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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분방 Nov 15. 2019

04. 홍콩, 현란한 불빛 속 추억의 울림

2016년 홍콩

2016년 12월, 한 해가 다 끝나갈 무렵 홍콩을 찾게 되었다. 야경을 좋아하는 나에게 밤이 아름다운 도시인 홍콩은 참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홍콩의 야경은 크게 두 곳의 포인트가 있다. 구룡반도에서 바라보는 홍콩섬의 야경과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의 야경이 그것이다. 이 당시 여행 일정상 딱 한 곳의 야경만을 선택하여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야경을 보아야 할지 많은 고민 끝에 스타페리 선착장을 찾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홍콩섬의 화려한 빌딩들의 야경을 마주할 수 있다. 시간만 잘 맞춘다면, 심포니 오브 라이트라는 레이저쇼도 함께 볼 수 있게 된다. 이곳에서 늦은 밤까지 머물며, 야경을 바라보고 사진 속에 담았던 기억이 난다.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같은 공간을 바라보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건물의 생김새, 빛의 색, 물에 비친 반영까지도 조금 더 한 장소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오랜 시간 홍콩에 머문 것은 아니기에 사진 속에 담긴 빌딩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사진 속 장소들을 하나하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필요는 사실 없을 텐지만, 사진 속 보이는 장소 중 한 곳에서라도 추억이 있다면 그 공간은 특별하게 더 다가올 것 같다.


 야경사진들을 보다 보면, 그 당시의 상황들이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함께 여행을 했던 사람, 주변에 있던 사람들, 흘려오던 음악소리까지도 글을 쓰는 지금의 나의 머릿속을 스쳐간다. 시간은 2019년의 12월을 향해 가고 있고, 4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가는 사진임에도 말이다. 이 당시의 사진이 2019년 다시 나를 홍콩으로 이끌었고, 당시에 못다 완성한 퍼즐인 빅토리아 피크에서의 야경 사진을 촬영하게 이끌었던 것 같다. 


 사진을 보면서, 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있다. 그 어떤 누군가가 촬영한 사진이 아닌 내가 찍은 사진이기에 나는 이 사진과 대화할 수 있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 나에게 이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나와 나 자신만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 속 울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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