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성찰
가을이 왔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고, 바람이 서늘해지면, 무언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이다.
"떠나라."
일상은 반복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커피를 마시고, 출근하고, 일하고, 저녁을 먹고, 잠든다.
그 사이에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어제와 같고,
내일도 같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굴러가고 있는 걸까?"
가을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계절이다. 여름처럼 뜨겁지도, 겨울처럼 차갑지도 않은 중간 지대. 무언가 끝나고,
무언가 시작되는 경계. 그 경계에 서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본다. 단풍이 물든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나뭇잎 하나가 떨어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나도 저렇게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저렇게 자유로워지는 걸까?
배낭을 꺼낸다. 오래 묵혀두었던 등산화의 먼지를 털어낸다.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로 갈지 고민한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떠나는 것, 움직이는 것,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는 것이다.
가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금방 겨울이 온다. 단풍은 떨어지고, 산은 앙상해진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그래서 나는 떠난다.
목적지를 정하고, 표를 끊고, 짐을 싼다.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여행이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걱정들이 하나씩 벗겨진다.
"돌아오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안다. 돌아왔을 때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여행은 사람을 바꾼다. 자연은 사람을 바꾼다.
떠나기 전날 밤, 잠이 오지 않는다. 아이처럼 설렌다. 내일이면 나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다
그 곳에서 공기를 마시고, 또 다른 바람을 느낄 것이다.
가을이 나를 부른다. 그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나는 짐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