“그 기여를 나타내는 실적이나 지표가 있나요?”
“당신이 한 행동이 없었다면 무엇이 달라졌나요?”
이 질문 세 개면 대부분 진실이 드러난다.
말 잘하는 사람과 실제로 일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분기점이 바로 여기다.
그래서 많은 HR 전문가들은 말한다.
“면접의 깊이는 질문의 깊이에서 나온다.”
“좋은 꼬리 질문이 좋은 채용을 만든다.”
꼬리 질문은 압박이 아니다.
지원자의 진짜 역량을 발견하기 위한 가장 정교한 탐색 장치다.
그리고 그 탐색 장치를 제대로 쓸 줄 아는 면접관이 좋은 인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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