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바라기 그림을 말하다
어쩌면 여행이 가슴의 상처를 치료하진 못해도 덜 아프게는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했다. 그리고 내 해바라기를 가득 담은 그림이 상처 받은 다른 이들에게 작은 연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길 위에서 3 / 캔버스에 아크릴 / 73cm x 50cm, 20호 / 2014>
2010년에 만난 이 순간이 오늘에야 제 가슴에서 빠져나와 캔버스에 담겼습니다.
그날 이 자리가 눈 앞에 펼쳐지며 다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세상을 먼저 떠난 동생을 생각하며 이 해바라기가 끝나는 길 위에서 많이 울었었는데 다시 그 순간인 것 같습니다. 가슴 속에 사는 동생에게 그림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길 위에서 04 / 캔버스에 아크릴 / 41cm x 27cm, 6호/ 2015>
이번 여행을 기다리면서 퇴근길 동작구에 있는 상도터널을 지날 때마다, 인사동이나 삼청동 거리의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터널의 건너편, 골목길의 모퉁이가 내가 꿈꾸는 유럽의 그 길 위이길 바랐습니다.
터널과 골목의 끝나는 곳에서 상상으로 혼자 슬쩍 미소 지었던 그 설렘으로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여기서 본 것과 같은 들꽃 하나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겠지요.
<길 위에서 05 / 캔버스에 아크릴 / 25.8cm x 14cm, 2호 / 2015>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해바라기가 제가 준 것은 희망과 사랑, 에너지였습니다.
<길 위에서 06 / 캔버스에 아크릴 / 41cm x 27cm, 6호 / 2015>
해바라기 들판 너머에 멀리 마을이 보입니다. 작은 성당도 있고요. 순례길을 걷는 이들에게, 사람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중간 휴식이기도 하고 희망과 안도의 대상이지요.
저기까지만 걸으면 한 숨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 갑니다.
<길 위에서 07 / 캔버스에 아크릴 / 53cm x 33cm, 10호 / 2015>
삶의 길이고, 자신을 거울처럼 바라보게 하는 길이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해바라기 작품 다섯번째 입니다.
<길 위에서 08 / 캔버스에 아크릴 / 80cm x 117cm, 50호 / 2015>
해바라기 들판을 지나 멀리 조그맣게 보이던 마을이 점점 가까워집니다. 성당도 보이고 옹기종기 붙어있는 집들과 붉은색 지붕이 따뜻합니다. 작은 바(bar)에 들러 빵과 커피를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길 위에서 걷고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달 구경 나왔다가 해를 만나니 / 캔버스에 아크릴 / 53cm x 45.5cm, 10호 / 2015>
복잡한 머리를 비우려고 푸른 어둠 속 흰 달을 보러 나왔더니 마당에 핀 해바라기가 달구경 중입니다. 방해될까 뒷걸음으로 돌아 들어오니 어느새 머리 속이 고요합니다.
<별이 꽃이 되어 02 / 캔버스에 아크릴 / 60cm x 50cm, 12호 / 2015>
밤에 고개를 들고 별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의 모습은 아무 이유없이 서글퍼 보였습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보다 더 선명하게 제 자신 같았습니다. 별이 꽃이 되어 내려 가지에 걸린 듯 하더군요. 잊지 못할 여행의 밤입니다.
<길 위에서 09 / 캔버스에 아크릴 / 53cm x 45cm, 10호 / 2015>
온통 꽃으로 가득한 들판에 홀로 선 기분을 아시나요?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해바라기와 라벤더, 포도로 덮힌 길. 여행이 에너지가 될 수 밖에 없는 순간입니다.
<기다림 / 캔버스에 아크릴 / 40cm x 24cm, 6호 / 2015>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해바라기의 마음과 당신이 오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
<바람이 잠들면 / 캔버스에 아크릴 / 53cm x 33cm, 10호 / 2015>
키가 큰 사이프러스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내가 당신에게 하는 전화에 귀 기울입니다.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하고 전화를 끊고나니 바람은 다시 불어오고 사이프러스들은 저희들끼리 두런거립니다.
<내가 필요하면 6시에 그 길로 와요/ 패브릭에 아크릴 / 40cm x 24cm, 6호 / 2015>
<당신이 내 마음에 가득합니다./ 캔버스에 아크릴 / 60cm x 45cm, 12호 / 2015>
해바라기 앞에서면 온통 당신이 가득합니다. 하루 종일 그 앞에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당신을 그립게 하는 것들 / 패브릭에 아크릴 / 53cm x 33cm, 10호 / 2015>
하루 종일 해바라기 앞에 앉아 있다가 억지로 돌아들어와 밀린 숙제를 하듯 커피를 내립니다. 붉은 방과 책상 위 해바라기는 여전히 당신이 곁에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당신이 그리워지는 시간/ 45cm x 45cm / 캔버스에 아크릴/ 2015>
<생의 언덕 02/ 캔버스에 아크릴/ 117cm x 73cm (50호) / 2015>
가슴 속에선 그리 오래 뭉쳐만 있었는데, 뛰쳐나오기 시작하니 저 스스로도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나니 아침입니다. 오늘은 잠이 없이도 피곤이 덜한 날입니다. 가슴을 좀 비워 그런가봅니다.
<생의 언덕03/ 캔버스에 아크릴/ 53cm x 33cm, 10호 / 2016>
<달과 해바라기 / 25cm x25cm / 캔버스에 아크릴/ 2016>
<여행자의 기억_03/ 캔버스에 아크릴/ 2017>
<생의 언덕/ 캔버스에 아크릴/ 80cm x 116cm(50호)>
숨이 있는 것은 모두 숨이 멎는 순간이 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다를뿐이지요. 들판에 가득한 꽃도, 나무도, 우리도요. 어쩌면 죽음도 생의 한 부분이고 순간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한 순간을 축제처럼 화려하고 찬란하게 살아가길...
<느긋한 외로움11/ 캔버스에 아크릴/ 72cm x 60cm/ 2016>
꽃길을 따라 걷는 길은 혼자라도, 슬퍼도, 외로워도 괜찮습니다.
<당신에게 가는 길 / 캔버스에 아크릴 / 73cm x 50cm, 20호 / 2018>
그 길에서는 갑자기 비도 내리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귀를 울립니다. 하지만 당신을 떠올리면 그 모든 것은 사라지고 해바라기가 가득한 꽃길이 펼쳐집니다.
<그리움을 그리워한다면/ 캔버스에 아크릴/ 60cm x 90cm, 30호/ 2018>
아름다운 지난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도 삶의 작은 틈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생에 쫓기며 사는 이들에겐 그리워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에는 느긋하게 앉아 과거를 회상하는 그리움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천국으로 보낸 해바라기 그림 한 점 https://brunch.co.kr/@bjh437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