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가 이리도 중요하다니!
태국 시간으로 오전 7시 12분 출근 준비를 하는데 카드사에서 아래와 같은 문자가 왔다.
"고객님 앞으로 발행된 00 카드가 배송 시작되었습니다."
분명 난 요청한 게 없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람. 간신히 잠에서 깨어난 정신을 더 붙들고 곰곰이 생각했다. 아, 5년 전 발행한 카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자동 발행이 된 것이었다. 그럼 주소지가 과거에 있을 텐데? 하며 불현듯 불안감이 감싸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 회사 주소다.
심지어 배송도 출발했다.
하필이면 이번 출장길에 로밍 서비스가 잘 말을 듣지 않아, 통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상황에 이런 불상사가 생기다니 미리 주소리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출근 준비로도 바빴지만 다른 일을 모두 제쳐두고 급히 카드사에 연락을 취해본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에는 상담사 서비스가 잘 되어있어 전화가 아니더라도 AI 채팅 봇 서비스로 상담원과 연결될 수 있다. 앞에 일곱 명의 대기자가 있다는 소식만 들으며 계속 대기 연장 버튼을 누르던 찰나에, 연결이 되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떤 서비스를 도와드릴까요?”
이토록 반가울 수 없다.
난 바로 메모장에 적어둔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 붙여 넣기 한다.
“배송지 변경이 필요합니다. 이미 배송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카드의 배송 주소를 변경해 주시겠어요?”
“네 고객님, 다만 이미 배송이 시작된 경우 배송 철회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다급히) “네”
“그리고 기존에 저장된 직장 주소는 삭제 처리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난 다행스럽게도(?) 전 직장 팀장님과 수년 만에 연락할 경우의 수를 제쳐두고 원하는 주소에서 카드를 수령할 수 있었다. 물론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제 전 직장 동료 중 누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명단을 보며 연락을 돌려야 할 생각을 하니 얼굴이 붉어진다.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아도 되어 천만다행이다.
이 일을 계기로 사용 중인 카드의 유효기간을 확인해봤다. 아직 몇 년 정도 여유 기간이 남았으니 다행이지만 미리 주소를 업데이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인생사 어떤 일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니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것일까! 아무튼 업데이트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