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아요 Mar 21. 2021

2003년 日고교야구대회 '한국어 선서'로부터 18년

2021년 ‘한국어 교가' 교토국제고 봄 고시엔에 오르다

2021년 3월 19일 제93회 선발고교야구대회 (이하 센바쓰) 일명 봄 고시엔이 개막했다.

앞서 지난 1월 29일엔 센바쓰에 출전할 32개교가 발표됐다. 보통 센바쓰에서 특별한 이슈가 있지 않은 이상 한국에서 관련기사를 찾아볼 순 없지만 이날만큼은 예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바로 과거 교토한국학원이었던 교토국제고(京都国際)가 이름을 올렸기 때문. 출전이 발표된 직후 한국 미디어에는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고시엔 진출이 확정됐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1999년 교토한국학원 시절 창부 했다. 외국인학교 경식팀으로는 최초로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하여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교토대회에 모습을 내비쳤다. 그렇게 처음 출전한 대회 첫 경기부터 강호 교토세이쇼(京都成章)를 만나 0대34로 패하며 좌절을 맛봤다. 2001년에는 창부 3년 만에 카이요(海洋)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었다. 교토국제의 역사적인 첫 승 경기에서 유격수로 활약한 1학년생이 바로 훗날 LG트윈스에서 내야수로 활약한 황목치승이다. 시간이 더 흘러 2008년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하게 된다. 1학년 가을부터 팀의 4번 타자를 맡아 고교통산 30홈런를 기록한 고교생 슬러거는 테스트를 받아 히로시마 카프에 입단하게 되는데 이 선수가 바로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두산 베어스 내야수 신성현이다. 당시 동료 유학생으로 고양원더스와 LG트윈스 포수를 거친 유튜버 정규식도 있었다.

 

최근에는 이케다 마사야(池田将也), 우에노 쿄에이(上野響平) 등 교토국제고는 꾸준히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하며 격전지 교토에서도 강호로 손꼽히기 시작했다. 2019년 교토 봄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여름 제101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교토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여름 고시엔 무대에 고작 한 발이 부족해 닿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창궐하며 봄, 여름 고시엔이 모두 취소됐던 2020년 가을, 센바쓰 출전 시드 6개가 주어지는 추계킨키대회에서 베스트4에 오르며 제93회 센바쓰고교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그렇게 교토국제고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고시엔에 진출하며 전국무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교토국제고 한국어 교가

교토국제고는 1947년에 재일 한국인의 자녀를 위한 중학교로 설립되었으며 1963년에 고등학교를 증설했다. 그러나 이후 경영난을 계기로 2004년 교명을 교토국제중학교・고등학교로 변경하고 문부성의 지원을 받아 일본인 학생들을 받기 시작하게 됐다. 민족고라는 한국 내 기사와는 달리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현재는 민족교육에 목적을 두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야구부가 고시엔을 노릴 수 있는 좋은 성적을 올릴 정도로 야구부를 적극 육성하고 있음은 국제고 이미지를 앞세우고 일본인 학생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싶은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부분. 실제 현재 교토국제고 야구부 학생 40명은 전부 일본인이다. 박경수 교장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남학생들은 야구가 하고 싶어서 여학생들은 K-POP을 좋아해서 교토국제학원에 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가만큼은 아직 한국어 가사로 된 교가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고시엔에 첫 경기를 치르는 팀은 2회를 마치게 되면 구장에 교가가 울려 퍼지고 이는 미디어를 통해 전국으로 송출된다. 즉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첫 경기가 있을 23일,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全てのプレーに全力を注ぐ『魂』、大会を支える人たちへの『感謝』
(모든 플레이에 지탱하는 영혼, 대회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

야구가 주는 감동이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는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경기할 것을 선서합니다

2003년 7월 12일에는 교토시 우쿄구(京都市 右京區) 니시쿄고쿠(西京極)구장에서 열린 제85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교토대회 개회식에서 일본어와 한국어 두 개 언어로 구성된 선서문이 울려 퍼진 일도 있었다.

선서의 주인공은 바로 교토국제학교의 전신 교토한국학원의 주장 이양강 (李良剛). 외국 국적의 주장에 의해 한국어와 일본어 2개 국어로 된 선수선서는 85 년의 고교 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미디어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교토신문은 "이군의 선서는 큰 감동을 주었으며 개막식 현장을 찾은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양강은 2003년 6월 28일, 교토시 우쿄구(京都市 右京區)에 위치한 교토(京都)외국어 오오모리타(大森田)기념 강당에서 열린 제85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 쿄토대회 추첨회에서 '1번'을 뽑아 재일외국인학교 대표로는 처음으로 개회식에서 선수 선수를 할 수 있었다.


당시 추첨에는 야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하는 77개교가 참가했다. 각 고등학교 주장이 단상에서 조편성 추첨에 참여했다. 이양강은 63번째로 강단에 올라 '1번'을 뽑은 후 "교토한국학원 1번입니다"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장내에는 환호성이 터지고 커다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단에서 내려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인터뷰하던 이양강은 기자에게 "어떤 선서를 하고 싶습니까"라고 질문을 받았다.


이양강은 "선서 내용은 감독님과 동료 선수와 의논해 결정하고 싶지만, 한국어와 일본어 양국의 언어로 선서하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유래 없는 외국어 선서를 일본고교야구연맹이 승인해 줄 것이냐 라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잠시 동안의 우려는 기우였다. 일본고교야구연맹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한국어는 일본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국의 언어로 (선서)하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라며 발 빠르게 환영의 뜻을 전했다.


교토국제고 고시엔 진출로 미디어에서 재조명 받고 있는 이양강은 최근 인터뷰에서 "2003년은 미국 부시 대통령 임기 중에 이라크전쟁이 있었다. 고교야구를 통해 감동과 기쁨 그리고 국경, 인종 분쟁을 초월하여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양국 관계가 좋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 내에서는 이번 센바쓰에서 있을 한국어 교가에 대한 논란의 시각도 존재한다. 바로 교토국제고 교가 시작부에 등장하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이라는 구절 때문. 일본고등학교야구연맹은 동해를 日本海(일본해)로 번역하지 않고 東の海(동해)라고 번역한 일본어 자막을 만들어 MBS, NHK 등의 방송국에 제공한다.


이러한 논란에 이양강은 "당시엔 저도 그런 부분까지 의식하진 않았습니다만 고시엔에 흐르는 한국어 교가를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의 선수들은 40명 전원이 일본인이고 단지 야구가 하고 싶어 교토국제고에 왔습니다. 그저 우연히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가가 한국어 일 뿐입니다. 이제는 인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국가를 이해하고 공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현재 교토국제고의 주장을 맡고 있는 야마구치 긴타(山口吟太)군 역시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어 교가를 당당히 부르겠습니다"라고 답해 일본학교의 교가가 한국어라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의미를 담아 인터뷰 했다.


일본 사회에서나 한국의 시각으로나 교토국제고는 이력이 특별한 학교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어 교가, 과거 이력, 돌풍의 주역 등 다양한 의미로 주목받고 있다. 18년 전 이양강이 여름 교토대회 개회식에서 했던 선서처럼 야구가 주는 감동이 국가와 인종을 뛰어 넘어설 수 있는 경기를 교토국제고의 첫 전국 무대 경기에서 엿볼 수 있지 않을지 고교야구팬으로서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교토국제고 개교 이래 사상 첫 고시엔 경기는 오는 23일 치러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팔꿈치 부상당한 투수를 지명한 소프트뱅크 호크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