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울릉도 나리분지 — 나를 찾아가는 여정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했다

by 하늘바라기

제주에서 다시 서울로, 서울에서 포항으로,

포항에서 배를 탔다. 울릉도까지 3시간 반.

긴 여정이었다.

배 안에서 나는 멀미를 했다. 심하게.

화장실에 갔다. 토하고 돌아와 누웠다. 눈을 감았다.


'왜 여기까지 오는 걸까?'


후회가 됐다. 그냥 제주에서 끝낼걸.

굳이 울릉도까지 올 필요가 있었나.

그런데 오고 싶었다. 멀리. 최대한 멀리.

서울에서 최대한 먼 곳. 그래야 보일 것 같았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울릉도에 도착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숙소에 짐을 풀고 쉬었다. 하루 종일.

다음 날 아침, 나리분지로 향했다.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말을 걸었다.

"관광객이세요?"

"네."

"혼자 오셨어요?"

"네."

"대단하시네요. 혼자 울릉도까지."


대단한가? 나는 그냥 필요했을 뿐이다.

멀리 오는 게. 도망이 아니라 나를 찾기 위해.

"얼마나 계실 거예요?"

"이틀이요. 내일 가요."

"이틀만요? 먼 길 오셨는데."

"충분할 것 같아요."

기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리분지에 도착했다.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렸다. 하늘이 가까웠다.

사람이 없었다. 나 혼자였다.

천천히 걸으니 발소리만 들렸다. 바람 소리만 들렸다.


한참 걸어 언덕에 올랐다. 주변을 봤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그 한가운데 나.

고요했다. 완전한 고요. 서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벤치에 앉았다. 그냥 앉아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을 3주 전 한강에서 던졌다.

떠나기 전에. 그때는 답이 없었다.

이제는?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여행하면서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통영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계속했다.

배 멀미가 심했지만 여기까지 왔다.

힘들어도 계속했다.


여행하면서 나는 느낀다. 준혁과 스님에게서,

그리고 불국사 할아버지, 제주 할머니에게서.

사람들 말을 듣고 변하려고 노력했다.

여행하면서 나는 거짓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아픈 것, 후회하는 것, 두려운 것도 다 기록했으며

솔직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바라봤다.


여행하면서 나는 사랑을 느꼈다.

엄마한테 "사랑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한테 달려갔다. 마지막 순간 손을 잡았다.

"사랑해요"라고 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런데 동시에. 여행하면서 나는 불안했다.

계속. 길 잃으면, 계획 틀어지면,

통제 안 되면. 패닉이 왔다. 손에 땀이 났다.

여행하면서 나는 결정을 못 했다.

내비게이션 꺼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오름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확신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나 자신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여행하면서 나는 비교했다. SNS 보면서.

친구들 게시물 보면서. 부러웠으며 조급하게 느꼈다.

나는 뭐 하고 있나 생각했다. 그런 내 모습.

여행하면서 나는 이기적이었다. 제주 할머니가 가르쳐줬다.

"이기심 버려라." 그런데 쉽지 않았다.

나부터 생각하는 습관. 30년 동안 굳어진 내 모습.


좋고 나쁜 모습. 강하고 약한 면. 모두 다 나였다.

그중 모순적인 모습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마도 그게 인간이 아닐까. 완벽하지 않은 게.

모순적인 게. 바람이 불어 억새가 크게 흔들렸다.

구름이 빠르게 지나갔다. 나도 흔들렸다.


여행 내내. 울고, 웃고, 후회하고, 감사하고. 계속 흔들렸다.

그런데 멈추지 않았다. 흔들려도 계속 갔다.

그게 중요했다. 멈추지 않는 것. 노트를 꺼내 적었다.


"울릉도에서 본 나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


힘들어도 계속 가는 사람. 이 여행이 이를 증명한다.

한강에서 암울했던 나는 여기까지 왔다. 3주 동안.

쉽지 않았다. 할아버지 돌아가셨고 울었다. 멈출 뻔했다.


그런데 계속했다.

통영 이후로도 경주, 안동, 보령, 제주, 울릉도.

계속 갔다. 그게 내 장점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

융통성은 없으나 배우려는 사람. 변하려는 사람.

여행 내내 사람들 말을 듣고 변하려고 노력했다.


내비게이션 껐다. 계획보다 그냥 발길 가는 데로.

친절을 연습했다. 진실한 사람. 거짓말 안 하는 사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이 노트가 나를 증명한다.

솔직하게 아픈 것, 부끄러운 것, 후회하는 것.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엄마를 사랑한다. 할아버지를 사랑했다.

친구들을 사랑한다. 표현은 서툴어 자주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동시에 불안한 사람.

미래가 두렵고 실패가 무섭다. 뒤처질까 봐 조급하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계획하고 확인한다.

30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쉽게 안 바뀌지만...


우유부단한 사람. 결정을 못 하고 확신이 없었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계속 고민했다.

그러면서 기회를 놓치고 후회했다.

그런 생각을 없애려 해도 자꾸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직도 이기적인 사람일까.

욕심을 버리고, 사랑하고, 나누어 주려고 노력하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나부터 생각하는 것. 습관이다.

생존을 위해 본능에 충실하고 모순적인 나.


완벽하지 않지만 그런데 괜찮았다.

그게 인간이니까. 그게 나니까.

중요한 건 나쁜 면을 줄여가는 것이다.

조금씩. "어제보다 조금만."


불안하지만 덜 불안하게.

우유부단하지만 조금은 결단력 있게.

비교하지만 덜 비교하게.

이기적이지만 조금은 이타적으로.

완벽해질 수는 없다. 그런데 나아질 수는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은 찾았다.

그리고 할 일도 찾았다.

기타, 그림, 봉사, 글쓰기, 요리, 마라톤.

사람들도 만나고 사랑도 할 것이다.

천천히 가기. 조금씩 나아가기.

완벽하지 않아도. 흔들려도 계속 가기.


그리고 마음가짐도. 욕심 줄이기. 비교 그만하기

현재에 감사하기. 사랑하기. 친절하기

이제 실천만 남았다. 서울로 돌아가서. 일상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바빠지고, 다시 지칠 것이다.

다시 불안할 것이고 흔들릴 것이다.

그런데 괜찮다. 그때마다 이 노트를 보자.

여행을 떠올리고 다시 또 방향을 잡으면 된다.

내 방향과 속도로 나의 길을 갈 것이다.


6개월 후면 조금 달라져 있겠지.

1년 후면 꽤 달라져 있을 것이다.

5년 후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 선한 사람. 행복한 사람. 후회 없는 사람.

그게 내 목표다. 거창하지 않지만 충분하다.


3주 전 여행을 시작하며 막막하고 막연했지만.

지금 울릉도에서 나만의 길을 찾았다.

일어서서 억새밭을 걸었다. 바람이 불었다.

내 마음도 억새처럼 흔들렸다. 그런데 괜찮았다.

흔들려도. 내가 정한 방향은 있으니까.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게 해 준 울릉도.

그곳으로 가는 여정이 멀게만 느껴지는 곳.

가까이 있을 때는 안 보였지만

복잡하고, 모순적이며 불완전한 나를 보았다.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나.

이를 위해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나를 찾았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마음이 평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