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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훈 Aceit Jul 19. 2017

씁쓸한 'SBS -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

지난 몇 일간 SBS스페셜의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라는 프로그램이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많은 젊은 청년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열광을 하며 공감을 하는 듯 하다.

이를 증명하듯 해당 프로그램과 함께 양경수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 퇴사학교 등이 동시에 SNS를 장악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부분의 청년들과 비슷한 나이이기도 하며, 그들이 화면에서 이야기했던 대부분의 고충은 똑같이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지적했던 문제점들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할 수는 있었으나,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 젊은 층들의 감성에 소구 하려던 모습이 그닥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특별히 이 프로그램을 비판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

그것 보다는 프로그램이 보여준 모습과 내가 겪은 현실을 섞어서 조금 더 현실적인 모습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왜 이런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인가?]

프로그램의 초반에 나오는 내용들을 보며 나는 과거를 떠올렸다.

흡사 군대와 같은 극한의 육체훈련을 통해 조직과 동화 시키려는 신입직원 연수, 겨우 하루를 건너뛸까 하며 계속되는 회식,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서 결국은 윗 사람들 마음대로 진행되는 회의... 대한민국 기업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거지같은 현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날고 긴다고 하는 기업들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도망칠 수는 있어도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미국계 글로벌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본사의 인사팀 임원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여러가지 Agenda를 갖고 왔지만, 그의 관심사는 당시 잘 나가던 한국 기업들은 어떤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었으며, 이 교육들이 어떤 경쟁력을 만드는지 연구하는 것이었다.

당시 우연히 그 임원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한국 기업들을 만나며 무엇을 느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강한 실행력과 스피드를 갖고 있다. 이런 점은 우리 회사가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직원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극기훈련 시키는 방법은 현재 우리 회사가 벤치마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교육 방법이 있다"


이 대답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 동안 빠르게 성장해 온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실행력과 스피드였다. 그리고 이 경쟁력을 만드는 일부인 '기업 문화' 역시 여기에 맞추어 형성되었다.  즉, 단합을 이루고 수직구조적인 조직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이 성공해 올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장점은 글로벌 기업들도 인정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고, 이제 이렇게 빠른 실행력과 단합 만을 기반으로 한 Fast Follower 전략은 예전과 같은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그 임원이 고민했던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기업에서 '빠른 실행력'은 여전히 경쟁력을 만드는데 유효하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을 배우러 온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 '단합'과 '일체화'를 강조하는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은 듯 했다.


 쉽게 정리해서 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겉으로는 '창의성'과 '유연성'을 강조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속으로는 '과감하고 빠른 실행력', 그리고 '하면된다' 라는 정신력을 성공 공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각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들은 점점 힘들어지는 현실 속에서 과거의 향수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 때는 서로 으쌰으쌰해서 잘 했는데...', '그 때처럼 단합해서 열심히 하면 예전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현실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더 떠오르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 청년들은 이런 문제를 특정 기업의 문제라고 보기 보다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보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일부러 그러기 보다는, '그렇게 커 왔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현재의 모습 때문에 무언가를 바꿔보고자 하는 젊은 층들이 하나 하나 기업에서 떠나고나면, 그 기업은 결국 바뀌지 못한 채 도태되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일방적으로 공감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프로그램을 보며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회식 문화'였다.

재밌지도 않은 상사의 농담에 웃어줘야 하는 고충, 가기 싫은 회식을 빠지지 말아야 하는 고충, 모두 100%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밑에 직원들이 조금씩 생기고 나면, 당시 상사들이 굳이 회식을 가지려고 했던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 역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이었던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윗사람이 어렵듯이 윗사람도 아랫사람이 어렵다(개인적으로 윗사람 아랫사람 이라는 표현 자체가 싫지만, 조직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함을 양해바란다). 윗사람은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기라도 하지만, 아랫사람은 솔직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윗사람 입장에서는 알기 어렵다. 스스로는 관계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다른 사람을 통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 경우라도 생기면 이들도 충격받는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인정을 갈망하듯, 윗사람도 아랫사람의 인정을 갈망한다. 상사의 농담은 이런 의도로 시작된다. 그들이 재미도 없는 농담을 할 때 본심은 이렇다. "나도 너희를 웃게 할 수 있는 젊은 감각을 갖고 있다고! 인정해줘!"





진심어린 관계를 원하는 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위의 기업문화 예에서 볼 수 있었듯이 '방법'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툴다. 예의를 따지는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는 술자리가 거의 유일하다.

안타깝지만 이 역시 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술 없이도 진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아직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않다. 이는 심지어 젊은층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솔직해지자. '우리'만 공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격동의 80-90년대를 보내며 성장해오다가 갑자기 성장동력을 잃으며 방황하고 있는 우리 '상사'들도 공감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공감능력의 결여'는 분열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분열, 세대의 분열, 사상의 분열... '우리'의 사회에서 '나'의 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슬기롭게 해쳐나갈 필요가 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가?]

내가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불편했을 때에는 '노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였다.

솔직히 '노예'라는 단어를 너무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예에게는 자유가 없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퇴사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쉽게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경력'이 되었든, '돈'이 되었든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처럼 퇴직 후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았다면 정말 운이 좋은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퇴사를 해도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개인의 능력과 적성과 관계없이 금형을 찍어내듯 같은 모양의 국민을 배출해내는데 초점을 맞춘 우리나라 교육의 잘못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모든 사람' 에게 최악의 교육이다.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정규교육을 따라가지 못해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고, 이후 제대로 된 기회 조차 얻지 못한다. 특정 분야에 재능은 없지만 말 잘 듣고 똘똘한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는 들어가지만, 이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가 사회에 찌들어간다.


본래 '고용' 이란 것은 회사와 개인의 약속이다. 회사에서 월급은 받는 대신 나는 회사에 특정 가치를 제공해 주기로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회사 역시 나에게 요구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나 역시 회사에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약속이 명확하지 않으니 잡일이 직장인들의 시간을 빼앗아가고, 이런 일들에 직장인들은 지쳐간다.

만약 개인이 자신의 강점과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고, 기업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이런 부분은 완벽할 수는 없을지라도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  


결국 이 모든 불만족 뒤에는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급여를 받는다'라는 전제가 따른다.

나는 그 무엇 보다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이 사회 시스템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이 된다.

좁게는 당신의 상사를 욕할 수도 있고, 좀 더 나아가서 회사를 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그 상사가 세상을 떠나고, 설사 그 회사가 망하더라도 당신의 삶 그리고 당신의 후손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시스템에 있다.

분노의 대상을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분노와 불만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때 더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사회는 빨리 바뀌지 않는다.

특히 우리처럼 빠른 피드백을 바라는 젊은 층들은 바뀌지 않는 사회가 더욱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행동한다면.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는 많이 폐쇄적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다.

투표와 표현. 이 두 가지는 변화를 바라는 국민이라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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