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염없이 '고도' 만을 기다린다.
그들의 삶의 목표는 오직 고도를 만나는 것 이고, 왜 고도를 만나야하는지, 어디서 기다려야하는지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저 습관적으로 고도를 기다리는 행위만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에스트라공은 매일 고도를 기다리는 것을 까먹지만, 그때마다 블라디미르는 계속해서 목표를 상기시켜주곤 한다. 심지어 다른 곳으로 떠남으로서 이러한 기다림에서 벗어나 보려고도 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다시 고도를 기다린다.
에스트라공: 그만 가자 블라디미르: 가면 안되지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이 이야기를 보다보면, 에스트라공의 이러한 모습이 내 주변의 스타트업 팀들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들은 처음에 각자만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패의 리스크를 끌어안고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든 사람들이다.
허나 늘어나는 업무와 일상적 고민거리들 속에 파묻혀있다보면 때로는 방향을 잃어버릴때도 있고, 지금의 방법에 확신을 잃을 때도 있다. 살아남기위해 현실과 타협하고, 너무나 길고 깊은 불확실성 속에서 무언가를 좇다보니 심지어는 내가 어떤 꿈과 목표를 위해 이 일을 시작했는지 조차 희미해질 때가 있다. 마치 작 중의 에스트라공과 같이.
내가 몸 담고 있고 추구해야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라는 업의 본질은, 이러한 에스트라공 들에게 블라디미르와 같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무엇하나 확실한 답이 없는 불확실 속에서 그들의 고도를 찾아주고, 이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고, 그들이 계속해서 고도를 좇을 수 있도록, 그래서 결국에는 그들의 고도에 다다를 수 있도록 옆에서 그 길고 막막한 기다림의 시간을 함께 지켜봐주는 것.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아이디어와 꿈을 가지고 스타트업 생태계로 그 첫 발을 떼고 있는 많은 에스트라공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한 명의 블라디미르 로서 꼭 상기시켜 주고 싶은 문장이 있다.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야. 그리고 우리는 그 대답을 알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축복을 받은 거야. 이 무서운 혼란 가운데서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네. 우리는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들의 창업과 나의 투자는 모두 불확실 속에서 확신을 찾아야하는 영역이지만 특히 초기 창업은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우리가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는 분명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