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사_203회
D-Day, 퇴임사
존경하는 관장님과 본부장님, 동료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저는 오늘, 2020년 1월 2일 국립항공박물관 창설 멤버로 첫 출근을 했던 날을 떠올리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던 공간, 개관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시간은 제 공직 생활에서 가장 밀도 높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국립항공박물관에서의 시간은 어느덧 6년이 흘러, 오늘 저는 2025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정년퇴직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퇴직을 앞둔 지금의 마음은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홀가분함과 아쉬움, 감사와 미안함이 함께 있습니다. 공직 생활의 마지막을 이곳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영광이자 행운이었습니다. 하나의 기관이 태어나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제 삶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박물관의 초기 시간은 늘 ‘미완’의 연속이었습니다. 제도도, 인력도, 매뉴얼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주역의 괘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늘 미제(未濟)의 상태에 있었습니다. 강을 거의 다 건넜지만 아직 발끝이 물에 닿아 있는 형국, 끝이 보이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미제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넘어 서로를 메우며 조직을 세워 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외형적으로는 많은 것들이 갖추어졌습니다. 개관은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이루어졌고, 제도와 절차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겉으로 보면 기제(旣濟), 이미 강을 건넌 모습에 가까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역이 말하듯, 기제는 완성의 괘이면서 동시에 가장 경계해야 할 괘이기도 합니다. 다 이루었다고 느끼는 순간, 균열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몇 가지 아쉬움과 후회를 떠올리게 됩니다. 개관 초기에 터진 여러 문제에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했던 순간들,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변화에 조심스러웠던 태도, 젊은 직원들의 고민을 제때 살피지 못했던 장면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특히 익숙한 관성과 기존의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한 발 더 나아가는 일을 미루었던 기억들은 지금도 스스로에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부끄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국립항공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관을 만들기 위해 진심을 다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방향만큼은 옳았다고 믿습니다.
이제 저는 이 조직을 떠나지만, 국립항공박물관은 계속해서 미제와 기제의 경계 위를 걸어갈 것입니다. 그래서 후배 여러분께 몇 가지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첫째, 조직이 기제에 이르렀다고 느껴질수록 스스로를 미제의 자리로 다시 돌려놓기 바랍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긴장은 조직을 살아 있게 합니다.
둘째, 질문을 멈추지 마십시오. “왜 이렇게 하는가”라는 질문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질문이 사라질 때 조직은 서서히 굳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이곳이 여러분에게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스스로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아직도 완성형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의 선택과 태도가 이 기관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갈 것입니다.
저는 오늘, 한 사람의 직원으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이 자리를 떠납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제 공직의 마지막 장은 단단하고 따뜻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국립항공박물관의 앞날과 여러분의 가정에 늘 순풍이 불기를 기원하며, 저는 이제 이곳을 응원하는 가장 성실한 관람객으로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2월 31일 국립항공박물관 정책전문위원 김용건 드림