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공간

by 보보

삶은 언제나 우리를 필요한 곳에 데려다 둔다는,

가끔은 믿기 어려운 묵직하고 귀한 진실의 증거가 바로 여기, 우리 삶의 몫에 있다.




직접 조립하려고 사둔 판넬과 칠하다가 만 페인트, 아직 설치도 안된 창틀과 한참 테스트를 하다가 멈춰놓은 원두 샘플들, 고민을 하다가 들여온 두꺼운 느릅나무 고재 테이블이 한켠에 모여져 있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나 잘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발현되고 있는 이 공간을 준비하는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표현하기가 어렵다.




오래된 것과 나이듦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 읽고 쓰는 것에서 오는 나의 기쁨을 한켠에 모았다. 그렇게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취향의 반대편에는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는 길을 선택해서 이렇게까지 어려움을 겪는 것이 맞을까 싶은 마음과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어떻게 그려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 그리고 이 모든걸 잘해내야 할 것이라는 책임감이 한데 뭉쳐 사실은 나의 아주 아래 깊은 곳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을까.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뒤숭숭하게 만들던 그때, 나는 사람이 모여야 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일은 벌어졌고, 나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었다. 매달 나가는 은행 대출금이 모조리 나가고 통장 잔고가 0이 된 날, 결국 나는 친구들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갈 내일의 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오늘의 내 모습도 있었다. 길 위에는 어떤 정답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나의 믿음이 합쳐져 있다.




이 시작은 분명 서툴고 작지만 그래서 더 깊고 또렷하다. 안으로 깊은 마음은 결국 더 넓게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다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무거운 마음을 들어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1] 여기에 카페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