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은 눈 안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꼭 눈이 까끌거려 확인해보면 속눈썹이 눈알에 들어가 있거나 흰자를 찌르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속눈썹에게 고마운 줄은 모른다.
도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슬리는 것은 즉각적으로 보이는 것이므로.
엄마와 아빠가 미울 때가 많았다.
왜 내가 다니고 싶은 학원을 못 다니게 한 건지.
다른 부모님은 응원의 말을 많이 해주는데 왜 우리 부모님은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는지, 비교하며 미워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속눈썹 같은 존재였다.
가끔 눈 안을 거슬리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할 때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내 일생의 대부분을 지켜줬고 함께 해줬고 보호해줬다.
그저 눈에 즉각적으로 보이는 아픔 때문에 모든 것을 부정하려 했지만
부모님은 없어서는 안 될 속눈썹이었다.
속눈썹이 거슬린다고 다 뽑을 수가 있을까?
확 김에 다 뽑아버렸다면 그제서야 알게 될 것이다.
속눈썹이 있을 때는 몰랐을, 일부터 수만 가지의 불편함 들을.
그리고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차라리 속눈썹이 찔려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은 익숙하기 때문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당신에게 가장 익숙한 것일수록 가장 소중한 것일 확률이 크다.
속눈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