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ㅡ 육상태양광
지난 17일, 전라북도 새만금 국가산업단지를 다녀왔다.
새만금은 그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목적의 산단 및 부지들로 구성이 되어있고 이는 여러 개발계획들로 엮여있는데, 이 중 육상태양광 시설과 새만금 개발청, 에기연에서 운영하는 부안 연료전지실증연구센터 등의 시설을 좋은 기회로 인해 다녀올수있었다. 각각의 시설에서 태양광, 이차전지 특구, 연료전지 등 여러 인사이트를 얻어올 수 있었는데, 이 글에서는 육상태양광시설 견학을 통한 재생에너지 산업 중심의 단상들을 가볍게 적어보려고 한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새만금에는 약 3GW급 용량의 전국 최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구축사업이 추진되어 오고 있다. (태양광 2.8GW, 풍력 0.1GW, 연료전 0.1GW 등) 물론 대부분은 사업 초기 단계이지만, 이 중 육상태양광의 경우 300MW 규모가 이미 발전가동 중에 있다. ㅡ 이 또한 단일 육상태양광 단지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육상태양광 부지는 3개구역으로 나뉘어있는데, 각각 약 35만평 규모-100MW급 규모로 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의 발전사들과 각기 다른 SPC들이 입찰을 통해 선정되었다고 한다. 22년부터 41년까지 약 20년간 운영 계획이고, 입찰 진행 시 기준 수익율이 약 7%정도로 세팅되어있다고. (참고로, 1MW발전량은 대충 460가구 정도가 한달동안 쓰는 전력사용량이다.)
국내 최다 발전량과 최고 효율
국내 태양광 발전에 대해 잘 알려진 사실 중 하나가, 호남지역에서 국내 발전량의 약 40%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이는 평야 지역의 특성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일조량과 낮은 땅값 등이 반영된 결과인데, 그 중에서도 새만금의 경우 발전 시간 또한 '일평균 4.18시간'으로 전국 평균 발전시간인 3.72시간 대비 약 12%가 높다고 한다. (2구역에서는 일 평균 421mwh 규모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새만금의 지리적 특성 상 햇빛을 가리는 산이나 건물이 없는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여기에 더불어 바닷가로부터 불어오는 해풍으로 인해 모듈의 과열을 조금은 식혀주는 효과 또한 패널 효율을 높이는데에 한 몫을 한다.
흥미로웠던건,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오히려 여름보다 봄/가을에 발전량이 더 높게 나온다는 것. 여름은 장마철과 더불어 모듈의 표면온도가 과하게 높아져서 발전 효율이 더 떨어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태양전지 모듈은 25도보다 높아질수록 발전효율이 점차 감소한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소 수익과 유지보수의 상관관계
초기 벤처 투자 관점에서, 본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전력시장 밸류체인 중 새롭게 기술 기반 혁신이 이루질 수 있는 영역이 과연 어디일까' 이다. 특히 AI기반 IT솔루션이 접목될 수 있는 영역을 찾고있는데, 이 중 그나마 시장 진입장벽이 낮은 O&M(유지관리) 파트에서의 디지털화와 효율화가 궁극적으로 수익성을 더 높여줄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었다. 허나 아쉽게도 돌아오는 답변을 보았을때 유지보수 파트의 변화는 전체 발전소 수익성을 재고시켜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나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아래 정도의 답변을 받아보았다.
모니터링 SW로 모듈 온도 및 발전량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 물론 이는 디테일한 스팟 에러 등을 다 잡지는 못하지만, 가끔 열화상 드론 띄우는 정도로 다이오드 에러 등 잡을 수 있음.
모듈 불량 또한 22만대 중에 140대 정도로 극히 미미하며, 이것도 완전 고장이라기보단 약간 효율이 떨어진 정도라, 이러한 불량율을 잡아내는게 궁극적으로 수익률 재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물질 등 외부 환경으로 인한 오염 또한 관리를 하긴 하지만, 이로 인한 발전효율 저하보다 패널 닦고 하는 인건비가 더 많이드는 수준이다.
발전량은 많지만... 현실은 공급과잉
에너지 산업 관점에서 탈화석연료-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무작정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늘리는 게 단순한 해답이 아니라는 것의 사례를 우리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재까지 많은 설비가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깔려있고 에너지가 생성되고 있지만,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에너지를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단위로 촘촘하게 연결되어있는 전력 계통 인프라는 전력의 생산과 수요를 연결해주고 있는데, 전기에너지 특성 상 안정된 전력 공급과 소비를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최적화가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블랙아웃은 전력이 부족해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초과공급으로 인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타 발전소 부지의 경우 잦은 사업 유찰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납득이 되는게, 설비투자를 위한 파이낸싱을 일으킬 때 은행에서 연도별 발전량 등의 최소 조건등을 걸기도 하는데- 이러한 출력제한으로 인한 발전량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여겨지기 때문.(+여기에 최근의 높은 이자율과 높아진 건설자재비까지 더해지면 태양광 설비 투자 경제성에 대한 매력도가 얼마나 낮아질까)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는 밸류체인 전체의 전환 문제
결국 밸류체인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으로의 시장 전환은, 단순 생산 뿐만이 아니라 유통과 소비 전체에서의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늘어난 발전량에 비례해서 계통선로도 더욱 확충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인프라 투자가 아직 현실적으로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인 것. (실제로 전남 기준 19년도 이후 태양광 설비는 폭증한데에 반해 도(道)외로 확충된 송전 선로는 전무한 상황)
이런 문제에서 항상 이론적 해결책으로 언급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발전량 확대에 있어 필수적인 계통안정화를 위한 ESS 설비 확충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에 REC 가중치를 받던 지원정책이 사라지며 실질적인 투자대비 경제성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국내 전력 산업은 특히나 정책 중심의 폐쇄적 시장 구조로 이루어져있기에, Macro 한 에너지 산업의 필요적 방향성과 Micro한 현실의 정책과 이해관계의 괴리를 항상 눈여겨봐야한다. 새만금 개발청에서 발표한 '새만금 스마트그린산단 종합계획' 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이 고려된 산단 RE100과 ESS, VPP 등 세부 사업들이 일부 포함되어있는데, 향후 이런 부분들의 추진현황과 속도를 계속해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