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트북 앞에 앉아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마감 기한이 코앞이고, 이걸 끝내지 않으면 다음 스케줄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거란 사실도 잘 압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손가락 끝에 납덩이라도 달린 것처럼 움직이질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고 싶지 않은 거겠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지금 가장 하기 싫어하는 그 일은 저의 밑천이 드러날까 봐 두려운 일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욕심이 되고, 그 욕심이 다시 거대한 벽이 되어 저를 가로막는 기분이랄까요.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은 이런 기분을 느껴보셨을 겁니다.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 일이 나에게 너무 중요해서 오히려 뒷걸음질 치게 되는 그런 지저분한 감정 말입니다.
"그래,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냥 엉망진창인 초안이라도 좋으니까 딱 세 문장만 써보자."
그럴 때 저는 일단 화면을 덮고 차를 한 잔 마십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금 비겁한 변명을 허락해 줍니다. "그래,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냥 엉망진창인 초안이라도 좋으니까 딱 세 문장만 써보자." 신기하게도 그 '내려놓음'이 시작되면, 무겁게만 느껴졌던 돌덩이에 아주 작은 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결국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방법은, 그 거창한 의미를 지워버리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단한 통찰이나 빛나는 성취를 기대하기보다, 그냥 오늘 하루 분량의 '지루함'을 견뎌내는 것. 그 지루함의 끝에 우리가 원하던 성장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는 걸, 우리는 이미 마음속 깊이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 제가 겨우 써 내려간 이 글처럼 말입니다. - BizM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