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아요 Jan 20. 2017

경식 야구경기를 한 최초의 한국 여자야구팀

일본의 여자고등학교(경식) 야구의 시작은 1995년 중국이었다. 

훗날 (일본)전국여자고등학교경식야구연맹의 사무국장을 거치는 요츠 코헤이(四津浩平)는 중국 베이징에서 장, 단기 체류를 반복하며 남자 중고생의 야구 지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베이징 교육위원회 관계자와 담소를 나누다 무심코 자신이 일본 대학에서 여자 연식 야구부의 감독을 했던 경험을 전했다. 당시 중국은 ‘2000년 올림픽은 중국에서!’라는 분위기가 고조되며 나라 전체가 스 포츠에 대한 열망이 극에 달해 있던 시기였다. 때문인지 이 얘기를 들은 베이징 교육위원회 관계자가 “꼭 우리나라(중국)에서도 여자에게 야구를 지도해주면 좋겠다”며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요츠씨는 2주씩 2개 학교에서 여자 경식 야구를 지도하게 됐다. 


일은 요츠가 (일본으로) 귀국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 

베이징 교육위원회로부터 “일본에서 여자 경식야구 연습경기를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연락이 온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 고등학교에는 여자야구부가 없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경식 여자야구를 지도해놓고 이제 와 “일본에는 여자 경식야구가 없다”고 도저히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요츠는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본고교야구연맹에 문의했지만여자 경식야구는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소프트볼부가 상대가 돼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20개가 넘는 학교에 시합을 제의했지만 재고의 여지도 없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생각을 바꾼 요츠는 거꾸로 베이징 교육위원회에 “교류 경기를 통해 중· 일 친선을 도모하고 싶다”는 취지의 편지를 써줄 것을 부탁했다. 팩스로 받은 편지를 들고 요츠는 다시 학교를 돌며 시합을 제의했다. 그리고 그 결과 도쿄의 코마자와학원 여자고등학교(駒沢学園女高)와 다치카와 여자고등학교(立川女高) 2개 학교가 소프트볼부를 임시로 경식야구 동호회로 만들어 출전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일본대외문화협회의 협조를 구해 중국 여자 경식야구부의 입국 허가까지 받은 요츠씨는 중국 팀의 여비와 일본 내 체류비를 모두 본인 자비로 부담했다. 


그렇게 1995년 8월 24일, ‘일 · 중 친선 고교야구 여자경식야구대회’, 일본의 첫 여자고등학생들의 경식 야구 시합이 치러졌다. 


중국과 성공적인 친선경기를 치러낸 요츠는 보다 뜻을 키워 이번엔 한국과의 교류경기를 준비했다. 

이때 후쿠오카시에 위치한 일본 최초의 아동복지시설 시이노미학원(しいのみ学園)의 창설자 쇼오지 사부로(曻地 三郎)는 한국과의 야구경기가 성사될 수 있는 가교가 돼주었다. 한국사회사업대학(현 대구대학교)의 교수 겸 대학원장을 지낸 쇼오지 박사는 한국의 교육과 복지 향상 및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한국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포장받기도 한 인물. 그의 노력으로 서울의 명문 신정여자상업고등학교 소프트볼부를 대회에 초청할 수 있었다. 

친선 경기를 위해 한 달간 경식야구를 연습하고 일본에 방문한 신정여상은 일 · 중 친선고교야구 여자경식야구대회에 출전했던 코마자와학원 여자고등학교와 다치카와여자고등학교 그리고 토야마현의 타카오카다이이치고(高岡第一)가 더해져 총 4개 팀이 ‘한 · 일 친선고교야구 여자경식야구대회’를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를 수 있었다. 


이때가 1996년 8월. 한국 최초여자야구팀 비밀리에가 제4회 여자야구 월드시리즈에 참가했던 2004년 7월 보다 8년 정도 앞선 시기다. 


* 참고 – 전국고등학교여자경식야구연맹

매거진의 이전글 미노시마고(箕島) 야구부 그리고 재일교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