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의 방주 Mar 30. 2017

싱가포르 중소기업 이야기 - 번외편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이야기

지난 포스팅에서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주 1회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 연결해 준 기초 컴퓨터 과정을 방글라데시 친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 교회 셀그룹에서 그룹채팅방을 통해 자원자를 모집했을 때... 
여타 한국 교회 단톡방이 그렇듯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아래는 한국어로 해석

언티 메리로부터!

안녕 컴퓨터 수업 튜터여러분! 우리는 지금 12명 에서 14명 정도 기초 컴퓨터 클래스를 등록받았는데 Word를 배울꺼야. 2월 16일에 시작할껀데 앞으로 2달 혹은 2달 반 정도 우리와 함께 할 사람이 있니? 총 10주동안! 만약 있다면 알려주고 혹시 다른 사람이 관심있어도 알려줘, 고마워!

나 역시 모른척 안본척 하며 생일축하를 진행했고

사람이 없어서 독촉을 한 번 더 받았는지 우리 셀장님인 엘리자베스가 한 번 더 공지를 돌렸다.



미안 얘들아, 에만으로부터 메세지를 받았는데. 지난번에 얘기한 이민자들을 위한 기초 컴퓨터 레슨에 관심 있는 사람 없니? 2월 23일 그니까 이번 돌아오는 목요일에 첫번째 수업을 진행할꺼야. 3명이 더 추가되었는데 선생님을 아직 못찾았대, 관심있으면 말해줘!

하지만 역시나

슬프게도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았었다.


이런 마음이었을까? 후후





사실 관심이 가긴 갔다. 뭔가 내가 엄청난 열정과 신앙심이 있어서는 아니고,

엄청 귀찮을꺼 아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할까 하다가 그냥 뭐 세상에 다른 일들처럼 기억속에서 잊혀지려는 찰나
셀장님의 갠톡이 왔다 ㄷㄷ

1시간 뒤 답장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퇴근 후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비로소 답장을 한 상황입니다.


여자저차해서 결국 목요일 시간을 내서 하기로 한 후, 시작하게 되었다.


장소는 Yellow Line의 Taiseng. 이민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곳


7시에 사는 곳 근처에서 엘리자베스를 만나 밥을 먹고 지하철 2정거장 거리를 타고 간 뒤 도착.

신발을 벗고 들어감ㅋ 발냄새 ㅋ 


작은 사무실 같은 곳을 개조해서 만든 건물인 것 처럼 보였다.

첫 날엔 8시 딱 맞춰서 들어갔기에 뭐가 뭔지 모르고 얼타면서 진행해주는 걸 따라갔다. 
내 담당 학생을 받았는데 17살... 헐 

17살에 타국으로 일하러 온 친구

사연이 없는 사람이 어디있으랴. 이것저것 쓸 것이 많지만 각설하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친구가 영어를 잘 못해서 아쉬웠다. 기본적인 단어만 나열할 줄 아는 정도 

아이폰 6를 갖고 있어서(내가 본 학생중 유일하게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학생이었다) 휴대폰은 능숙하게 사용하지만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등 부터 알려주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워드로 문서 작성하는 법 까지 했다.
나같이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아래와 같은 가이드가 존재했기에 쉽게 할 수 있었다.




아래는 센터 사진들




등돌리고 있는 분은 교회 청년부(?)와 같은 Young Adult에서 행사를 진행헀던 회장님과 같은 부이었고 맞은 편 가운데 계신 분이 처음 셀장님이 말했던 언티 메리.


사실 1월 셋째주 즈음 이 봉사활동에 대해 들었엇다. 그 때 진짜 이 교회가 방글라데시 / 인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도와주는 일 자체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나 역시 가슴이 뛰면서 나도 함께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언티 메리가 이 언티 메리였는지는 몰랐던 상황!


여튼 그렇게 첫 날 수업을 마무리 한 후, 9시 50분 경이 되자 모두 정리를 하고 봉사활동자들이 모여서 간단하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나눔을 가졌다. 

