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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Jul 28. 2018

첫사랑

우정 시선


첫사랑  

    

사랑이 사랑인 줄을 알았을 때  

그녀를 태운 꽃가마는 고개 마루를 넘고 있었다    


그녀가 냇가에서 빨래를 할 때  

조약돌을 던져 물방울로 치마를 적시면서도  

그녀가 우물에서 물을 길을 때  

몰래 다가가 물통에 버드나무 이파리를 뿌리면서도  

그녀가 툇마루에서 다듬이질을 할 때  

괜한 마음에 담 너머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 것이 사랑인지는 몰랐으리라    


그녀가 미운 듯 눈을 흘길 때에도  

그녀가 작은 손을 낮게 치켜들 때에도  

그녀가 알 듯 모를 듯 웃음을 지을 때에도  

그 것이 사랑인지는 몰랐으리라    


그녀가 연지곤지에 족두리를 쓰던 날  

눈물 가득한 눈이 마주쳤을 때  

벗들과 동동주 몇 잔 걸치고 뭔지 모를 서운함에  

괜스리 뒤돌아 보고 헛웃음을 지을 때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고무신을 양손에 들고 숨이 차도록 달려가  

느티나무에 올라 황혼 속을 떠가는 꽃가마를 볼 때  

눈물이 쏟아져 내려 천지가 붉은 색으로 물들어 갈 때  

돌아오라고 돌아오라고 목이 메이도록 소리지를 때  

이토록 가슴이 저밀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이별이 이별인 줄을 알았을 때  

그녀를 태운 꽃가마는 고개 마루를 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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