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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기동 사적식사 Jan 25. 2019

돌돔 소금구이와 안동소주 35%

돌돔 소금구이와 안동소주 35%

사흘 전 저녁,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신음섞인 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윗집 아이가 우는 소리라 생각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에 짓눌린 느낌이 들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신경이 곤두선 저는 희미하고 구슬픈 울음소리를 따라 거실로 나갔습니다.

그것은 냉동실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그것은 추위와 냄새에 질린 구슬픈 울음이었습니다. 그것은 해산물 가격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자, 돌돔이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구해달라는 어류의 울부짖음이었습니다.

돌돔은 여러 주 전 지인의 아버님께서 제주에서 직접 낚시하여 올려보내 주신 돌돔이었습니다. 그 당시 사시미가 불가능한 선도임을 인지한 저는 이 분을 회종이에 고이 싸서 냉동실에 모셔두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

김치냉장고에서 저온으로 3일간 해동하여 살을 발라냈습니다. 3mm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소금으로 간하였습니다. 몇 가지 양념을 구상해보았으나 그 모두가 불경한 방식임을 깨닫고 오직 소금만으로 조리에 들어갔습니다.

돌돔님께 사죄하며 찬장 구석의 안동소주 35% 를 꺼내 따랐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생선 소금구이에 독주 한 잔만을 곁들인 메뉴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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