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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Oct 11. 2020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은 책 - 동해생활 - 송지현

집 근처에 위치한 독립서점 카페에 갔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2주에 1권이라도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풍족해진 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 책 소개하는 유튜버가 있는데 (알고리즘으로 스쳐 지나가다가 본거라 누군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유튜버의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이 든다. 책 1권을 읽어도 마음이 따땃해진다. (물론 에세이나 소설을 읽으면 그렇고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내 인생이 하찮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서 억지로라도 책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책을 한번 읽으면 재미있지만 그 책을 집어 들기까지가 쉽지 않다. 왜냐면 세상에는 자극적인 재미가 너무나도 많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넷플릭스 때문에 미치겠다. 내 삶이 넷플릭스화 되어가고 있었다. 점심밥을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고 퇴근 후 저녁밥을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고 간식을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며 잠들기까지 늘 함께 했다.

장르도 스릴러를 좋아해서 범죄 스릴러인 '종이의 집' 시즌4까지 5일 만에 몰아서 보고 그다음 바로 이어서 '엘리트들'까지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3일 만에 다 끝내버리니 이젠 꿈속에서도 웬 남자가 내 앞에서 총 맞아서 피 튀기면서 죽었다.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넷플릭스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결제는 다달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가끔 영화 찾아서 보는 정도..







아무튼 내가 책을 더 읽으려고 하는 이유는 유튜버의 말대로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찾아간 집 근처 독립서점 카페는 너무나도 좋았다. 책들이 많았고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책들이 즐비되어 있었다. 책들의 표지만 보아도 흥미가 더해졌다.


책은 문학, 예술, 창작이지만 팔려야 하기 때문에 상업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곳에서 발견한 책은 독자를 위해서 쓴 책이 아닌 자신만을 위해서 쓴 책 같았다.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만 골라보던 내게 이 곳은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표지가 마음에 들었던 책 한 권을 집었다.

'동해 생활'

사실 동해 생활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살면 서울생활, 남해에서 살면 남해 생활 그냥 그가 살고 있는 지역에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근데 이상한 거에 끌렸는데 겉표지는 트레싱지인지 속의 표지가 비치는 종이였는데 표지는 동해의 노을 지는 배경으로 하여 트레싱지에서 비치는 그라데이션의 노을이 이뻐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 장, 두장 읽다 보니 괜찮은 것 같아 구매했다.









내가 생각했던 에세이는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말을 하는 책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최대호 작가의 글 중

'자고 일어나면 걱정 다 사라질 거야.'

라는 위로의 문장이 섞인 것이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내가 그런 것만 읽어서 에세이의 틀을 규정해놓았는지도 모른다.

송지현 작가의 에세이 '동해생활'은 그냥 작가의 생활 그대로를 적어놨는데 이게 바로 에세이가 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갑자기 동해로 떠났다는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즘은 뭐 제주살이도 많이 하구. 얼마 전에 친한 동생도 갑자기 연락 와서 제주살이를 하겠다고 떠난 지 5개월이 지났다.

이 책은 동해에서의 생활이 특별했다기보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그대로 전하니 그냥 그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마치 트레싱지에서 비치는 노을처럼. 자꾸만 드려다 보고 싶었다.









그리고 송지현 작가의 성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살지 않는 것 같아서. 막 산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뭐 책만 보고 이 작가님이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노력을 해왔고는 전혀 알지 못하고 판단할 수도 없다. 이 책을 통해서만 유추할 수밖에.

근데 작가가 에세이에서 보여주는 본인의 모습은 우울증이 있으니 굳이 이겨내려고 하고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나름의 우울증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라 우울증을 즐길 수 없는 것을 알지만 밤에 혼자 벤치에 앉아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고독을 씹는 것은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하루 종일 행복하기만 했을 때는 밤하늘은 그저 밤하늘로만 보였었지만 지금은 단순히 밤하늘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동해생활'을 읽으며 마치 동해로 놀러 간 듯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게 바로 책으로 대리만족을 하나보다. 작년 속초로 놀러 갔을 때 기억나는 건 청초수물회에서 먹은 물회가 그렇게 맛있었다는 기억밖에 없지만 다시 가고 싶어 졌다.









송지현 작가는 동생 송주현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책 속에서 느껴진다. 책 속에선 동생을 사랑한다거나 아낀다거나 그런 직접적으로 드러낸 말은 없지만 늘 작가는 동생에 대한 애틋함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동해생활을 줄이면 동생이라는 문장에서 어쩌면 동해라는 건 둘째치고 작가가 사랑하는 동생과 친구, 지인들이 동해라는 걸 핑계로 더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였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감성적인 사진들도 마음에 든다. 되게 일상적인데 또 되게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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