학생들은 어떤지, 컴퓨터 성능은 괜찮은지, 매주 오는데 시간은 낼 수 있는지, 프로그램의 질은 괜찮은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눈 뒤 간단하기 언티 메리가 한 번 더 프로그램과 학생들에 대해 설명하고 끝냈다. 

이 분들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 중국인들도 상당히 많은데 그래도 어느정도 영어를 쓰는 방글라데시나 인도와는 달리 중국인 노동자들은 전혀 영어를 하지 못해서 이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요일에는 중국어 교실을 열어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끄러움이 얼굴에 더해지며 잘 왔다는 생각을 가지고 첫 날이 끝났다.




그리고 다음주 셀장님과 함께 센터 근처에 모여있는 이민 노동자들이 사는 기숙사를 둘러보았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적으면 10명에서 많으면 18명이 한 방을 쓰며 지내고 있는 기숙사들.

닭장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에어컨 없이 방 하나에 선풍기 한 대씩 유지하면서 생활하는 인원수는 많으면 20명 안팎 적어도 10명 정도가 생활을 한다. 월 30불(2만5천원)에서 150불정도를 내며 살고 안에서는 대게 음식도 제공해 주는데 그 음식의 질이 형편없어서 대다수가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다고 했다. 

사실 이 하우징 금액의 경우 이 노동자들을 고용한 보스들이 내주긴 하는데... 이런 닭장을 제공해 주는것도 제공해주는 것이니 좀 안타까웠다.

싱가포르가 물가가 비싸긴 하지만 일반 저렴한 호커센터의 경우 음식값이 굉장히 싸다. 3천원이면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가장 기본적인 옵션으로) 허나 월급이 50만원 안팎인 이들에게 3천원의 금액은 대중교통 금액과 집으로 보내야 하는 돈을 합쳐 사치로 느껴지기도 한 금액이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라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각 기숙사들의 입구 앞에는 가드들이 지키고 있다. 음식이 형편없어서 돈을 모아서 양이 많은 음식을 사긴 하는데, 위생 문제 때문에 음식을 반입하지 못하게 했다. 따라서 이 사람들이 생각해 낸 것이 





이 케비넷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음식을 안에다 넣어두고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짐을 옮길 때 같이 옮긴다고 했다. 그래서 저 위에 케비넷이 여러개 모여있는 곳에 가니 음식 냄새가 꽤 났었다.

'왜 밖에서 음식 먹고 오면 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들고 가서 안에서 먹어야되냐'라고 말한다면야 뭐 나도 적당한 답변을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먹는 것 가지고 그러니 좀 서러웠다. 마치 군대 신병교육을 받는 시절 식중독이 문제될 것을 우려하여 한 달 내내 뜨거운 물만 마셨던 것처럼.



위에서 언급한 문제 외에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상당히 심하다고 '얼핏' 들었다. (영어가 부족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잘 안들린다) 언티 메리가 노동청에 가서 직접 신고도 하고 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얘기는 듣지 못해서 패스.




사실 쓰려는 얘기는 이런 얘기가 아니었는데 굳이 설명을 하느라 이야기가 길어져버렸고 덕분에 내가 본래 하고 싶었던 말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기 전에는 너무 가기 귀찮고 귀찮고 귀찮지만, (1주일에 1번 고작 2시간 짧은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성숙한 마치 선생님 같은 셀장님(실제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이다 ㄷㄷ)과 1시간의 식사와 2시간의 컴퓨터 수업은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들어준다.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한다. (호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도 만들고 헤븐조선으로 다시 돌아가고싶다는 생각도 들게해주기도 한다.)



금융과 무역 중심의 도시국가로 성장했고 많은 자본으로 인해 끊임없이 값싼 노동력이 들어오는 싱가포르에서는 우리가 배웠던(그러나 사실 그리 성숙하지 못한) 노동의 가치에 대해 (내 기준으로는)납득할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다. 


그리고 이 곳에 살며 끊임없이 위만 바라보고 사는 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3천불 이상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태클을 걸게도 만들어준다.

후후훗.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