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러 유럽에 간건 아닌데..12화

남자의 짝사랑

by 배종훈

멀리 언덕 위에 빨간 지붕 풍차가 조그맣게 보였다. 파란 하늘 밑에 붉은 풍차. 낡고 오래되고 애틋한 풍경에 쉽사리 마음을 빼앗기는 내가 오래된 풍차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우리가 이동하는 방향과 풍차가 같은 곳에 있었지만 설령 방향이 반대라 해도 자동차 핸들을 꺾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풍차는 작은 산을 공원으로 만든 곳에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들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풍차.


하지만 더 신나는 일은 풍차가 그냥 풍차가 아니란 사실. 이곳은 알퐁스도데의 작품 ‘별’에 등장하는 장소였다. 레보 드 프로방스의 뤼브롱산을 배경으로 양치기 목동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남아있는 그 언덕이었다.


풍차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를 보며 두 사람이 연인인가 아닌가에 대하여 그녀와 이야길 나누다 그녀가 짝사랑에 대하여 물었다.


“그럼, 이룰 수 없는 사람을 짝사랑하면서 그 사람에게 고백해 본 적 있어요?”
“네? 아니요.”
“왜요? 어차피 이룰 수 없어서?”
“아니, 그 사람과의 모든 관계가 사라질까봐 두렵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철저하게 마음을 숨기려고 노력해요. 이룰 수 없는 이에게 내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모든 관계를 끝내는 길로 들어서는 거니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그 감정을 숨기는 일은 너무 아프지만, 괜히 고백했다가 아예 만날 수조차 없게 되는 건 더 슬프지 않나요? 사랑하는 이의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가끔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전 그걸로 만족해요. 사랑의 설렘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변한다고 하죠. 그러나 숨기고 있는 사랑의 설렘은 늘 그대로죠.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감정을 차가운 얼음 속에 넣어두었으니까요...”


FB_IMG_153787551416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