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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민 Feb 22. 2018

'블록체인'은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의 전망 그리고 3가지 적용 사례

과거에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 덕분에 인공지능 기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듯이 최근에는 암호화폐의 투자 열기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블록체인 기술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 기술의 가치와 적용 방법에 대한 내용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제한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블록체인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을 쓴 프로그래머가 2008년에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탄생하게 됐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태생이 같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블록체인과 같은 것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의 화폐 또는 다양한 거래 정보들을 암호화해 온라인상의 여러 사용자 컴퓨터(노드)에 분산 저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렇게 분산 저장된 거래장부들(블록) 덕분에 중앙 관리자의 도움 없이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미래의 혁신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블록체인을 ‘개인간 네트워크 내에서 합의된 메커니즘과 코드를 가진 암호화된 분산장부’라는 개념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현재까지 블록체인이 개인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거래를 일으키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의 전부라고 치부하지는 말자. 블록체인의 모습이 암호화폐로 비춰졌을 뿐이지 앞으로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할 것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블록은 헤더(Header)와 바디(Body)로 구성된다. 헤더는 정보를 담고 바디는 거래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헤더에 각종 암호코드(블록해시, 머클해시, 타임, Bits, Nounce 등)가 담겨져 있고 이 헤더들이 다음 블록들과 계속 연결되어 있어 신뢰성 검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시스템 때문에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블록체인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기술의 개념은 완벽할 수 있으나 그 기술을 담은 그릇과 그 기술을 이용하는 여러 운영 시스템이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암호화폐의 해킹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런 미성숙한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가트너도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4~5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지금도 블록체인 기술에는 표준이나 명확한 가이드가 없다. 암호화폐만 보더라도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러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에버코인 등 거래가 가능한 화폐들이 무수히 많다. 이들은 다 제각각의 형식과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에서 강력한 누군가가 흡수 또는 통일하여 글로벌 표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가정일 뿐 암호화폐의 미래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의 미래는 어떨까? 현재는 거래의 행위와 시장 확산을 위해 ‘금융업’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래 블록체인의 모습은 매우 다양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판매, 유통, 계약, 공유 등 개인간 거래를 위한 중개 기술로 블록체인이 사용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또한 제 2의 인터넷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네트워크 시스템과 인프라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의 TCP/IP와 유사해 기존 인터넷과 다른 탈 중앙 네트워크 시스템 이른바 ‘민주적 인터넷’ 혁명이 실현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런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금융을 넘어 개인간 거래를 기반으로 공유경제가 블록체인 기술로 더욱 발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소개할 3가지 사례는 블록체인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1. 공유경제를 꿈꾸는 스타트업 '슬록.아이티'



독일 기반의 공유 플랫폼 솔루션 스타트업 '슬록.아이티(Slock.it)'가 개발한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도어락’이다. 슬록.아이티는 블록체인 기술을 자체 개발해 새로운 공유경제를 꿈꾸고 있다. 그 중심에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시스템이 있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을 통해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거래가 실행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와 같은 중개 플랫폼 없이도 개인간(P2P)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슬록.아이티는 이 스마트 계약 시스템을 기반으로 진정한 P2P 거래의 실현을 앞두고 있다. 예를 들면, 빈집을 여행자에게 대여할 경우 집주인이 입금 내역을 확인하면 여행자에게 자동으로 스마트폰으로 도어락을 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성을 주기 위해 플랫폼 중개자가 꼭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플랫폼의 도움 없이도 스마트 계약을 통해 신뢰 거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슬록.아이티는 이 기술을 활용해 집, 자동차, 자전거 등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공유해 거래하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결제 시스템은 이미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적용한 상태다. 과연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미래의 공유경제의 모습이 바뀌게 될지, 과연 우리는 미래의 공유경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슬록.아이티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2. 암포화폐로 즐기는 게임 '크립토키티'



출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 달 만에 1,916만 달러(약 205억 원)의 판매고를 올린 온라인 게임이다. 한 달 만에 268,000만 마리의 게임 아이템이 판매된 것이다. 바로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IT 솔루션 개발 스튜디오 '액시엄젠(AxiomZen)'이 2017년 12월에 출시한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이더리움 기반의 온라인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이다.


최근 이더리움은 전체 온라인 거래 트래픽의 20%가 크립토키티가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크립토키티 게임의 대박 비결은 무엇일까? 크립토키티는 가상의 펫(애완동물) 육성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깜찍하고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를 수집하고, 교배시키고, 가상화폐를 통해 사고 팔기가 다 가능하다. 크립토키티는 새로 탄생하는 고양이의 매력도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정말 특이한 점은 크립토키티 고양이는 모두 다 다르게 생겼다는 점이다. 고양이의 생김새는 크립토키티만의 ERC-721 표준 기술을 통해 랜덤으로 결정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때문에 게임 유저들은 전 세계에 딱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고양이를 갖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에 불과한 고양이가 1억 원이 넘는 금액에 팔린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놈이 아닐 수 없다. 액시엄젠의 창업자 아서 카마라는 게임 유저들에게 '수집(Collectible), 교배(Breedable), 사랑스러움(Adorable)'의 세 가지 단어만 강조하고 있다. 어려운 기술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크립토키티 게임은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거래를 활성화시켰다는 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투기와 사행성 조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가상화폐를 게임에 적용시켰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많다. 이더리움을 적용시켰다는 것은 바로 크립토키티 게임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언론에 공개된 것처럼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과 같은 개인간 거래 내역들이 플랫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로 실행될 수 있도록 했다.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 분산 애플리케이션)'이 그 중 하나이다. 크립토키티는 바로 이 DApp으로 구현된 세계 최초의 게임이다. 과연 크립토키티는 지금의 흥행 성적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가상화폐 거래와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전 세계 최고의 펫 육성 게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보기 바란다. 



3. 콘텐츠 직거래 플랫폼 '디센트'



최근 개인의 창작 콘텐츠를 직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등장했다. 바로 스위스 기반의 블록체인 플랫폼 스타트업 ‘디센트(Decent)’가 그 주인공이다. 디센트는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의 예술가 콘텐츠 직거래 플랫폼으로 책, 음원, 영상, 그림, 사진 등 다양한 개인 콘텐츠들을 다른 제 3의 플랫폼 도움 없이 개인간 거래를 일으키고 있다. 


개인간 직거래는 예술가들이 직접 IP권한을 가지며 가격과 거래를 직접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 비용에 대한 지불도 구매자가 예술가들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게 되는 방식이다. 모든 플랫폼 사용자들은 다른 추가 수수료를 전혀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해킹의 걱정도 덜게 된다. 디센트의 CEO '마테즈 미찰코(Matej Michalko)'는 "디센트 플랫폼은 현재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과 구조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소수 업체에 부여된 독점적 지위와 통제를 벗어나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들을 거래하고 자신의 콘텐츠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콘텐츠 산업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부응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디센트는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거래하면 예술가들의 수익도 더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은 작가들의 수익을 30~75%까지 떨어뜨리고, 아이튠즈는 음악가들의 수익을 30% 정도 떨어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9년에 2조 달러 이상의 빅 마켓으로 성장하고 있는 콘텐츠 시장에서 디센트는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플랫폼으로 조금씩 거래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가상화폐의 거래처럼 실제 콘텐츠 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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