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후예에게 한국어를. 1화

페루 소녀의 한국어 멘토 활동을 시작하다.

by 망초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일로 평생을 보낸 사람으로, 우리나라가 고유의 말과 글을 가지고 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은 있었으나, 우리 한국어가 이렇듯 세계적인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구의 반대편에서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국제단체에 신청해 놓고 이제나저제나 한국어 멘토를 기다리던 잉카 제국의 후예 페루 소녀에게 한국어 수업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오늘 수업은 정식으로 하는 첫 수업이었고, 이 수업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월드샤프라는 단체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전 세계의 수요자들에게 멘토 역할을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연금 공단의 공지를 확인, 신청하여 멘토로 선정되었다. 오프라인 오리엔테이션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국적을 알 수 있었는데,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시아인들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멘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나라들 중 페루가 불렸을 때 순간적으로 페루 멘티 매칭이 되면 좋겠네라고 생각했는데, 딱 들어맞는 행운, 우연이 일어났다. 이것이 왜 행운인지는 이 글에서 확인이 되는 일이다.

사실 오프라인 오리엔테이션에서 괜히 신청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멘티들이 상습적으로 수업 시작 시간을 잘 지키지 않아 멘토들이 많이 지친다는 것, 또는 수업을 오래 하다 보면 멘티들의 사정을 알게 되고 좀 도와주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를 악용하여 한국에 올 터이니 자기의 후원자가 되어 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등의 고충을 들어서였다.


줌 수업이 기본이라고 했는데, 1회 무료 이용 시간이 40분밖에 되지 않아, 필자는 카톡과 비슷한 메신저인 왓츠앱 영상통화로 수업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사용이 미숙하여, 미리 준비한 공유 화면을 못 띄워 손으로 써서 보여주는 식으로 모음 10개, 자음 14개의 음가(音價)와 간단한 용례를 설명하였다. 세상에!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재미를 왜 군자의 삼락 중 하나로 인정해 주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류의 영향이라 짐작이 되지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어를 배운다는 20세 이 소녀는, 한국어를 배운 적이 없는데도 오늘 50분 수업에서 한국어 자음과 모음의 음가를 모두 알게 되었다.

재능도 있고, 열의도 있고, 시간도 잘 지키는 이 페루 소녀를 위하여 맞춤식 교재를 만드는 일로 당분간 행복한 비명이 계속 터져 나올 것 같은 예감이다.



1월드샤프본부소식.jpg

2교육내용.jpg

3학교중퇴아동교육.jpg

4교육복합단지조성.jpg

친사포교육성과.jpg

5미얀마.jpg

6인도.jpg

*커버 사진은 AI가 생성한 것이고, 나머지는 네이버 블로그 <세상을 반올림하다>에서 가져왔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이 책에 반하다. 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