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키 IKE Jun 16. 2024

대문자 F였던 내가 T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호두는 7살이고 저의 작고 귀여운 친구예요

글을 쓰기에 앞서 브런치에 꼬박꼬박 글을 써 내려가겠다던 저의 다짐이 무색하게 마지막 글이 벚꽃 가득했던 4월임에 부끄러워집니다. 어느덧 30도를 넘기는 여름이 되어버렸네요. 모두 무더위 조심하세요! 이 글은 저의 작고 귀여운 친구인 '호두(푸들)'를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쓰는 글입니다. 아, 참고로 호두는 올해로 7살이 되었어요 : )



호두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무렵인 20대 중반에 만났다. 사회생활에 한참 찌들어가며 대문자 F였을 것이라 추정하던 나의 마음이 T로 많이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겪었다. 상사에게 깨지고 온 날 호두와 산책하며 콧바람을 쐬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퇴근길에 온 힘을 다해 꼬리콥터를 하며 날 반기는 호두는 사랑 그 자체였고 덕분에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사진 출처 : CGV 홈페이지 <인사이드아웃2>

그 느낌은 마치 픽사에서 개봉한 <인사이드아웃 2>에서 감정 보관소로 가버렸던 기쁨, 슬픔 같은 감정들을 다시 감정 본부로 끌고 와서 무채색으로 변해가던 나에게 동심을 심폐소생 시켜서 살아나게 해 준 기분이랄까?


처음 호두를 만났을 때 난 반려견에 대한 지식이 지금에 비하면(그렇다고 지금은 많다는 건 아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서 어떤 종을 키워야 맞는지, 반려견의 품종마다 어떤 특징이 있고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지도 대략적으로만 알았을 뿐 현저히 몰랐다. 개에 관한 예능 프로를 보며 '보더콜리' 종은 에너지가 넘쳐서 견주가 하루종일 야외에서 놀아줘야 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진해야 하는 반려견이고, 그에 반해 지금 내가 키우고 있는 '푸들'은 영리하고 소형견이라 그렇게까지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지는 않아도 되는지 키우고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집 개를 토대로 푸들의 특징을 나열해 보자면 '똑똑하다' 가족들의 말과 기분을 살피고 행동한다, '애교가 많고 자기주장이 강하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배를 뒤집어 까는 발라당 포즈나 귀여운 소리를 내며 안 주고는 못 배기게 애교를 부리는데 늘 우리가 진다.. 그리고 '체력이 약하다' 호두는 어릴 적에 슬개골 탈구가 와서 한차례 수술을 했는데 그 이후부터 체력이 약해서 오래 걷지 못하고, 적당히 걷다가 가족들이 품에 안고 산책을 마무리하는 편이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입이 까다롭다'는 것! 이건 정말 푸들을 키우며 알게 된 사실인데 예전에 잠시 함께했던 시츄는 먹성이 좋아서 자고 있다가도 사료통을 흔들면 잠에서 깨서 달려오고는 했던 반면 호두는 사료를 주려고 하면 집으로 도망간다. 정말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 까까는 물론 예외이지만.. 하루에 한 끼 먹는데 호두 입맛에 맞을만한 사료를 찾기 위해 전국 사료 샘플은 다 구매해보기도 했다. 정말이지 입이 까다롭다. (지금도 밥 먹이기가 제일 힘들다..)


반려인으로서 심신의 안정을 찾고자 할 때 찾게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반려견의 고소한 냄새(?)인데 이 냄새가 매우 중독적이라 집에서는 호두 집 앞에 서성이며 발냄새를 한 번이라도 맡게 해 달라며 애원하고는 한다. 비유하자면 누룽지를 구워낸 냄새랄까? 아주 고소하고 꿈꿈 한 냄새인데 반려인이 댕댕이 발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하는 릴스를 보고 공감했던 적이 생각난다.


출처 : mbc <나혼자산다>


아무튼 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는 나를 부지런히 움직이게 만들어서 가끔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너무너무 큰 사랑을 줘서 보고만 있어도 엄마 미소가 절로 나오는 사랑스러운 생명체임에 틀림없다. 아 물론 종종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기도 하는데 그건 다음 편에 이어서! 이 세상의 많은 반려동물들아 모두 건강만 하자! :-)



호두의 귀여운 일상이 궁금하시다면 :-)

https://www.instagram.com/reel/C8J88Khp5zl/?igsh=dDM2d2s4bnpmc2R3


<개 키우는 여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