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이유

자아 성찰

by 하늘바라기

"왜 떠나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히 안다.

일상은 안전하다. 예측 가능하다. 익숙하다. 그래서 편하다.

하지만 그 편함 속에서 무언가가 죽어간다. 호기심이 죽고,

감각이 무뎌지고,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매일 같은 길을 걷다 보면, 더 이상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더 이상 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거울을 봐도, 나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떠난다."

낯선 곳에 가면, 모든 것이 새롭다. 평범한 나무도 신기하고,
흔한 돌멩이도 의미 있게 느껴진다.

감각이 깨어난다. 눈이 크게 떠지고, 귀가 열린다. 피부가 바람을 느끼고,

코가 흙냄새를 맡는다.

살아 있다는 느낌, 그것을 찾아 떠난다. 배낭을 멘다.

생각보다 무겁다. 필요한 것만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무겁다.

인생도 그렇다.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짐이 쌓인다.


걷기 시작한다. 처음 몇 걸음은 어색하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다.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하지만 걷다 보면 적응된다. 배낭의 무게가 몸의 일부가 된다.

인생도 그렇다. 처음에는 버겁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견딜 만해진다. 때로는 그것 없이는 이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길을 걷는다.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흙길이 시작된다. 발밑의 감촉이 달라진다.

딱딱한 것에서 부드러운 것으로. 인공적인 것에서 자연적인 것으로.

첫 번째 고개를 넘는다. 숨이 차다. 땀이 난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

몸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심장이 뛰고, 폐가 움직이고, 근육이 수축한다.

"나는 살아있다."

고개를 넘어서면 풍경이 달라진다. 뒤를 돌아본다. 내가 왔던 길이 보인다.

저기서 여기까지 왔다. 내 발로. 내 힘으로. 작은 성취감!

그것이 쌓여서 큰 자신감이 된다. 여행은 그런 것들을 준다.

작은 성공들, 작은 기쁨들, 작은 깨달음들.

왜 떠나는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상에서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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