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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Mar 18. 2018

연을 날리며

우정 시선


연을 날리며   

   

연을 날리는 동안  

연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밤새 만든 방패연은  

빙빙빙 돌며 하늘로 오르고  

연이 머무는 곳  

연이 보고 있는 곳은  

어린 시절의 또 다른 세상이었다    


연의 곡예와 함께 당겨지는 연줄의 미동은  

작은 손바닥의 신경을 타고  

눈으로 내 귀로 들어가  

연이 머무는 세상, 연이 닿는 세상을  

마음 속에 펼치고 있었다    


팽팽한 전율을 따라 연줄은 끊어지고  

작은 방패연은 빙빙빙 돌며  

작은 점이 되고 구름이 되어 떠나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연을 날리던 기억은 더욱 생생해진다  

언제인가는  

구름이 되어 바람이 되어  

모르는 곳으로 떠나야 할 운명임에도  

오늘도 혼신을 다해 연을 날린다    


나고 늙고 병들어가면서  

있는 힘을 다해 잡아야만 하는 연줄  

하얗게 떠오르는 연이 날아간 후의 세계  

오십이 된 나이에 당기는  

가느다랗고 섬세한 줄은   

주름져가는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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